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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조용한 침공 : 호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

“특정한 유형의 정치 공작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필독서”,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 본 칼럼은 일본의 영자지 ‘재팬포워드’에 2018년 11월 18일자로 게재된 앤더스 코(Anders Corr)의 조용한 침공 : 호주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 공작([BOOK REVIEW] 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를 ‘재팬포워드’ 측의 허락을 얻어 완역게재한 것입니다. (번역 : 최인섭)




클라이브 해밀턴이 최근에 쓴 책 ‘중국의 조용한 침공(Silent Invasion: China’s Influence in Australia)‘은 호주 국민들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공의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 문제를 우려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중요한 책이다. 
 
중국 공산당은 클라이브 해밀턴이 고발하고 있는 각종 대외 공작 전술, 기법을 점점 더 과감하게 실행하고 있다. 미국, 유럽, 아프리카 및 아시아 지역의 정치인들과 기업 및 대학들에 자금을 지원하는 행위도 바로 여기에 포함된다.
 
중국 공산당은 같은 식의 전술, 기법을 동남아 전역에 대해서는 훨씬 더 오랫동안 적용해왔다. 중국과 인접해 있는 국가인 일본의 경우도, 그 지리적 조건, 또 광범위한 중국과의 상호무역, 그리고 인구 감소 등 문제로 인해 중국 공산당의 공작에 취약한 상황이다.


당근과 채찍: 무엇이 더 위험한가?  

지난 2018년 10월 8일, 중공은 일본의 ’사도섬 일본 따오기 보호 센터(Sado Japanese Crested Ibis Conservation Center)‘에 따오기 두 마리를 기증한 바 있다. 따오기는 일본에서 문화적 가치가 높은 희귀새다. 
 
중공의 ’신화통신‘은 이를 언급하면서 일본에서는 지난 2003년 이래로 따오기가 모두 멸종했고 현재 일본에 있는 370마리의 따오기는 모두 1980년대 이후 중국의 따오기 다섯 마리로부터 비롯됐음을 전하고 있다. 이처럼 현재 일본의 따오기가 유전적 다양성이 부족하기에, 많은 사람들은 과거에 중국으로부터 왜 더 많은 따오기를 확보할 수 없었는지 의아해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당근과 채찍 전술을 활용한 중공식 접근법이다. 물론 중공은 일본을 겨냥해서는 동중국해 등 문제로는 대부분 채찍을 활용해 왔다. 
 
반대로, 호주는 중공으로부터 당근을 받아왔는데, 이것이 더 위험할 수 있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책에서 “중국은 세계를 장악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으며, 이제껏 호주와 뉴질랜드를 서구에서 패권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을 점검하는 시험장으로 활용했다”고 지적하고 있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183쪽)

클라이브 해밀턴이 이 책에서 호주와 관련해 다룬 중공의 공작 기법은 결국 일본에서도 충분히 시도가 가능한 공작 기법이다. 그렇기에 일본 국민들도 이 책을 읽고서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를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공 ‘소프트파워’의 뿌리  

클라이브 해밀턴이 설명한 중공의 소프트파워 공작은 중화인민공화국 건국 당시까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군대와 총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마오쩌뚱의 다음 발언을 인용한다. 

“아군을 단결시키고 적군을 물리치려면 문화군대(cultural army)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371쪽)


이 “문화군대”는 다양한 형태의 뇌물을 건네 포섭을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경우가 많으며, 호주에서는 더 현대적이고 포괄적으로 활용된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는 이 공작이 비교적 침투가 쉬운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매우 성공적이라고 지적하면서, 이런 공작이 만연해지는 것은 우리 자신을 보호할 수 있는 자유민주주의의 가치와 인권에 대한 국민들의 헌신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우리는 중국 당국가 체제가 경제 통제와 외교 압박, 군비 확장을 포함한 국지적 전략과 국제적 전략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며 비로소 깨닫기 시작했다. 이대로 두면 호주 기관 내부는 전복되고 베이징의 끈질긴 외부 압박이 계속되면서 민주주의 가치를 점점 잊게 되고 결국 호주가 부활한 중화의 조공국이 되리라는 것을 말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184쪽)


호주는 장기적인 문제인 안보나 인권보다는, 단기적인 문제인 무역 이득만 우선시하며 주권을 위태롭게 만들고 있다. 

