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 “사직이 아니라 순직하게 생겼다"며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태 해결을 촉구했던 조용수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의 글이 SNS 상에서 화제를 모으고 있다. 전공의 이탈로 현재 대학병원급 의료 상황이 어떠한지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조용수 교수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설마설마 했는데 결국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다. 그리고 여태 돌아오지 않는다. 새벽에 잠들 때 마다 간절히 기도한다. 새벽에 눈뜨면 거짓말처럼 일상으로 돌아가 있길. 이제 의대 교수들이 병원을 떠날 채비중이다”라며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조 교수는 “나는 또 설마설마 하고 있다. 이미 폭풍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지만 여전히 실감이 안난다. 뭔가 너무 비현실적인 상황이라 그냥 모든게 꿈만 같다”며 “정말 이대로 교수들도 병원을 떠나나? 그럴리 없다고 믿지만, 내 예상은 이미 전공의때 한번 빗나갔다. 그리고 이미 나는 알고 있다. 어떻게 될지. 알면서도 애써 부인하고 있을 뿐이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뻔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모든 교수들이 사직을 택하더라도, 응급실과 중환자실은 마지막까지 지켜질 것이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결국엔 전우들이 하나씩 떠나갈테다”라며 “그건 어떤 신념 때문이 아니고, 견디지 못해 나가떨어짐을 뜻한다. 전공의도 다른 교수들도 모두 떠난 몫을 우리끼리 감당하는건 불가능하니까. 목숨이라도 건지려면 떠나는 수 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마침내 하나 둘 동료들이 사라져 갈텐데. 그래도 나는 마지막까지 이곳에 남아 환자들을 지킬 것이다. 창문에 그려놓은 마지막 잎새처럼. 내가 떨어지면 이 땅의 모든 생명이 사라진단 각오로. 끝까지 버틸것이다. 의사 아이가?”라며 “그날이 오면 나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할 것이다. 처절한 나의 투쟁을 실시간으로 전국에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 야당대표가 그랬듯 나는 팔뚝에 하얀 링거를 꽂은채 밥도 먹지 않고 환자를 지킬 것이다. 마치 필리버스터를 하듯, 나는 이틀이고 사흘이고 쉬지 않고 환자를 받을 것”이라며 “서울이든 제주도든 어디살든 아픈자는 모두 날 찾게될테지. 심지어는 대통령도 아프고 의사가 필요하면, 헬기를 띄워 나를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사람들은 침통한 표정으로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연 내가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건 방송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간절함에 달려있다. ‘차관님이 1억원 쏘셨습니다.’ 별풍이 입금되면 나는 쓰러져 있다가도 다시 일어나 환자를 볼 것”이라며 “문월이 제로투를 추듯. 한달도 두달도 버텨낼 것이다. 혹시 내가 못 일어나면 죽었는지 의심하지말고 별풍 액수를 늘려보길”이라고 자조섞인 목소리를 냈다.
조 교수는 앞선 SNS 글에서도 “전공의들이 떠난지 벌써 4주째. 복귀 가능성은 거의 희박해졌다”며 현장 분위기를 전한 바 있다. 당시 글에서 조 교수는 “이제는 어찌저찌 봉합된다해도 돌아오지 않는 이가 많을 것 같다. 응급의학을 포기하고 다른 진로를 알아보고 있단 소식이 속속 들려온다”며 “현실은 그만큼 암울하다. 오히려 단 1명도 복귀하지 않고 모두 떠난 채 이 사태가 끝날 가능성이 더 커 보일 정도”라고 한탄했다.
조용수 교수는 “이 놈의 사회는 필수과 의사들이 제일 많이 고생한다고 제일 많이 챙겨준다더니, 정작 사건이 터지니 제일 많이 고생시키고 제일 많이 짖누르고 있다. 이러니 누가 필수과를 선택하겠나?”라며 “전공의들은 병원을 떠났는데, 봉직이나 개업의들은 잠잠하다. 낙수효과로 미용, 통증을 때려잡아 필수의료로 인력이 흘러들게 한다던데. 어째선지 타겟이 된 미용, 통증 의사들은 묵묵히 영업 잘하고 있고, 대신 필수의료를 맡고 있던 전공의들이 모두 자리를 떠났다”고 지적했다.
그는 “황금알을 낳는 전공의는 이제 없다. 온 국민이 배를 갈라 잡았다. 이제 외길수순이다. IMF때 금모으기를 했듯 전 국민이 합심해야 한다. 병원 방문을 최소화하는건 기본이고, 의료보험료가 크게 오를텐데 허리띠 졸라매고 더 내줘야한다. 큰 병원 방문은 자제하고 지역 의료원등 공공병원을 주로 이용해줘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