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제작진이 현 정권에 대한 비판은 눈감은 채 지난 정권에 대한 지적과 현 정권 정책홍보에만 적극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공영방송의 정체성 수호’을 기치로 하는 KBS공영노조(위원장 성창경)는 18일 성명을 발표, “문재인 정권 출범 3개월, KBS가 어느새 문재인 정권의 홍보매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면서, “문재인 정권을 위해 KBS를 이용하는 것은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사내 일부 세력이 방송의 권력에 대한 감시, 견제기능, 그리고 언론의 자유와 독립을 주장한 데 대해 “정작 그대 자신들의 이념과 정파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고 되물었다.
KBS공영노조는 또, 고대영 사장과 KBS이사회를 향해 “자리보전을 위해 공영방송을 정권에 헌납하지 말 것”을 재차 강조했다.
-이하 KBS공영노조 성명 전문-
KBS 개그프로까지 정권에 이용하나
문재인 정권 출범 3개월, KBS가 어느새 문재인 정권의 홍보매체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곳곳에서 일고 있다. 정권교체 후 하루아침에 정책을 뒤집어 버리면서 생긴 혼란과 부작용에 대해서는 소극적 보도로 일관한다는 비판이 많았다.
반면 효과나 긍정적인 면은 지나치게 많이 보도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미 수차례 이런 사례들을 열거했지만 갈수록 그 도가 더해 가고 있다. 사장과 이사진 등에 대한 사퇴압력이 거세질수록,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더욱 정부 홍보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지난주 방송된 KBS 2TV <개그콘서트> ‘봉숭아 학당’ 코너에 아래와 같은 질문과 보기가 등장했다.
“다음 중 가장 억울한 사람은 누구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며 다음과 같은 보기를 제시했다.
1) 그저 자식을 사랑했을 뿐이라는 최순실 씨
2) 그저 자연을 사랑했을 뿐이라는 이명박 씨
3) 그저 핵을 사랑했을 뿐이라는 김정은(개그맨으로 합성)
4) 그저 억울할 뿐이라는 박근혜 씨
정치풍자도 물론 개그의 소재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위의 사례는 개그로 풍자해도 좋을 만큼, 상황이 명쾌하게 종료된 사건이 아니다.
특히 박근혜. 최순실씨 건은 재판이 진행 중인 사건이다. 방송이 재판 중인 사건에 영향을 주거나, 왜곡된 평가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은 방송법과 심의에 관한 규정 이전에 상식에 속하는 일이다.
소위 최순실 게이트, 바로 이 사건으로 현 문재인 정권이 탄생했다. 그 과정에서 많은 갈등과 다툼, 분열이 일어났고 이는 지금도 진행되고 있다.
그러므로 ‘개그’라는 형식을 빌려 한 쪽을 일방적으로 매도하고 폄하하는 것이 어찌 공영방송이 할 일이겠는가? 그것도 실제 사진을 사용해서까지 말이다.
특히 세계에서 가장 포악한 독재자라는 김정은을 세 사람과 나란히 등장시켰다. 등장인물 모두가 비슷한 정도로 악하다는 추론을 가능하게 하지 않는가?
대체 의도가 무엇일까? 아니 공영방송에서 이런 프로그램을 버젓이 방송해도 되는 것인가? 제 정신인지 묻고 싶다.
방송에서 정치풍자를 할 경우엔 보통 살아있는 권력을 대상으로 한다. 그래야 권력 독주에 대한 견제도 하고 감시도 된다. 그런데 KBS는 현재 구치소에 들어가 있는 힘없는 전직 대통령을 겨냥했다.
그러나 살아있는 권력인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풍자와 비판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오히려 그동안 ‘소탈, 서민행보’라며 지나치게 많이 띄워왔다는 비판이 많았다.
바로 얼마 전 박근혜 대통령 집권 시기, 같은 <개그콘서트> ‘대통형’이라는 코너에서 박 대통령을 무자비하게 비판하던 것과 확연히 대조가 된다. 이쯤이면 해당 프로그램 제작자들은 방송인이 아니라 특정 정당에 속한 정치인이라는 오해를 받아도 할 말이 없을 것이 아닌가?
그뿐이 아니다.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아예 성역이 되었고, 방송에서는 이른바 보수 정권, 이명박, 박근혜 만 난타했다. 이것이 오늘날 KBS 제작자들이 좌편향이라고 평가받는 이유가 아니고 무엇인가?
게다가 지난 금요일(14일) 방송한 KBS 1TV <명견만리>에서는, 어떤 연사가 나와 미세먼지를 없애야 한다며 화력발전의 문제점과 신재생 에너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러면서 원자력의 문제점을 힘주어 강조했다.
현재 문재인 정권의 에너지 정책을 일방적으로 강의하듯, 홍보했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얼마 전 문정인 대통령특보가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대북정책을 일방적으로 설명했던 것과 같은 것이다. 이제 KBS 교양은 물론, 예능 프로그램까지 정권홍보에 이용되고 있는 셈이다. 어쩌다가 KBS가 이지경이 됐나? 한탄할 일이다.
그동안 사내외 안팎에서 특정 세력들은 KBS가 박근혜 정권의 홍보 도구로 전락했다며 ‘적폐’라고 규정해왔다. 그리고 간부들을 정권의 ‘부역자’라며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그런데 문재인 정권을 위해 KBS를 이용하는 것은 적폐가 아니고 무엇인가? 여기에 동원되는 제작자와 간부들은 부역자가 아니면 누가 부역자란 말인가?
대답하라!
그대들이 그렇게 외쳤던 방송의 권력 감시, 견제는 어디로 가버렸나? 그대들이 그동안 주장해온 언론의 자유와 독립이라는 것이, 정작 그대 자신들의 이념과 정파적 이득을 위한 것이 아니었는가? 이제 솔직해져라! 당신들은 너무도 이율배반적인 것이 아닌가.
이 모든 책임은 궁극적으로 고대영 사장과, 사장을 견제하지 못한 이사진에 있다. 우리는 앞서 수차례 성명서를 통해 자신들의 자리보전을 위해 공영방송을 정권에 헌납하지 말 것을 강조한 바 있다. 지금이라도 잘못된 거래를 멈추고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어라!
KBS에 대한 국민들의 비난의 목소리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 일각에서는 또 수신료거부운동을 주장하기도 한다. 엄청난 국민적 저항에 직면하기 전에 하루 빨리 KBS를 정상화하기 바란다.
2017년 7월 18일
KBS공영노동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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