중공으로부터의 뇌물 또는 신망을 대가로 유화책을 주장하는 호주의 정치인, 기업인, 지식인들로 구성된 ’차이나클럽(China Club)‘이 이에 앞장서고 있다.  

“1987년 외교부와 통상부가 합쳐져 외교통상부(Department of Foreign Affairs and Trade)로 합병될 때 확인된 사실이기도 하다. 당시 두 부서의 서로 다른 세계관 중 어느 것이 우위를 차지할지 의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 “차이나클럽의 신념이 캔버라의 주요 기관을 장악하자, NGO 인권 단체는 물론 국방부나 정보기관도 우려를 드러냈지만 중국과 호주의 경제 관계는 이런 우려를 덮기 시작했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383쪽)


클라이브 해밀턴의 지적이다. 

호주 ‘차이나클럽’과 중공의 ’통일전선’ 

클라이브 해밀턴의 글에서는 그의 자각(自覺)을 확인할 수 있다. 그는 자신의 분석이 일부 사람들에게 과도한 우려로 비쳐질 수 있음도 인정한다. 

2012년부터 2013년까지 호주의 외교부 장관이었던 봅 카(Bob Carr)는 클라이브 해밀턴의 책 출간으로 대표되는 호주의 현재 분위기를 ‘매카시즘 수준의 반중 공포(McCarthyist anti-China panic)’라고 주장하고 있기도 하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161쪽)
 
하지만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런 비판이야말로 중공 공산당이 홍보하는 편견의 산물이라고 반박한다. 그는 봅 카 전 장관을 “베이징 봅(Beijing Bob)”이라고 부르면서 봅 카 전 장관과 관련해서 책의 한 챕터를 할애하여 다뤘다.

시드니공과대학(University of Technology Sydney)에 있는 봅 카 전 장관의 ‘호주중국관계연구소(Australia-China Relations Institute)’는, 중국계 억만장자인 황샹모(黄向墨, Huang Xiangmo)로부터 무려 1,800만 호주달러를 후원받았다.

황샹모는 ‘중국평화통일호주추진회’의 회장이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 단체를 ‘통일전선부(統一戰線部)’ 공작의 산물이라고 지칭하고 있다.
 
통일전선부는 마르크스-레닌주의 전술을 활용해 해외의 학계, 기업계, 정치권에 침투하는 중공의 국가조직이다. 호주의 말콤 턴불(Malcolm Turnbull) 총리(2015-18년 재임)도 황샹모가 중공 정부와 “밀접하게 연결된 외국인”라고 지적했던 바 있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141쪽)





공작의 도구가 된 중공의 민족중심주의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 책을 쓰기 위한 연구를 하려고 중국으로 갔었다. 이 책에는 당시 클라이브 해밀턴이 만난 “친정부적이고 민족주의적인 주장으로 잘 알려진 저명한 한 학자”와의 인터뷰도 포함되었다. 

이 책에서는 그 학자의 이름을 언급하지 않았다. 그 중국인 학자의 솔직하고 합리적인 주장을 감안한다면 그의 실명을 책에 명시하는 것은 위험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350~351페이지)

중국인 학자: 중국에서 나쁘다고 하는 것을 다른 나라는 왜 도입해야 하죠? 호주에 거주하는 중국인들이 수를 앞세워 호주 지도자를 선출하는 과정에 개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클라이브 해밀턴: 호주에 사는 겨우 1백만 명입니다.

