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본 칼럼은 변희재 본지 대표고문이 2023년 5월 4일 오후 4시, 박근혜 전 대통령 달성 사저 앞에서 발표하고 전달하는 공개편지 전문(全文)입니다. |
[변희재 · 미디어워치 대표고문]
박근혜 전 대통령님께,
올해 2월 5일, 바로 이곳에서 저는 저의 책 ‘나는 그해 겨울 저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를 박 전 대통령님에게 전달하면서 박 전 대통령님의 입장 표명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과거 박영수 특검 수사 제4팀의 수사관 시절 이른바 ‘장시호 태블릿’(별칭 ‘제2태블릿’)을 최서원(개명전 최순실)의 것으로 조작, 날조했던 사안과 관련해서입니다.
저는 이미 제 책을, 한동훈 장관과 그의 부인 진은정 변호사는 물론이거니와, 태블릿 조작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관계자들인 고형곤 현 서울중앙지검 제4차장검사, 강백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 박주성 대구지검 서부지청 차장검사, 김용제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김종우 대검찰청 정책기획 과장, 강상묵 부산지검 서부지청 부장검사, 노승권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 이규철 법무법인 대륙아주 변호사, 홍성준 법무법인 YK 변호사 등에게도 각각 보내주었습니다.
현재 한동훈과 대통령실은 자신들을 조금이라도 불편하게 하는 비판에 대해서라면 무차별 고소, 고발을 남발하고 있습니다. “김건희가 촬영 때 조명을 사용했다” 이런 수준의 주장을 한 민주당의 장경태 의원은 이미 기소의견 송치까지 된 바 있습니다. 또한 민간 논객에 불과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 강민구 턴라이트 대표 등도 대통령실 쪽을 비판했다가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책은 아예 표지에 “‘최순실 태블릿’은 윤석열과 한동훈이 날조했다”라는 문구가 크게 적혀있습니다. 저는 ‘윤석열’과 ‘한동훈’이라는 당사자의 실명을 정확히 거론하면서 이들이 과거에 현직 대통령에 대한 수사 과정에서 ‘스모킹건’이라고 자랑해온 증거가 실은 전면 조작됐음을 단언한 책을 출간한 것입니다. 이 책은 교보문고에서 베스트셀러에 올라갔으며 조선일보에 전면광고까지 나갔습니다. 그런데 윤석열과 한동훈은 저자인 저에 대해서 소송은커녕, 항의 전화 한 통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동훈의 경우는 제가 두 차례 공문을 보내 장시호와의 특수 관계를 지적하며 “자백하라”고 강하게 요구했지만 관련 사건에 대해 입도 열지 못하고 있습니다.
‘최순실 태블릿’의 원조인 ‘JTBC 태블릿’의 경우에는, 박 전 대통령님의 과거 청와대 행정관 출신인 김한수, 그리고 김한수의 과거 회사 직원인 김성태, SK텔레콤 회장인 최태원, 그리고 서울중앙지검 검사들인 김용제, 김종우, 강상묵 등이 공모해 태블릿 실사용자를 ‘김한수’에서 ‘최서원’으로 조작한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이들은 김한수가 태블릿 실사용자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 그가 개통 직후부터 태블릿 통신요금을 납부해왔다는 사실을 숨기고자 했고, 이에 관련 이동통신 신규계약서의 요금 납부 관련 내용을 날조하는 증거조작을 감행했습니다.
그동안 JTBC 방송사와 검찰, 특검이 주장해온 대로 만약 ‘JTBC 태블릿’의 사용자가 최서원이 맞다면, 저들이 과연 국가허가사업인 이동통신사 SK텔레콤의 고객정보까지 조작, 날조하는 위험천만한 짓을 저질렀겠습니까. 김한수의 계약서 조작 사실이 밝혀지면서 ‘JTBC 태블릿’ 실사용자 조작 문제는 이미 증명이 끝났지만, 향후 해당 태블릿 기기까지 입수한다면 ‘장시호 태블릿’과 마찬가지로 저들이 저지른 모든 조작, 날조 수사 범죄의 전모가 밝혀질 수 있을 것이라고 저는 전망합니다.
그런데, 이보다 더 놀라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언론과 야당 민주당 등이 모조리 입을 다물고 있다는 것입니다. 국민이 선출한 정권을 무너뜨리게 했으며 박 대통령님과 저를 비롯하여 보수 인사 최소 200여 명 이상을 감옥에 집어넣는데 물꼬를 트게 했던 태블릿 조작수사의 진실이 다 밝혀졌고, 또한 조작수사 범죄 당사자들인 윤석열과 한동훈이 일체 반론도 못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과 야당 민주당은 일언반구조차 없습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경우는 과거 성남시장 시절 직접 촛불집회에 참여해 박 대통령님의 탄핵 선동에 앞장섰던 바 있습니다. 현재 민주당의 유력 의원들 모두가 다 마찬가지입니다. 민주당 출신 대통령인 문재인은 집권하자마자 윤석열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에 임명하면서 윤석열로 하여금 보수 인사 200여 명을 구속시키도록 했는데, 당연히 민주당은 이때 윤석열을 최고의 검사라며 추켜세웠습니다. 즉 이들은 탄핵은 물론, 보수 인사에 대한 정치보복에 대해서라면 윤석열과 공범들이었던 것입니다.
