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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혼탁' 헌정회장 선거에, 원로급 인사들 "헌정회장, 국가원로 품격지켜야" 일침

정치원로들, 3파전 과열선거 겨냥 "지금 시국이 어느 때인데..." 우려감

 

3명의 후보들이 나서 오는 3월 28일 치러지는 헌정회장 선거를 바라보는 정치원로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현행 헌정회장 선거법에 따르면, 원래 본인 아니면 문자를 못 보내게 되어있지만 선거규정에 규제할 조항이 없다는 이유로 후보들 문자메시지가 회원들에게 하루에도 수차례 발송하는 등 문자가 난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헌정회’는 1200여명의 전직 국회의원들의 국회산하 기관으로 국가 정치원로들의 공식대표기관이다.지금처럼 국가가 위기에 처한 상황에선 그 위상과 역할이 사회에 미치는 역할이 크다.

 

하지만 헌정회장 선거가 막판 과열양상으로 번지고 있어, 원로급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이번 선거가 역대회장 선거와 달리 최초로 3파전 선거로 전개되다보니 과열양상으로 치닫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후보는 자격과 자질시비까지 겹치면서 혼탁선거를 부추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러다보니 원로그룹을 중심으로 ‘목불인견(目不忍見)’ 이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돈 많기로 소문난 초선 출신인 이필우 후보가 표적이 되고 있다.

 

이 후보는 11대 비례대표를 한 차례 역임한 의원이다. 초선에 비례출신이다보니 다른 후보들에 비해 정치원로로서 위상이 다소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다보니 본인의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내건 선심성 복지공약에 대해서도 곱지 않은 시선이다.

 

일부에선 “헌정회장직을 돈으로 매수하냐”는 탐탁치 않은 여론마저 여의도정가에 나돌고 있다.

 

헌정회 원로그룹에 속한 모 인사는 본보와 인터뷰에서 이 후보의 이런 공약을 비판했다.

 

그는 “헌정회장이 되겠다는 사람이 10여만평의 본인 고향 부지 충북 영동 부지를 헌정회원들에게 장지부지로 제공할 의사를 밝혔지만, 연로한 원로 회원들이 자기고향 장지를 놔두고 연고도 없는 충북 영동 땅에 묻히겠다는 것이냐”며, "이 후보의 이런 공약은 진정성이 없어 표심을 잡기 위한 선심성공약에 불과하다"고 폄하했다.

 

또 다른 인사도 “이 후보가 이번 헌정회장 선거에 나서면서 복지증진을 위해 10억원을 헌정회에 출연하겠다고 한 점에 대해서도 원로그룹을 중심으로 이 후보가 내건 공약이 의구심을 사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그런 돈은 헌정회장 선거가 아니라, 평소 원로그룹이나 돈 없는 선후배 의원들을 위해 후원이나 기부를 해야지, 하필이면 선거 때 이런 돈을 내놓겠다고 하는 것은 그야말로 돈을 주고 표를 사겠다는 오해를 사기 쉽다”며 “이는 대학기부입학제와 다름없는 천박한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이 후보의 이런 공약은 상대후보나 선관위 측에서 선거법 위반소지까지 거론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일부 원로그룹에선 “부동산 경매하느냐” 심지어는 “강남에서 부동산으로 번 돈을 갖고 헌정회장 자리를 사겠다는 것이냐”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이밖에도 본보에 제보한 한 인사에 따르면, 이 후보가 회장을 맡고 있는 서울대학교 행정대학원 국가정책과정 총동창회(ACADA) 이왕열 사무처장겸 수석부회장이 동창회원과 헌정회원들에게 이 후보 지지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낸 등기서류를 혼탁선거 증거로 보내오기도 했다.

 

김대중 정부 당시 4개월간 노동부 장관을 역임하고 재선을 역임한 유용태 후보의 출마에 대해서도 원로그룹에서 중량감이 덜하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재선급 후보다보니 아무래도 헌정회장으론 비중이 떨어진다는 의견이 비등하다.

 

이와관련 헌정회 한 원로급 인사는 “당 대표는 격이 있고 헌정회는 헌정회장 격이 있다”고 운을 뗀뒤 “요즘같이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국개의원’으로 취급받는 세상에서 국회의장, 국회부의장,국무총리,당대표 지도부나 4선급 이상 출신들이 회장직을 맡아야 그나마 헌정회장이 국가원로급 인사로 대우받을수 있다”며 헌정회장 ‘품격론(品格論)’을 주창했다.

 

실제 역대 헌정회장을 지냈던 곽상훈, 윤치영, 이철승, 채문식, 양정규, 김원만,유치송,최문식,장경순 등 회장들 모두 현역시절 국회의장 혹은 부의장, 당대표 등 정당 지도부나, 3선급 이상의 관록을 지낸 주요 인사들이다.

 

반면 전남 해남 진도에서 5선을 지낸 김봉호 후보는 국회부의장을 역임해 다른 후보들에 비해 중량감 있은 인사로 평가받고 있다.

 

헌정회장으로서 자격은 무난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지만 김 후보가 내건 헌정회 위상 제고, 연로지원금 인상, 헌정회 각 기관 인사 개혁 등 주요 공약을 과연 지켜낼지 주목된다.

 

시니어그룹과 원로그룹에서 지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김 후보는 진작 출마를 선언하고 적극적인 여론수렴에 나서야 했지만, 그간 출마 과정에서 이런 적극적인 역할이 미약했다는 후문이다.

 

한편 과열양상으로 치닫는 이번 선거를 두고 지난 23일 열린 자유한국당 일부 상임고문단 모임에서는 앞으로 헌정회장 선거는 경선보다는 추대를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한 원로급 인사는 본보와 만나 “심지어 원로들의 모임에서 앞으로 헌정회장의 선거를 경선을 없애고 추대하는 것으로 가야겠다” “추태가 심하다” “국민들과 후배정치인들에게 부끄럽다”는 얘기가 거론됐고, 일부 후보에 대해선 “지금이라도 후보직을 사퇴해라”는 말까지 나왔다"고 전했다.

 

이번 헌정회장 선거는 오는 3월 28일 오전 10시 30분 서울 롯데호텔서 22회 정기총회를 통해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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