중국인 학자: (중공에서) 2천만 명도 보낼 수 있어요. 애국심, 좋죠. 하지만 편향된 애국심은 애국심이 없는 것보다 더 나쁩니다. 중국인이 호주에 가면 반드시 호주 법을 지켜야 합니다. 호주 법을 따르지 않을 권리가 중국인에게 있습니까? 많은 중국인이 이렇게 생각합니다. 애국심에 기반을 둔 것이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고 말입니다. 틀린 생각이죠. 오직 자기 영토 안에서만 그렇게 할 수 있습니다. 상호 존중이 뭐겠습니까? 우리는 다른 방식과 가치를 존중해야 합니다. 중국인의 남의 영토에서도 정치적 문화적 제국주의를 실천할 위험이 있습니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자신의 중국계 호주인 친구들을 비롯한 광범위한 중국 소식통을 인용한다. 그는 그들이 일반적인 호주인들보다 중공의 위험성에 대해서 더 잘 알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은 이 책이 인종차별적(racism)이고 (서양)민족중심적(ethnocentrism)이라고 비난한다. 

하지만 클라이브 해밀턴은 인상적인 자료를 제시하면서 자신이 아니라 중공 공산당이야말로 민족중심적인 세력이라면서 다음과 같이 반박한다. 

“중공은 민족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호주가 위기에 빠진 까닭도 바로 그 때문이다. 호주에 사는 수많은 ‘해외 중국인’이 이탈리아나 인도네시아, 칠레 이주민들처럼 혈통을 중요하게 따지지 않을 때 비로소 호주는 자유로워지고 안심할 수 있을 것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386쪽)


다양한 형태로 진행되는 중공의 공작 

클라이브 해밀턴은 군사적 문제만 중요하게 생각하는 소위 ‘현실주의자’들을 향해서도 반론을 제기한다. 실제로 중공은 19세기 미국이 남미에서 그랬듯이 상대 국가에 ‘매판계급(comprador class, 주로 해외에 거주하는 중국인 요원들)’을 만들고서 경제적 혜택을 주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중국과의 거래를 통해서 이익을 보는 기업인들, 그리고 집권 정당을 양성하여 그 나라에서 우호 여론을 얻어내는 것이 군사력을 이용해서 한 국가를 정복하는 것보다 더 저렴하고 효과적이라는 것이 클라이브 해밀턴의 지적이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이런 전략이 장기적으로 성공을 거두는데 있어서 가장 필수적인 일이 바로 대중을 무력화시키거나 그들의 세계관을 바꾸어서 지배의 불가피성과 합리성을 스스로 받아들이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패권 세력은 바로 이를 위해서 한 사회의 지식인들을 포함한 엘리트들부터 포섭한다는 것이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413~414쪽)

클라이브 해밀턴은 뉴질랜드의 앤-마리 브래디(Anne-Marie Brady) 교수, 그리고 제임스 젠화 토(James Jiann Hua To) 박사 등의 저명한 학자들이 보다 앞서 중공의 정치적 영향력 문제를 다뤘던 사례도 인용한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올해 뉴질랜드 자택에서 컴퓨터를 도난당하기 직전, 중공 정보기관으로부터 협박 편지를 받기도 했다. 앤-마리 브래디 교수는 뉴질랜드의 전직 총리들을 비롯한 일군의 정치세력들이 중공 국영기업 및 싱크탱크의 이사로 임명된 사실을 밝혀냈다. 또한 그녀는 중공 정보기관과의 연관성을 숨기고서 뉴질랜드의 국회의원이 된 양젠(楊健, Yang Jian) 의원의 문제에 대해서도 폭로했던 바 있다. 

뉴질랜드에서 중공의 영향력 문제는 실은 호주에서의 그것보다 더 뜨거운 주제다. 그렇기에 뉴질랜드가 일찍이 이 문제와 관련해 최첨단 이론과 분석을 내놓았던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대중에게 경고 메시지를 던지면서 대책을 제시하는 책
 
