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변희재·미디어워치 대표이사 ]
필자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하기 전부터 그의 퇴진운동을 준비하면서 김용민 평화나무 이사장과 연결, 윤석열과 한동훈의 박근혜 탄핵 관련 태블릿 조작범죄를 진영을 넘어 널리 알리자고 제안했다. 김용민 이사장은 이에 화답, 공동방송을 시작했다. 이 방송은 곧이어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최대집 전 의협회장이 참여, 태극기 촛불 공동집회로 이어지게 됐다. 그러면서 태블릿 조작 사건이 진보좌파에서도 공공연히 인정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었다.
좌우가 손을 잡을 수 있었던 그 기반은 진실이었다. 태극기 촛불집회에 참여한 다수의 진보좌파 측 인사들은 필자의 책 ‘나는 그해 겨울 저들이 한 짓을 알고 있다’를 읽었거나, 최소한 요약본은 확인했다. 그래서 당당히 한동훈의 자택 타워팰리스 앞에서 “태블릿 조작범 한동훈은 자백하라”를 함께 외칠 수 있었다.
태블릿 조작 사건과 관련 명예훼손 혐의로 피소되어 투옥 기간 1년을 포함 무려 8년간 진실투쟁을 해온 필자로서는 조작 사건에 대한 감이 남다를 수밖에 없다. 박선원 의원이 조작한 홍장원 전 차장의 메모 사건은 필자의 눈에 우연히 띄게 된 사건이다. 박선원과 홍장원의 진술은 앞뒤가 하나도 맞지 않았다. 필적 감정을 해보면 박선원의 필체로 확인될 것이란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필적 감정을 하게 되면서 박근혜 탄핵에 이어 윤석열 탄핵 때도 또 하나의 조작 사건에 개입하게 된 것이다.
애초에 박근혜 탄핵용 태블릿 조작 주범인 윤석열에 대해서 퇴진운동을 해온 필자가 윤석열 탄핵을 막기 위해 박선원 메모 조작 사건을 일부러 만들어서 시비한다는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필자는 윤석열에 대한 탄핵은 어차피 정당과 정치인의 활동을 금지한 포고령 1조, 그리고 현업 복귀 않는 의사들을 처단하겠다는 포고령 제5조만 갖고도 충분히 그 사유가 된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러나 이재명과 민주당은 이런 정상적인 길로 가지 않았다. 처음부터 계엄을 내란으로 규정, 이에 대해 조금이라도 다른 의견을 내는 쪽은 내란공범으로 몰아갔다. 이재명의 재판 스케줄보다 앞서서 탄핵을 성사키려다 보니 무리하게 가속 페달을 밟은 것이다.
그 앞잡이가 바로 박선원과 홍장원이었다. 한동훈, 이재명 등 정치인 체포설도 이들로부터 처음 나왔고, 12월 11일에 “검거 요청(위치 추적)’ ‘축차(逐次) 검거 후 방첩사 구금 시설에 감금 조사’” 등 무시무시한 말이 박선원이 공개한 메모를 통해 알려졌다. 이때부터 최소한 이재명과 민주당 영역에선 윤석열의 내란범죄가 확정되었다. 그리고 김어준의 한동훈 사살 거짓선동까지 이어지며 결국 한동훈 손에 의해 윤석열은 탄핵되었다.
그런데 그 메모가 알고 보니 민주당의 박선원 의원이 작성, 즉 조작한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그 박선원은 김어준의 한동훈 사살 거짓선동에도 개입했다. 다만 필자는 단 한번도 박선원의 조작 건으로 윤석열 탄핵의 판이 완전히 바뀐다는 식의 말을 한 적이 없다. 애초에 그럴 의도로 메모 조작건을 잡은 것도 아니다.
