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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우석칼럼] 박근혜 사기 탄핵은 왜 “거대한 한판 푸닥거리”였던 것인가

“최서원은 드레스덴 연설문 열람·수정도 하지 않았다” 미디어워치가 22일 항소심 재판 앞두고 제출한 의견서는 현대사의 폭탄...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탄핵 재심 청구의 문 열려

[편집자주]  본 칼럼은 조우석 정치평론가가 유튜브 채널 너만몰라TV에 2024년 8월 19일자로 공개한 영상 ‘[ 조우석 평론가 특별 영상 ] JTBC-헌재 망했다! 박근혜 사기 탄핵! 재심 청구의 문 열렸다! - 2024.08.19.’의 원고를 칼럼식으로 재편집하여 공개하는 것입니다.


[ 조우석·정치평론가 ]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사태는 있지도 않은 귀신을 몰아낸다며 온 나라가 미쳐 돌아간 한판 푸닥거리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마저 든다.… 아니, 애당초 귀신의 실체가 정말로 존재하기나 한 것일까?”

박근혜 탄핵 심판 대리인단 일원이고 동시에 박근혜 형사재판 변호인단으로도 활약했던 젊은 변호사 채명성이 2019년에 펴낸 단행본 ‘탄핵 인사이드 아웃’(기파랑 펴냄)에서 토해낸 장탄식을 나는 지금도 기억한다. 그 책 프롤로그에 실려있는 그 안타까운 의문에 대한 뚜렷한 답변이 5년 뒤인 지금 현실에서 이뤄지고 있다. 박근혜 사기 탄핵의 전모가 새삼 드러난 것이다.

그전에 박근혜 전 대통령 사기 탄핵의 결정적 사유가 된 드레스덴 연설문 유출 문제부터 얘기해야 한다. 독자 여러분은 기억하시는가? 벌써 7년 전인 2016년 10월 24일 손석희의 JTBC가 이른바 ‘최순실 태블릿’을 통한 드레스덴 연설문 유출 단독보도를 하면서 국민에게 큰 충격을 안겨줬다. 


드레스덴 연설문은 박근혜 정부의 국정철학이 가장 잘 녹아있다고 평가받았던 연설문이기도 했고, 그 내용도 우린 어제 일처럼 기억한다. JTBC의 보도가 있기 2년 전인 2014년 3월에 박근혜 대통령은 독일 드레스덴에서 이른바 통일대박론의 구체적 방안을 담아 발표했다. 문제는 이 중요한 극비 연설문을 최순실, 즉 최서원 씨가 발표 하루 전날 소위 ‘최순실 태블릿’으로 받아봤었다는 것이 JTBC의 ‘최순실 태블릿’ 단독보도 내용이었고, 그래서 온 국민은 그 뉴스를 보는 순간 이를 민간인에 의한 국정농단의 결정적 단서로 받아들이면서 바로 ‘떡심’이 풀려버렸다.

복습을 겸해서 당시 뉴스의 캡쳐 자료도 여기에 소개한다. 하나는 박근혜 대통령의 드레스덴 연설 모습이고, 하나는 손석희가 드레스덴 연설문 유출 문제를 보도하는 모습이다. 그리고 또 하나는 당시 보도 때 JTBC가 슬쩍 등장시켜서 국민의 공분을 사도록 유도했던 예전 최서원의 모습이다. 나머지 하나는 그 최서원이 3월 28일 연설문 공개 하루 전에 그걸 봤다고 하는 그래픽인데, 한마디로 손석희는 말도 아닌 헛소리를 떠들어댔던 것이다.

어쨌거나 그 뉴스 직후 박근혜 정권은 사실상 끝났다. 실제로 이후 5개월 뒤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는 박근혜에게 이 드레스덴 연설문 유출 문제를 연결고리로 해서 “헌법 수호 의지가 없다”는 그 악명높은 결정과 함께 파면 망치를 때려버렸다. 그리고 그렇게 이 나라 역사가 뒤집혀버렸다. 대한민국 역사가 바뀌고 이후 문재인 좌익 정권이 들어서면서 적폐청산의 피바람이 불어왔다.

문제는, 박근혜 사기 탄핵의 결정적 사유가 된 드레스덴 연설문의 민간인 외부 유출은 실은 없었다고 하는 내용의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보고서가 바로 지금 새롭게 등장했다는 점이다. 이거 충격인데, 대체 무슨 얘기인 것인가. 즉, JTBC 측은 물론이고 거기에 동조한 검찰 측이 한결같이 주장해온 “최서원이 태블릿을 통해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람하고 수정까지 했다” 등이 전부 허위사실이었다는 것이다.

어디에서 이런 놀라운 뉴스가 터진 것인가. 흥미롭게도 그 손석희를 명예훼손했다는 이유로 무려 6년째 재판을 받고 있는 변희재의 미디어워치 측에서 깜짝 놀랄만한 의견서를 22일, 그러니까 이번주 목요일에 열리는, 명예훼손을 다루는 항소심 재판을 앞두고 제출을 한 것이다. 문제의 그 의견서는 정말 “꼼짝 마라!”가 아닐 수 없다.

누가 감히 이걸 외면할 수 없는 것이, 미디어워치 측 의견서의 근거는 권위의 국과수 보고서라는 것이다. 미디어워치는 예전에는 자세히 들여다보지 않았던 문건인 28페이지짜리 ‘최순실 태블릿’ 관련 국립과학수사연구원 감정 자료(2017년 11월 21일자)를 이번에 다시 면밀하게 훓어봤다. 그래서 미디어워치 측은 이로써 JTBC 측과 검찰 측이 주장해온 “최서원이 태블릿을 통해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람 및 수정했다”고 한 사실은 전부 허위였음을 밝혀냈다.



