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워치가 손석희와 JTBC에게 2억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민사소송건과 관련, 손석희와 JTBC 측 소송대리인으로 대표적 친노친문로펌으로 손꼽히는 지평이 선임됐다.
29일 본지 측에 송달된 답변서에 따르면, 손석희와 JTBC의 소송대리인으로 선정된 이들은 법무법인 지평의 이춘원, 신자영, 안다연, 장효정 변호사다. 이 사건(2017가합40443)은 서울서부지법 제12민사합의부에 배당됐다.
법무법인 지평은 국내 10위권 대형로펌이지만 이번에 보내온 답변서 내용은 엉성했다. 손석희와 JTBC는 답변서에서 본지(원고)가 제기한 쟁점사항에 대해 전혀 언급을 하지 않았다. 본지는 소장에서 탄핵반대 태극기집회 당시 배포됐던 미디어워치의 ‘설 특집 호외판’,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 보고서’를 가짜뉴스로 매도한 보도로 인한 금전적 피해를 강조하고, 손석희와 JTBC에게 이들 보도의 근거를 요구했다.
손석희와 JTBC는 2017년 2월에만 미디어워치를 대상으로 총 여섯 건에 달하는 허위비방 보도를 내보냈다. 본지가 발행한 ‘설 특집 호외판’과 ‘태블릿PC 조작 진상규명 보고서’를 제호가 선명히 드러나도록 영상으로 띄우고, 자막과 육성으로도 언급하면서 ‘가짜뉴스’라고 몰아세웠다. 그러나 손석희와 JTBC는 이번 답변서 어디에서도 본지 간행물에서 어떤 부분이 허위인지 전혀 근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시간을 끌려는 듯 위 쟁점을 회피하면서 전선을 넓히려는 부질없는 시도도 엿보였다. 그러면서 다짜고짜 “무엇보다 먼저, 원고가 제기하는 ‘JTBC 태블릿PC 조작설’이 진실에 전혀 부합하지 않음은 이미 검찰 및 특별검사의 수사 결과, 국회 청문회 및 국정감사의 진행 결과와 법원 및 헌법재판소에서의 관계자 증언 및 판결 등을 통하여 명확하게 확인되었다 할 것입니다”고 주장했다.
주목할만한 점은 답변서에서 손석희와 JTBC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태블릿PC 감정 회보서는 언급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국과수는 회보서에서 최순실이라는 이름 자체를 피하면서, 다수가 사용했을 가능성을 제기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국과수는 장승호 사진 삽입과 제주도 동선 불일치, 사진폴더 삭제 등 다양한 조작 근거도 제공했다. 본지는 이러한 국과수 회보서와 자료 분석을 근거로 JTBC 측의 형사고소 건에 대해 무고죄 맞고소를 제기한 상태이기도 하다.
손석희와 JTBC가 국과수를 언급하지 않은 것은 국과수 회보서가 자신들에게 불리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형사 고소는 검사가 자의적인 판단으로 수사를 진행하지 않으면 재판 자체에 돌입하지 않을 수 있지만, 민사 재판은 사건이 배당되는 순간 재판이 진행된다. 본지는 국과수 회보서를 재판 증거자료로 곧 제출할 방침이다.
손석희와 JTBC는 답변서에서 해야할 논리적 반박은 하지 않고 또다시 공갈포만을 늘어놨다. “피고들은 현재 ‘JTBC 태블릿PC 조작설’의 허구성을 구체적으로 지적하는 상세한 준비서면을 준비하고 있습니다”면서 “또한 피고들은 이 사건 소송의 진행 경과에 따라, 관련 자료 등을 적절하게 증거로 제출할 예정입니다”라는 것이다.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은 “JTBC가 답변서를 보내왔는데 그냥 짧게 헌재, 법원, 검찰에서 조작 없다고 판정났다는 내용이 전부”라며 “일단, 태블릿PC 입수경위 조작의 핵심 인물인 JTBC 손용석 취재팀장과 김필준 기자를 즉각 증인으로 신청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렇게 제가 JTBC와 맞붙어서 검찰, 법원에서 전쟁을 치르고 있는 중인데, 오늘 JTBC가 언론중재위에 나와서 조정합의를 했다는 게 이상한 일”이라며 “홍석현 측에서 손석희를 버리는 작업에 착수했고, 언론중재위에서는 손석희가 배제되었다”고 설명했다.
JTBC 측은 본지를 청와대의 다이빙벨 이슈 대응에 동원된 매체인 것처럼 악의적으로 묘사했던 지난달 8일 뉴스룸 보도와 관련해서는 일단 반론보도를 수용했다. JTBC 측은 금번달 29일에 있었던 언론중재위원회 조정을 통해 본지의 입장을 담은 반론보도를 JTBC 홈페이지 뉴스면 원 보도 본문 하단에 싣기로 합의했다.
한편, 법무법인 지평은 참여정부 초대 법무장관을 지낸 강금실 변호사가 동료 변호사 10여명과 함께 설립한 대표적인 친노-친문 로펌으로 손꼽힌다. 강금실에 이어 지평의 2대 대표변호사를 지낸 인물이 인사청문회에서의 천안함 관련 부적절 발언, 또 4차례 위장전입 등으로 2012년 사상 첫 헌법재판관 선출안 부결 사태의 주인공이었던 조용환 변호사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도 지평 출신이다. 지평은 현재 김지형 전 대법관이 대표변호사를 맡고 있다.
문재인 정권에서도 지평의 변호사들이 대거 고위직에 중용돼 언론의 눈길을 끌었다. 김지형 대표변호사는 지난달 24일 신고리5·6호기 공론화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관세청장에 발탁된 김영문 전 부장검사도 지평 소속 파트너 변호사다. 김 청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민정수석비서관으로 있을 당시, 사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했다. 최근 방송통신심의위원회 4기 위원으로 선정된 이소영 씨도 지평 파트너 변호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