다만 내란 증거가 차고 넘친다면서 박선원은 왜 쓸데없이 메모를 조작했는지, 공모자는 더 없는지, 박선원은 홍장원, 곽종근 이외의 다른 군장성들의 위증교사 등에 가담한 건 없는지, 이런 수사결과가 나와야 이 사건의 영향력을 판단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같이 좌우 집회를 하고 방송을 같이 했던 촛불 동지들은 “어차피 다른 군인들도 체포 이야기를 했으니 메모 조작은 의미가 없다. 출연자들도 관심이 없다. 내란범죄의 대세는 이미 결정났다”는 등등의 입장을 밝히면서 사건을 축소 폄훼하는데 모두가 말을 맞춘 듯하다. 유튜브 스픽스 채널에서는 필자가 박선원의 메모 조작을 잡자마자 필자의 고정 코너를 아예 폐지시켜버렸다.
사실 과거에 태블릿 조작을 잡았을 때부터 “그건 지엽적인 것이니 박근혜 탄핵의 대세는 영향 없다”는 식의 말을 하도 많이 들었기에 필자는 이번에도 그러려니 하고 넘어가면 된다.
그러나 박선원 메모 조작이 정말로 윤석열 탄핵 대세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그토록 확신을 한다면 “국회의원이 대통령 탄핵 증거를 조작한다는 게 말이 되나, 재판과 수사를 통해 확실히 가려서 진실은 밝혀야 한다”는 상식적인 멘트 정도는 방송에서 해주기를 바랐던 것이다. 하지만, 놀랍게도 촛불 측 동지 중에 단 한 사람도 이런 말을 해주지 않는다.
과연 촛불과 태극기는 그동안 무엇 때문에 함께 했던가. 대세에 영향을 주던 안 주던 진실은 꼭 밝혀야 한다는 너무나 상식적인 말을 하면 이재명에게 혼쭐이라도 난단 말인가. 아니 대세에 지장이 없다고 하니 진실을 밝히는 건 더 수월하고 부담이 없지 않은가.
태블릿 조작이 별거 아니라고 했지만 결국 그 조작 주범들이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에 올랐다. 그래서 그 진실을 밝히려던 필자는 2차로 구속될 위기에 처해 결국 미국 망명의 길에 오르기까지 했다.
지금 히히덕거리며 메모 조작건이 별 것이 아니라 하는 자들 대다수는 이재명의 조기 집권을 확신하고 있다. 필자는 가능성이 0%라고 판단하지만 이재명이 집권했다고 치자. 1등 공신은 당연히 메모까지 조작해가면서 범보수세력 전체와 싸운 박선원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박선원은 국정원장 등 정부 최고요직에 갈 것이다.
필자는 윤석열, 한동훈 집권 때와 똑같이 진실을 밝히려고 뛰어들 것이다. 이 박선원의 메모 조작 진실이 밝혀지면 이재명 정권의 정통성이 무너지니 마니 온갖 논란 속에 이들은 필자를 또다시 구속하려고 들 것이다. 이 더러운 반문명적 작태를 또 다시 반복하겠다는 것인가. 이런 일들이 벌어질 게 뻔한데 집권이 가능하기나 할까.
이재명과 정청래 등은 촛불과 태극기 세력이 요구한 김영철 검사 청문회 때 태블릿 조작건을 언급되는 것을 막아버렸다. 이제와서 보니 자신들도 얼마든지 조작범죄를 벌일텐데 조작사건을 잡는 게 두려웠을 것이다. 역시 이제와서 보니 영양가 없는 립서비스였지만 겉으로라도 태블릿 조작에 공감해주던 촛불 인사 중에서는 태블릿 진실을 은폐해버린 이재명 혹은 정청래를 비판한 인물이 하나도 없다. 그러니 태블릿과 유사한 조작사건이 또 터지는 것이다.
일을 기대만큼 성공시키지 못했다고 서로 원수가 될 필요는 없다. 그리고 사람이 되지 못하더라도 괴물은 되지 말아야 한다.
최소한 박선원 메모 조작건은 아무런 정치적 의도가 없는 변희재가 잡은 사건이란 점을 뻔히 알면서 히히덕거리며 조롱하고 음해하며 폄훼하는 짓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진실투쟁을 함께 할 의지도 실력도 양심도 없다면 앞으로 박선원 메모조작 사건에 대해 최소한 나를 아는 촛불 논자들은 그냥 침묵을 해주기 바란다.
그 정도의 최소한의 인간적 예의만 지켜줘도 지난 2년간의 촛불, 태극기 활동을 좋은 추억으로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