이 책에 대한 합당한 비판 중 하나가 있다면, 전반적으로 여러 가지 ‘일화(anecdote)’를 모아놓은 책처럼 보인다는 점이다. 클라이브 해밀턴이 이보다도 자기의식적이면서 또 방법론적으로 정교한 근거들을 제시했다면, 어쩌면 보다 명확한 이론으로써 중공의 정치적 영향력 문제를 탐색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물론 클라이브 해밀턴도 호주에서 중공이 상당한 정치적, 경제적 영향력을 누리고 있다는 자신의 주장과 관련해 나름 데이터를 최대한 철저하게 제시하기는 했다. 하지만 반대파의 주장과 관련한 데이터까지도 심도 있게 검토하지는 못한듯 하다. 한편, 그는 바로 눈앞에 닥친 사건에만 국한하지 않으면서, 호주 바깥에 존재하는 근거도 제시한다. 

하지만 어떻든 현재 이 주제와 관련해 기존의 진부한 학문적 접근이 필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우리는 중공의 영향력 확대가 갖는 위험성을 대중에게 알리기 위한 베스트셀러가 무엇보다 필요했었고, 클라이브 해밀턴이 결국 그 일을 해냈다. 

그는 이 책을 학술논문처럼 포장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책은 제인 메이어(Jane Mayer)가 쓴 책 ‘다크 머니: 극우파의 부상 뒤에 숨겨진 억만장자의 역사(Dark Money: The Hidden History of the Billionaires Behind the Rise of the Radical Right)’와 유사하다. 

미국에서의 정치적 영향력 문제를 다룬 제인 메이어의 중요한 연구처럼 클라이브 해밀턴의 이 책은 읽기 쉬운데다가 아주 유익하면서 어떤 면에서는 유머러스하기까지 하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화웨이가 캔버라 레이더스(Canberra Raiders) 럭비팀과 호주의 연방인프라장관(Minister for Communications, Urban Infrastructure, Cities and the Arts)인 폴 플레처(Paul Fletcher) 의원에게 스마트워치를 선물한 사실도 언급한다. 
 
클라이브 해밀턴은 “(캔버라 레이더스는) 화웨의 스마트시계를 이용해 수분 섭취와 수면, 식사, 건강 등 선수들의 상태를 24시간 감시하고, 화웨이의 태블릿 컴퓨터를 이용해 선수들의 위치와 이동 속도를 확인했다. 구단의 마케팅 담당자는 ‘용기와 존경, 성실, 전문성’이라는 레이더스 구단의 가치관이 ‘화웨이의 기업 가치관과 잘 맞는다’고 평가했다”고 썼다.

“정치인이 차고 다니기에도 좋다”, 당시 폴 플레처 장관은 화웨이로부터 선물받은 스마트시계를 차고 다니다가 경고를 받기도 했는데, 이로써 그가 정보 보안에 대한 의식이 없다는 것을 입증해버린 셈이 됐다. (‘중국의 조용한 침공’ 한국어 번역판 243~244쪽) 
 
‘중국의 조용한 침공’은 특정한 유형의 정치 공작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꼭 읽어 봐야 할 필독서다. 또한 점점 커져만 가는 중국 공산당의 정치적 영향력을 견제하기 위해 뭔가를 하고 싶은 일반 독자들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싶다.

앞에서 우리는 중공의 해외 정치공작에 대한 연구를 하다가 중공 정보기관으로부터 협박을 받은 뉴질랜드의 앤-마리 브래디 교수 사례를 언급했다.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의 경우도 비슷한 일을 겪었다. 이 책을 내기로 예정되어 있었던 첫 출판사가 책의 일부 내용으로 인해 출간 직전에 외압을 느끼고 출간을 포기했다. 이 책을 집필하고 출간하는 데는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했다.
 
그렇기에 클라이브 해밀턴 교수와 그의 책을 출간한 출판사인 하디그랜트북스(Hardie Grant Books)는 우리 독자들의 관심뿐만이 아니라, 감사 인사, 그리고 도움도 기꺼이 받을 자격이 있다. 

우리에게도 더 많은 용기와 인내심이 필요하다. 그 용기와 인내심은 일본 따오기의 새로운 안식처 뿐만이 아니라 전 세계의 장기적인 평화 및 안정을 보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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