자, 이렇게 되면, 물론 재판부가 22일에 이 의견서를 두고서 판단을 제대로 할 문제이지만, 정말 엄청난 일이 벌어질 판이다. 당장 JTBC의 손석희를 비판했던 변희재의 미디어워치 측은 무죄를 주장할 수 있다. 허위사실을 가지고 손석희를 비판한 게 아니라는 것을 바로 이 국과수 보고서 하나로 확인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그리고 기소 자체가 잘못된 것이고 검찰에 의한 조작기소라고까지 주장할 수 있는 근거도 또 하나 갖게 된다.

어쨌거나 그건 순리대로 될 것이고, 실은 이 파문은 더욱 커질 수 있다. 즉, 이로써 박 전 대통령의 관련 공무상 비밀누설죄에 관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뒤집힐 수 있음은 물론,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직 파면 결정까지 다 뒤집힐 수 있는 재심 청구의 길이 열리는 것이다. 7~8년 전 이 나라에 불었던 미친 바람을 잠재울 결정적 사건이 될 수도 있는 게 바로 국과수 보고서를 인용한 이번 미디어워치 측의 관련 의견서 제출이다.

국과수의 보고서, 정확하게는 감정회보서인데, 이걸 쓴 사람인 심규선 연구관이 이번 22일 재판에서 증인으로 채택될 가능성도 있다. 이참에 국과수 보고서 얘길 좀 더 하면, 일단 미디어워치 측이 이 국과수 보고서를 살펴 “최서원은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람한 적이 없다”(국과수 보고서의 결론은 “최서원의 드레스덴 연설문 열람 여부는 확인할 수 없다”라는 것이 더 정확한 말이겠지만 여기서 두 말의 차이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이 핵심이다. 

그건 빼도 박도 못하지만, 더 기가 막힌 것은 이 태블릿에는 문서 수정 프로그램이 깔려있지도 않고, 그 전에 열람도 없었다는 점이다. 태블릿에는 오로지 연설문 파일에 대한 다운로드만이 있었던 상황이다.

이해가 가시는가? 최서원이 드레스덴 연설문을 열람, 즉 읽어본 적도 없지만 설사 수정을 하려고 했더라도 문서 수정 프로그램이 없으니까 이도 불가능했다는 뜻이다. 국과수 보고서는 온라인상 프로그램으로 드레스덴 연설문 수정 작업을 한 흔적도 역시 전혀 없다고 밝히고 있는데, 이로써 이 문제를 둘러싼 얘기는 사실상 끝난 것이다. 매우 심플하다.

여기서 눈여겨봐야 할 게 두 가지다. 즉, 지금까지 미디어워치 측은 최서원 씨가 컴맹이고, 또 이 태블릿피씨 소유주가 아니라고 주장해왔는데, 그것도 물론 맞는 소리다. 하지만 미디어워치는 이번에 그 못지않은 더 큰 진실, 그동안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았던 놀라운 진실, 즉 이 태블릿피씨로는 드레스덴 연설문에 대한 열람·수정 자체도 없었다고 하는 진실을 국과수 보고서를 통해 밝혀낸 것이다.


그래서 의문이 하나 든다. 그렇다면 무려 7년 전 국과수의 보고서를 왜 지금껏 유심히 본 사람이 없었던 것인가? 그게 문제다. 한국 사회가 그만큼 혼란스러워서 이 국과수 보고서로서 도출되는 명백한 결론을 정확하게 들여다 볼 만큼 맨정신을 가진 사람이 없었다는 뜻이다. 아까 채명성 변호사의 장탄식대로 엉터리 푸닥거리에 이 나라 사람들이 거의 전부 그냥 정신줄을 놓고 살았다는 얘기다. 박근혜 탄핵 이후 우린 유령과 싸움을 해왔고 헛소동을 벌였으나 이제야 겨우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는 얘기는 결코 과장이 아니다. 

남은 문제가 있다. 조금은 빠른 얘기이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이 정말 재심 청구를 할까 하는 문제인데, 그건 좀 두고봐야 한다. 다만, 이 정도 증거가 나왔으면 박근혜가 재심 신청 자체는 무조건 해야 한다.

바로 이 문제로 오래 투쟁해오고 목숨을 잃은 사람까지 있으며, 그 이전에 대한민국이 체제 전쟁에 휘둘려온 기회비용은 정말 끔찍했다. 이것을 바로 잡을 책임이 박 전 대통령에게는 있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그가 책임을 지는 최소한의 역할이 바로 사기탄핵 재심청구다. 지금까지는 확증이 없었기 때문에 망설였다는 변명이 가능했지만, 드레스덴 연설문 문제가 ‘꽝’으로 드러났기 때문에 재심 신청 자체를 좌고우면하면 안된다.

이제 보수진영 범애국진영이 한 목소리를 내야 할 때다. 누군가는 박근혜가 자기가 가진 권력 하나를 지키지 못했고, 그래서 나라를 망친 장본인이라고 욕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사기탄핵에 눈을 감을 수 없는 것 아니겠는가.

어쨌거나 흥미롭다. 역사가 이렇게 사소해보이는 대목에서 덜컥 바뀔 수도 있다는 걸 염두에 둘 일이다. 문제는, 그렇게 역사를 바꾸는 힘은 결국에는 우리의 의지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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