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영수 특검이 2017년 1월 국정농단 수사과정에서 입수했다는 최서원 ‘제2태블릿’이 재판에 증거로 사용되지도 않고 특검이 보관만 하고 있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제2태블릿은 ‘최서원이 사용한 또 다른 태블릿’이란 뜻으로 JTBC가 입수한 태블릿과 구분해서 2017년 당시 특검이 부르던 별칭이었다. 특검은 제2태블릿을 최씨의 조카 장시호가 자진해서 제출했다며, 2017년 1월 10일 처음 취재진에 공개한 바 있다.
당시 특검은 최씨와 삼성 사이의 유착 관계를 입증해주는 이메일을 비롯해 각종 국정농단 증거가 제2태블릿에서 대거 발견됐다고 했다. 또한 2017년 3월 6일 발표한 최종 수사결과에서도 제2태블릿과 관련된 내용을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뇌물공여 등 사건’에 포함시켜 두 페이지에 걸쳐 상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작 국정농단 재판에는 제2태블릿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6월 최씨 재판이 종결된 뒤에도 검찰에 넘기지 않은 사실까지 이번에 새롭게 드러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확정됐다면 재판에 사용된 증거들은 관할 검찰청(서울중앙지검)에 모두 넘겨줘야 한다. 최서원 측 이동환 변호사는 당연히 서울중앙지검이 제2태블릿을 보관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지난달 25일 제2태블릿 압수물환부신청서를 서울중앙지검에 제출했다. 재판이 끝났으니 태블릿의 실소유주이자 사용자라고 지목된 최서원에게 제2태블릿을 돌려달라는 요구였다.
하지만 이동환 변호사는 신청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됐다. 최씨 재판 ‘증거목록’ 전체를 샅샅이 살펴봐도 제2태블릿에 관한 압수조서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반면에 최씨의 ‘수사목록’에는 압수조서가 올라와 있었다. 따라서 압수조서는 존재하지만, 막상 재판에는 증거목록에 올리지 않은 것이다. 이는 제2태블릿을 증거로 제출하지 않았다는 뜻이 된다.
결국 서울중앙지검은 11일 “특검이 제2태블릿을 (검찰에) 넘기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며 이동환 변호사에게 환부 불가를 통보했다. 특검이 증거로 올리지 않았으니 재판 종료 뒤에도 검찰에 넘어가지 않은 것이다.
본지 변희재 대표고문은 “삼성과의 연결고리가 나왔다며 떠들썩하게 등장했던 제2태블릿이 정작 재판에서는 증거로 사용되지 못한 사실이 이번에 확인된 셈”이라며 “최서원과 삼성을 엮기 위한 여론 선동용으로 제2태블릿을 사용한 뒤 재판에서는 검증이 두려워 제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변호사는 11일 서울 서초동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제2태블릿 환부신청서를 다시 제출했다. 이어 변 대표고문도 다음주 특검 사무실 앞에서 제2태블릿 반환 촉구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다.
아래는 신청서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