언론 역시 한겨레, 경향 등 좌파 언론은 물론, 조중동과 KBS, MBC까지 모두 윤석열과 한동훈의 조작, 날조 수사를 응원하면서 탄핵과 정치보복의 앞잡이 노릇을 했던 과거가 있습니다. 이들은 태블릿 조작수사와 관련하여 기사는커녕, 이 문제를 다룬 제 책 ‘나는 그해 겨울 저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에 대한 광고조차 거부하면서까지 윤석열과 한동훈의 조작수사 문제를 은폐하는데 있어서 지금까지도 동지의식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나마 촛불인사들 중에서 현재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목사), 양희삼 민주시민기독연대 대표(목사), 손혜원 전 국회의원 등이 앞장서서 태블릿 조작수사의 진실을 알리면서 특히 SK텔레콤 회장 최태원의 자백을 받아내는 데 힘을 보태주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촛불인사들도 도무지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문제 중에 하나가, 당사자이자 피해자라 할 수 있는 박근혜 전 대통령님께서 태블릿 진실에 대해서 침묵을 지키고 있다는 것입니다. 어떻게 보면 태블릿 진실의 물결이 결정적인 벽을 넘지 못하는 것은 바로 박 전 대통령님 때문일 수가 있습니다. 촛불인사들이 민주당 이재명 대표 측에 여러 차례 태블릿 조작수사의 진실을 널리 알리자고 제안을 해도 “당사자인 박근혜도 가만히 있는데 우리가 왜 나서나” 이런 반응이라는 것입니다.
무려 6년간 그리고 개중 1년은 투옥까지 되면서 ‘JTBC 태블릿’, ‘장시호 태블릿’ 두 대의 ‘최순실 태블릿’에 대한 조작을 모두 밝혀낸 제 입장에서도 이 진실이 전 국민에게 전해지는데 있어서 ‘박근혜’라는 벽에 의해 막혀 있는 것으로 보일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최순실 태블릿’이라는 조작된 증거로 인해 박 전 대통령님은 공무상기밀누설죄로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님마저 저의 수 차례 보고서 제출에도 불과하고 침묵을 한다면, 촛불진영 인사들은 물론 태극기 세력까지 주저할 수밖에 없을 테고 실제 그런 상황인 것입니다.
더 큰 문제는, 박 전 대통령님 측근 유영하 변호사가 태블릿 진실규명을 방해하는 선을 넘어 원조 태블릿인 ‘JTBC 태블릿’의 조작 주범 김한수를 비호하는 사실상의 공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입니다. 태블릿 진상규명을 위해서 제가 김한수를 상대로 손해배상를 청구했던 사건의 김한수 측 변호인도 유영하의 인맥이자 또한 유영하와 마찬가지로 검찰 출신인 정새봄 변호사일 정도입니다.
저는 처음에는 유영하가 태블릿 문제와 관련하여 무언가 오해를 하고 있다고 돌려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김한수가 조작했다는 증거가 명백히 밝혀졌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계속해서 김한수를 비호하고 있습니다. 유영하가 대구시장에 출마했을 때 대구 지역의 태극기 운동가인 강민구, 김성철 등이 “왜 태블릿 조작범 김한수를 비호하느냐”며 유영하에게 면담을 요청했었는데 이때 유영하는 이 상황을 경찰에 신고해버리곤 도망가버렸습니다. 이 정도면 유영하는 차후 태블릿 조작수사에 대한 특검 수사 결과에 따라 공범으로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저는 박 전 대통령님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되어있을 때부터 유영하의 이러한 이상한 행태에 대해 알려드렸습니다. 또한 올해 2월 5일 기자회견 때도 이 문제를 강조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박 전 대통령님은 올해 4월 동화사 방문 때 또다시 유영하를 등장시켰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유영하는 종편 채널인 MBN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님과 김기현 대표의 면담을 기정사실화하며 자기정치를 시작하고 있습니다.
저를 돕고 있는 촛불인사들에게 제가 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들은 이런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첫째,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항간의 소문대로 유영하에 의해 눈과 귀가 막혀서 정상적인 판단력을 잃었다.
둘째, 박 전 대통령은 진실을 밝혀서 자신의 명예회복을 하는 길을 포기하고, 태블릿 조작수사의 주범인 윤석열과 물밑 거래를 통해 유영하 등 측근들의 TK 공천이나 받아주려 한다.
촛불인사들의 이 두 가지 의견에 대해서 제가 반박할 길이 없습니다.
저는 지난 대선 때부터 윤석열, 한동훈과 같은 검사들이 정권을 잡으면 국민 전체를 상대로 거짓말을 하고 사기를 치는 일들을 벌일 것이라고 수시로 경고해왔습니다. 검사 시절부터 자신의 출세를 위해선 수사마저 조작, 날조로 일관해온 이들이 정권까지 잡으면 무슨 일들을 더 못 하겠는가 하는 당연히 할 수 밖에 없는 생각에서 한 경고입니다.
