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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나무 한방 암치료제는 과연 효과가 있을까?

최원철 단국대 부총장이 개발한 넥시아, 하나통합한의원의 치종단 모두 과학적 근거는 빈약하다


몇몇 한의사들은 옻나무로 자신이 암 치료제를 만들었다고 주장한다.

그런 한의사들의 주장 중에는 대표적으로 최원철 단국대 부총장이 개발한 넥시아, 하나통합한의원의 치종단 등이 있다.

옻나무 한약에는 우루시올이 있나 없나?

최원철 부총장은 2011년에 발표한 저서인 ‘최원철 박사의 고치는 암’에서 “토종 옻나무에서 추출한 ‘우루시올’이라는 성분이 강력한 항암작용을 하는데, 넥시아는 이러한 옻나무에서 알레르기 유발 성분을 제거한 한방 암 치료제이다”라고 말했었다.

헌데, 최 부총장은 2013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옻나무를 약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이 우루시올은 반드시 제거되어야 한다고 쓰고 있다.


“그렇기에, 카테콜의 여러 파생적 혼합물인 우르시올은 약물로 사용되기전에 RVS 에서 제거되어야 한다(Therefore, urushiol, a mixture of several derivatives of catechol, must be removed from RVS prior to its pharmaceutical use).”


한편, ‘치종단’, ‘치종탕’이라는 옻나무 추출물 항암제를 개발해 사용하는 하나통합한의원은 2011년 관련 기사를 통해 “동의보감에 근거해 옻나무추출물 우루시올과 암세포의 증식을 막는 플라보노이드를 주성분으로 한 한방항암약과 왕쑥뜸, 약침을 보조요법 및 암식이요법으로 폐암말기환자들을 치료하고 있다”라며 우루시올의 항암효과를 활용한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하나통합한의원은 2012년 관련 기사에서는 “치종단은 옻나무를 채취해 말리고 절단하고 달인다음 ‘우루시올’이라는 옻나무의 독 성분을 제거하는 과정을 거쳐 만들어낸다”라며 우루시올을 제거해 항암제를 만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최원철 부총장과 하나통합한의원 모두 우루시올이 옻나무의 항암효과를 낸다고 주장하면서 또 한편으로는 우루시올을 제거한 한약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으니 무슨 영문인지 모르겠다.

한방에서는 예로부터 암 치료에 옻을 사용했을까?

사실 한의사들은 과학적 근거가 아니라 음양오행의 원리와 ‘전통과 경험’에 의존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약의 성분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

한의서에는 옻나무의 항암효과에 대한 단서가 있을까? 최원철 부총장과 하나통합한의원 측 모두 ‘이성환(二聖丸)’을 이야기한다.
 



이성환은 1575년 편찬된 ‘의학입문’에 등장하는데 옻나무 수액을 건조시켜 만든 ‘건칠’로 만드는 것으로 다음과 같은 질병에 사용한다고 되어 있다.


산통(痠痛)
산통(酸痛) 대개 산동(酸疼)이란 술어로 나옴. 경락이 추철(抽掣)해서 시큰거리는 것이 산(痠)이고, 산이 더 심하고 아픈 게 동(疼)임. 피부의 보통 통증과 구별됨.

아관긴급(牙關緊急)
이가 꽉 물려 입을 벌리지 못하는 병증. [위생보감(衛生寶鑑)] <인후구치문(咽喉口齒門)>에 나옴. 담기(痰氣)와 풍화(風火)가 경락을 막아 발생한다. [만병회춘(萬病回春)] <중풍(中風)>에 "갑자기 쓰러져 사람을 알아보지 못하고 아관긴급(牙關緊急)하는 것은 풍담(風痰)이 침범했기 때문이다.(凡卒中昏倒, 不省人事, 牙關緊急者,...


경락이 시큰거리며 아프고, 입이 안 벌어지는 증상에 사용한다니 암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동의보감에는 이성환은 등장하지 않지만 건칠이 ‘어혈심통’(심통은 가슴과 복부 통증을 말함)을 치료한다는 등 어혈을 없앤다고 적혀있다. 옻나무 항암 한약을 파는 한의사들은 바로 그 부분이 어혈을 이야기한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어혈을 풀어준다는 의미가 암을 치료한다는 의미일까?

