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ㅣ미국 배우·방송인 노동조합 SAG-AFTRA(이하 노조)가 인공지능(AI) 합성 캐릭터를 영화·드라마에 기용할 경우 실제 배우를 고용한 것과 동일한 비용을 부담하도록 수수료를 부과하는 방안을 스튜디오와 협상 중이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던컨 크랩트리-아일랜드 SAG-AFTRA 사무총장은 워싱턴 AFL-CIO 노동자 서밋에서 “단체교섭이 AI 기술 규제를 위한 가장 빠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고 밝혔다.
노조는 현재 할리우드 스튜디오 연합체인 영화·TV 제작자 연맹(AMPTP)과 오는 6월 30일 만료되는 기존 단체협약 갱신 협상을 진행 중이다. 올해 2월 9일 협상을 시작해 3월 추가 연장까지 거쳤으나 합의에는 이르지 못했고, 공식 협상은 6월에 재개될 예정이다.
‘틸리세’란 무엇인가... AI 배우 틸리 노우드 논란이 도화선
노조가 추진하는 핵심 방안은 ‘AI 합성 배우 수수료’, 이른바 ‘틸리세(Tilly Tax)’다. 이름은 2025년 9월 취리히 영화제에서 공개돼 큰 논란을 일으킨 AI 합성 배우 틸리 노우드(Tilly Norwood)에서 따왔다.
틸리 노우드는 네덜란드 배우 겸 프로듀서 엘린 반 데르 벨든이 설립한 AI 스튜디오 자이코이아(Xicoia)가 만든 완전 합성 캐릭터로, 실존 인물과 무관하게 수백 명의 배우 데이터를 학습시켜 생성됐다.
틸리세는 이처럼 실존 인물과 무관한 AI 합성 캐릭터를 영상 제작에 기용할 때 실제 배우를 고용하는 것과 동등한 비용이 들도록 수수료를 노조 기금에 납부하게 하는 방식이다.
크랩트리-아일랜드 사무총장은 “경제적 인센티브가 인간 배우에게 일감이 돌아가도록 작동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AI 합성 배우가 실제 배우보다 경제적으로 불리해지면 스튜디오가 인간 배우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니다”... 노조 내부도 온도 차
틸리세에 대한 노조 내부 반응은 온도 차가 있다. 노조 AI 태스크포스 멤버 브렌던 브래들리는 버라이어티에 “이것이 완벽한 해결책인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2026년 현재 우리가 가진 최선의 차선책”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조 LA 신기술위원회 전 공동의장 에릭 파소하는 “절대 안 된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하지만 꼭 해야 한다면 수수료는 연금·의료기금으로 들어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조는 이미 선례를 확보한 상태다. 광고·상업 제작물 계약에서는 AI 배우가 실제 배우를 대체할 경우 그에 상응하는 보수가 노조 연금·의료기금에 적립되도록 합의한 바 있다. 또 음반사와의 계약에서도 완전 합성 퍼포먼스에 대한 로열티를 확보했다.
스튜디오 측은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실제 배우를 디지털로 복제하는 것과 달리, 처음부터 완전히 가공된 합성 캐릭터는 배우 조합 규정 적용 대상이 아니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AMPTP는 새 협상 대표로 SAG·AFTRA 출신의 그레그 헤신저를 내세웠다. 그는 노조 지도부와 깊은 친분이 있어 이전 협상보다 실용적 접근이 가능하다는 관측도 있다.
2023년 파업 이후 AI 위협은 더 커졌다
이번 협상은 2023년 118일간의 대규모 파업 이후 AI 기술이 급속히 발전한 상황에서 이뤄지고 있다. 당시 협약에서 노조는 실제 배우의 디지털 복제본 사용에 대한 ‘동의와 보상’ 원칙을 확보했다.
그러나 틸리 노우드처럼 실존 인물과 무관한 합성 캐릭터는 당시 협약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노조 회장 숀 애스틴은 NPR 인터뷰에서 “틸리 노우드는 실제 인간 배우가 아니라 수많은 배우들의 작업물로 훈련된 컴퓨터 프로그램이 만들어낸 캐릭터”라고 규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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