박 전 대통령님께선 선친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이미 퍼스트레이디 역할을 수행했었고, 본인 역시 대통령 역할을 수행하셨기에, 현재 윤석열 정권이 붕괴시키고 있는 대한민국 헌정 체제에 대해 깊이 우려하고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윤석열 세력은 내년 총선에서 태블릿 조작수사에 직간접적으로 가담한 검사들을 중심으로 이들을 영남권에 공천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을 것입니다. 한편으론 유영하, 최경환, 우병우 등 박 전 대통령님 인맥들이 TK 출마를 준비한다는 설이 파다합니다. 그렇게 밥그릇 싸움이 벌어질 듯하니 윤석열 세력은 조현천 전 기무사령관을 귀국시키고 구속한 뒤, 또다시 탄핵 당시 박근혜 정권의 정치개입 문제와 계엄령 검토 관련 수사 내용들을 흘리고 있습니다. 이 수사의 칼은 상황에 따라서 다시 박 전 대통령님을 향할 수도 있습니다.
저는 혹시라도 박 전 대통령님이 지난 지자체 선거, 그리고 지난 대구 재보궐 선거 때처럼 측근 유영하를 지원하듯이 내년 총선에서도 같은 일을 반복한다면, 박 전 대통령님 명예회복의 길은 끝장이 난다고 장담할 수 있습니다. TK에서 유영하 등 박 전 대통령님 측근 몇 사람이 이른바 ‘뺏지’를 달아 봐야, 대다수 국민들은 “결국 또다시 ‘친박’, ‘진박’ 정치놀음에 빠졌다”면서 손가락질을 할 것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님이 명예를 회복하는 가장 빠른 길은, 윤석열과 한동훈의 조작, 날조 수사 문제를 국민들에게 널리 알려서 짓밟힌 진실을 본래대로 회복시키고, 진실을 무너뜨린 윤석열과 한동훈 및 관계자들을 심판하는 것입니다. 그런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님 탄핵에 찬성했던 촛불 국민들도 탄핵 사안에 대해서도 다시 한번 돌아다보게 될 겁니다. 그렇게 태극기 세력은 물론 촛불 세력까지도 태블릿 조작수사의 진실을 들여다보고 그 계기를 통해 탄핵 문제 역시 새로이 들여다볼 수 있을 때, 바로 그때 박 전 대통령님의 명예회복의 문이 열리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박 전 대통령님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쉽습니다. 지금도 박 전 대통령님을 팔아서 뺏지를 노리고 있는 유영하를 저와 대질시켜주면 됩니다. 제가 10분 안에 유영하로부터 김한수의 태블릿 계약서는 위조, 날조되었으며 이로써 태블릿 실사용자를 바꿔치기 했다는 자백을 받아내겠습니다. 이후 박 전 대통령님은 유영하를 시켜서, 아직도 박 전 대통령 시절 청와대 행정관 직함을 팔고 있는 태블릿 조작주범 김한수를 불러내 주시면 됩니다. 역시 제가 10분 안에 김한수의 자백을 받아내어 검찰은 물론, SK텔레콤 등 조작의 배후까지 밝혀내겠습니다.
박 전 대통령께서 윤석열과 한동훈 등 조작, 날조 검사들에 의해 무너진 대한민국을 살리고 본인의 명예를 되찾을 수 있는 이 쉬운 길조차 도저히 걸을 수 없다고 하신다면, 최소한 이제 침묵을 깨시고 입장이라도 발표해주시기 바랍니다. “(변희재가 주장하는) 태블릿 조작을 믿을 수 없다”거나, 최서원 씨처럼 “설사 태블릿이 조작되었다 하더라도 보수정권 윤석열을 지켜내겠다”라거나, 이제 박 전 대통령님께서 이 문제로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주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저는 양심적 촛불인사들을 포함하여 뒤늦게 윤석열 정권의 정체를 깨닫고 서서히 다시 모이고 있는 태극기 인사들의 도움으로 태블릿 조작수사의 진실 폭탄을 터뜨릴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정작 당사자인 박 전 대통령님께서 진영의 벽까지 뛰어넘은 진실 세력의 편에 서지 않고 오히려 거짓과 사기, 날조 세력의 편에 서겠다면, 저는 6년간 한결같이 탄핵 무효 운동을 해온 입장에서, 가장 앞장서서 박 전 대통령님을 심판할 수 밖에 없습니다. 이후 저는 친박이든 친이든 친윤이든, 썩어빠진 계파들의 타락한 패거리 정치를 모조리 타파하여 새롭고 건강한 보수세력을 키워내는 일에 진력할 것입니다.
부디 박근혜 전 대통령님께서는 측근과 계파, 진영을 넘어서 진실의 길로 들어서 주시기를 간곡히 바라겠습니다.
2023년 5월 4일
변희재 미디어워치 대표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