어혈은 과학적으로는 정체를 밝혀낼 수 없다. 마치 무당이 갖가지 문제가 귀신 때문이라고 주장하듯이 한의사에게 어혈은 질환과 관련해 귀신과 같은 존재다. 무당의 귀신처럼 한의사들이 온갖 질병에 즐겨 사용하는 상상의 존재인 것이다.

탈모를 치료하는 한의원에서는 어혈이 탈모의 원인이라고 하고, 여드름을 치료하는 한의원에서는 어혈이 여드름의 원인이라고 하고, 아토피를 치료하는 한의원도 어혈, 비염 치료 한의원도 어혈, 허리가 아픈 환자도 어혈, 당뇨도 어혈, 비만도 어혈, 소화불량도 어혈, 위염도 어혈, 교통사고 환자도 어혈이 원인이라고 한다. 모든 질병을 설명할 수 있는 만능의 개념인 것이다.

어혈 중에 가장 유명한 어혈로 최원철 부총장이 암 환자 혈액을 현미경으로 보고 찾아낸 ‘암성 어혈’이 있다. 그는 1분 만에 현미경으로 암성 어혈을 찾아내 암을 진단하는 방법을 개발했다고 주장했다. (그 주장을 믿는 의사나 과학자는 없다. 현미경을 많이 다뤄본 사람들은 슬라이드에 먼지가 앉으면 저렇게 보인다는 사실을 안다.)
 



한의사들은 옻나무로 암을 치료한다는 주장에 대해 제대로 된 설명을 제시하지 못하면서, 어혈을 언급하는 대목을 들며 한방에서는 오래전부터 암 치료에 옻나무를 사용해왔다고 주장한다.

과연 옻나무가 어혈을 없앤다는 대목이 암을 치료할 때 옻나무를 사용하라는 의미인지 아니면 탈모, 여드름, 아토피, 비염, 요통, 당뇨, 비만, 소화불량, 위염 중 하나를 치료하라는 의미인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 가져다 붙이기 나름이니 이쯤 되면 옻나무는 만병통치약이다.

옻나무의 항암효과에 대한 과학적 근거는?

도대체 한약에 들어있다는 것인지 없다는 것인지 알쏭달쏭한 '우루시올'은 모른다 치자. 어쨌든 옻나무 추출물의 항암효과에 대한 세포실험이나 동물실험 논문이 몇몇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옻나무 추출물이 실험실에서 항암효과를 나타낸다고 해서 그것이 암환자가 복용했을 때 실제 암 치료효과를 일으킨다는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

마늘, 양파, 파, 고추, 토마토, 브로콜리, 포도 등등 우리 주변에 흔히 접하는 야채나 과일 추출물의 항암효과에 대한 논문을 검색하면 옻나무보다 훨씬 많은 근거들을 찾을 수 있다. 이렇게 다양한 항암물질이 들어있는 식물들을 매일같이 섭취하는 사람들도 암에 걸리고 암으로 죽는다. 항암성분이 들어있는 식물을 먹는다고 해서 인체에서 항암작용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식물에 포함된 특정 성분을 고농도로 사용하면 실험실에서 항암효과가 나타나는 일은 비교적 흔하다. 그러나 인체에서 항암효과를 내기 위해서는 적당히 추출해 복용해서는 도달할 수 없는 높은 농도가 필요한 경우가 대부분이고, 여러 가지 다른 생리작용이 관여되어 부작용이 발생하거나 효과를 나타내지 못하기 때문에 암치료제로 사용할 수 있게 될 확률은 매우 낮다.

예를 들어, 2014년에 포도씨 추출물이 전립선암 세포의 사멸을 유도한다는 논문이 발표됐다. 그렇다고 해서 전립선암 환자에게 암치료를 위해 포도씨유를 마시라고 권하는 의사나 과학자는 없다. 임상시험이 있기 전까지는 일반인들이 신경 쓸 일이 아니다. 이런 정도의 발견은 늘 있는 흔한 일이고, 새로운 항암제가 개발되는 일은 상대적으로 매우 드문 일이다.

임상적 근거는 있을까?

옻나무 한약의 항암효과에 대한 임상 논문들은 대부분 “이 암환자가 상태가 좋아졌는데 우리가 먹인 한약 때문일 것이니 믿어달라”라고 주장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효과검증의 최소한의 필요조건이라 할 수 있는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대조군 임상시험은 단 한 건도 없다. 옻나무 한약을 복용한 암환자들이 가짜약(플라시보)을 복용한 암환자들보다 더 많이 완치되거나 오래 생존하는지 비교해본 적이 없다는 말이다.
 



