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이슈] ‘강북 모텔 살인’ 김소영 보도, 외모 품평 부추기나

인싸잇=백소영 기자 ㅣ 강북 모텔 약물 연쇄 살인 사건의 피의자인 김소영의 신상 공개 이후 온라인 상에서 그의 외모를 둘러싼 반응에 관한 보도가 쏟아지고 있다. 신상 공개의 본래 목적은 뒤로 한 채, 피의자의 외모 품평에 초점을 맞춘 보도가 이어지면서 언론이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동시에 이러한 행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피의자 김소영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9일까지 20대 남성 3명을 모델로 유인했고, 벤조디아제핀계 약물이 든 음료를 건네 의식을 잃게 하거나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은 김소영에 살인의 고의가 있었다고 판단해 지난달 19일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해 그를 검찰에 구속 송치했다.

 

김소영은 경찰 수사 초기에는 범행을 완강히 부인했다. 하지만 수면제를 가루로 만들어 숙취해소제에 타서 피해자들이 이를 마시게 하는 행위를 반복적으로 실행한 점, 또 그가 인공지능 프로그램을 통해 숙취해소제에 수면제를 섞어 과다 복용할 경우 사망에 이를 수 있다는 걸 확인한 점 등은 그가 고의적 살인을 했다고 볼 만한 명백한 증거라는 목소리가 강했다.

 

이에 특정중대범죄 신상공개법에 따른 피의자의 신상공개 조건을 갖추고 있었고, 피해자의 유족들과 여론은 김소영의 신상공개를 강하게 외쳤다. 하지만 경찰은 이를 뒤로 한 채 그의 사건을 검찰로 송치했다. 

 

그 과정에서 김소영의 SNS가 네티즌들을 통해 알려졌다. 공개 상태였던 그의 SNS에는 당연히 얼굴 사진이 여러 장 올라와 있었고, 그렇게 수사기관이 머뭇 거리는 사이 ‘분노한 시민들의 위법한 신상공개’가 이뤄졌다.

 

더 충격적인 일은 다음에 펼쳐졌다. SNS를 타고 인터넷에 퍼진 김소영 사진을 접한 이들 중에는 그의 얼굴을 두고 ‘예쁘다’는 반응이 이어진 것이다. 

 

‘저런 여자가 모텔 가자고 하면 거부할 남자가 없을 것’, ‘예쁘니까 무죄 판결해라’ 등 가해자를 미화하거나 범행을 왜곡하는 듯한 댓글이 확산되며 2차 가해 논란이 제기됐다.

 

머그샷 공개 이후 김소영 보도, 외모 품평의 場으로 

 

서울북부지검은 지난 9일 김소영의 신상정보(얼굴·이름·나이)를 공개했다. 그의 신상이 공개되자 「”같은 사람 맞아?”… ‘모텔 살인녀’ 김소영 신상공개 후폭풍」 등 김소영의 SNS상의 얼굴과 머그샷 얼굴을 비교하는 식의 헤드라인으로 언론 보도가 잇달았다.

 

기사의 방향이 얼굴 비교에 맞춰진 만큼, 댓글의 분위기도 이와 다르지 않았다. ‘화장발에 눈이 멀었다’, ‘인스타 사진에 속았다’, ‘사진 보정에 속았다’, ‘인스타 사진과 완전히 다른 사람’ 등 김소영의 얼굴에 주목하는 뉴스 댓글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이외에도 ‘모텔 따라간다는 말 취소한다’, ‘20살이 아니라 훨씬 더 들어 보인다’, ‘사기죄도 추가해야 한다’ 등 조롱 섞인 댓글들도 등장했다.

 

사건의 중대성을 알리고, 추가 피해자 파악 그리고 유사 범죄 방지 등 범죄 피의자 신상 공개의 본래 목적은 사실상 희미해진 것이다. 이에 경찰 수사 단계에서 김소영에 대한 신상 공개를 요구한 목적이 단순히 그의 본래 얼굴을 보고 싶은 호기심에 불과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더 큰 문제는 앞서 언급했듯이 언론이 김소영의 SNS 사진과 머그샷에서의 얼굴을 비교하는 취지의 제목과 내용으로 보도하며, 이런 사람들의 외모 품평의 장(場)을 사실상 제공했다는 점이다. 

  

김소영 신상 공개한 의미 퇴색... 피의자 신상 공개 조건, 더 까다로워 질수도
 

김소영의 범행보다 아예 온라인 커뮤니티와 뉴스 댓글에 올라온 그의 얼굴 비교 관련 반응을 주제로 잡고 그 내용을 단순히 소개하는 식의 기사도 찾아볼 수 있다. 

 

‘쌩얼’, ‘사기죄 추가’ 등 외모를 평가하거나 조롱하는 게시글을 여과 없이 기사에 포함하면서,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남녀간 찬반 다툼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언급했듯이 피의자 신상 공개의 본래 취지는 범행 사실을 분명히 알리고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하는 데 있다. 동시에 얼굴 공개를 통해 피고인의 추가 범행 여부나 피의자 또는 목격자를 확인하는 등 공익적 목적이 크다.

 

하지만 적절한 신상 공개 시기를 놓치며 피의자의 SNS 사진이 먼저 유출하는데 일조한 수사기관 그리고 범행보다 얼굴에 초점을 찾춘 언론의 자극적인 보도, 또 그 자극을 얼굴 품평이라는 또 하나의 자극으로 소비하는 이들이 있었다.

 

이들로 인해 김소영의 신상을 공개한 진정한 의미가 퇴색하고, 향후 피의자 신상 공개가 더 까다로워 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