최원철 부총장이 강동경희대병원에서 단국대병원으로 옮기고서 강동경희대병원은 매출이 수십억 줄고, 단국대병원은 수십억 늘었다는 기사로 보아 넥시아가 매년 수십억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많은 돈을 벌면서 비용 때문에 임상시험을 여태껏 못했을 리가 없다. 이런 임상시험은 인삼의 경우 매년 몇 편씩 논문이 발표될 정도로 흔한 연구다.

연구를 안 하는 진짜 이유는 괜히 임상시험을 했다가 효과가 없는 것으로 결과가 나오면 쫄딱 망하는데, 임상시험을 통한 효과에 대한 근거가 없어도 매년 환자들이 수십억씩 약을 구입해주니 검증해서 좋을 게 없기 때문이 아닐까? 결국 효과 검증 없이도 돈을 가져다 바치는 환자들이 효과 검증을 막는 꼴이다.

그런데 옻나무의 항암효과에 대한 식약처 승인 임상시험이 있었다. 최원철 부총장은 넥시아를 국제화하기 위해 아징스75(AZINX75)라는 신약을 개발 중에 있다고 자랑했었다. 2010년 인터뷰에서 “국내 2상 결과가 나오는 내년 초나 중반께 미국에서도 임상 2상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라며 결과가 2011년 초나 중반에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었다. 임상시험은 총 3단계로 이루어지는데 아징스75는 한약에 대한 특혜로 1상은 면제받았고, 2상을 진행했지만 그가 결과를 보이겠다고 이야기했던 시기에서 4년이나 지난 현재까지 2상을 통과했다는 소식 없이 묻혀버렸다.

부작용은 없을까?

암세포와 정상세포는 차이가 거의 없어서 정상세포는 건드리지 않고 암세포만 공격하기는 쉽지 않다. 항암효과가 있다는 물질은 많지만 실제 항암제로 개발되는 비율이 매우 낮은 이유는 정상세포를 함께 공격하기 때문에 부작용이 큰 경우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부작용보다 효과가 크다고 인정받아 승인된 항암제에도 환자들이 부작용에 고통스러워하는 이유는 일반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는 물질은 어느 정도 정상세포에도 타격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옻나무 한약이 항암효과가 있다면 부작용이 없을 수가 없다. 효과를 주장한다면 부작용에 대해서도 정리가 되어야만 한다. 부작용도 임상시험을 해야 알 수가 있는데 옻나무 한약의 부작용에 대한 연구가 없어 과연 부작용보다 효과가 큰지 알 수가 없다.

환자가 복용했을 때 인체에 영향을 주는 물질의 농도가 매우 낮으면 포도씨를 먹을 때와 마찬가지로 부작용도 없고 효과도 없을 것이다. 넥시아나 치종단 등을 복용한 환자가 아무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런 효과도 없을 가능성이 높다.
 



결론

1. 한방에서 오래전부터 옻나무를 암치료제로 사용되어 왔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 (사용했다 하더라도 의미를 둘만한 근거도 아니지만)

2. 옻나무가 실험실에서 항암효과가 있었다는 논문들은 식탁에 오르는 야채나 과일도 다들 그 이상의 항암효과는 발표되어 있는 정도로 별 의미가 없다.

3. 옻나무 항암제의 신약 승인을 위한 임상시험은 임상 2상부터 시작해 2상을 통과하지 못했다.

4. 옻나무 암치료제들은 임상에서의 효과 검증의 기본 수준인 무작위배정 이중맹검 대조군 임상시험을 통해 효과를 증명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5. 옻나무 암치료제들은 임상시험을 통해 안전성을 검증 받지 않았다.

암환자들이 옻나무 한약을 선택하기 전에 이런 사실을 이해하고 고려해서 판단하길 바란다.

이 글에서는 옻나무 한약을 위주로 다루었지만 다른 한약들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근거 수준도 거의 대부분 이보다 못하거나 비슷한 수준이라는 점도 지적해두고 싶다.


(옻나무 한약 부작용으로 피해를 입은 환자가 있다면 kang@scientificcritics.com으로 메일 주시기 바랍니다. 필요한 경우 과학중심의학연구원에서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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