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강용석 | 지난 10일, 이달 들어 가장 어이없는 뉴스 하나를 접했다. 바로 문화체육관광부가 개그맨 출신 서승만 씨를 국립정동극장 대표로 임명했다는 소식이다.
서 씨는 이미 정치권에서 더 유명할 정도의 친명이자 친민주당 인사로 알려져 있다. 물론 단순히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지지하는 수준을 넘어, 상대 정치세력을 공격하는 스피커의 이미지도 강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동안 좌파 유튜브 채널 등에 출연해 보수 정치인들을 강하게 비판했고, 특히 김건희 여사에 대한 학위논문 표절 논란에 대해 저승사자 옷까지 입으며 잡음을 키웠다. 그러다 지난 2024년 제22대 총선에서 민주당 비례위성정당이던 더불어민주연합 후보 명단에 이름까지 올리기도 했다.
그는 이재명 정부 취임 이후 잠잠한 듯했지만, 결국 공공기관장 한 자리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당연히 정치권에서는 그가 국립정동극장 대표에 오를 만한 관련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이 부족하다며, 보은 인사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문체부는 이에 대해 서 씨가 그동안 방송과 공연 연출, 극장 운영 분야에서 활동해온 공연예술·콘텐츠 기획가라며 전문성에 있어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런 생각이 갑자기 들었다. ‘과연 서승만이 이재명에 열과 성을 다하지 않았다면, 국립정동극장 대표가 되기 충분한 경험과 전문성이 있다는 평가를 받았을까’라고.
문체부 해명대로 서 씨가 공연 및 연출에 관한 경험이 있을지는 몰라도, 과거 개그맨 이미지가 강하고 그게 주업이었던 그가 국립정동극장에서 주로 다루는 전통공연에 대한 제작과 공연, 관련 인사, 국내외 문화교류 등에 얼마나 신뢰할 만한 전문성이 있다는 것인가.
참고로 지난 정부 국립정동극장의 대표는 예술분야 대학 교수 출신이자 전통예술단 예술감독, 전통공연예술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지낸 정성숙 현 동국대학교 문화예술대학원 석좌교수였다.
문재인 정부 당시 김희철 국립정동극장 대표(당시는 극장장으로 불림)는 임명 전까지 세종문화회관 공연예술본부장을 역임했고, 삼성영상사업팀 공연팀장과 충무아트센터 본부장까지 지낸 공연 분야의 전문가였다.
이처럼 누가 보더라도 이 분야의 최고 전문가 중 전문가인 전임자들과 주요 이력부터 비교되다 보니, 서 씨에 대한 보은 인사 지적이 나오는 게 당연한 측면도 있다.
물론 그는 SNS에 자신에 대한 인사 논란을 해명하며 “정동극장은 단순한 공연장을 넘어 국민과 호흡하는 공공 문화복지의 상징이 돼야 한다”며 “편견보다는 실력으로, 구호보다는 성과로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그동안 정치에 지나칠 정도의 편견과 자극적 스피커를 마음껏 드러낸 사람이 이제 와 “편견보다는 실력, 구호보다 성과”를 말하다니 언어도단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스스로 국민의 호흡과 공공을 중시한다면 더더욱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는 게 그의 과거 발언이다.
서 씨는 지난 2021년 이재명 대통령의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 사실상 이 대통령을 옹호하기 위해 자신의 SNS에 “해외에서도 칭찬한 대장동 개발 X는 애들. 대선 끝나고 배 아파서 대장암이나 걸렸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린 바 있다.
만약 대장동 개발과 이재명 대통령을 비판하는 누군가가 국립정동극장에 관객으로서 공연을 보러 가려는데, 서 씨가 이 극장의 대표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그 사람의 머릿속에는 내가 대장암이나 걸리면 좋겠다고 생각하겠구나”라며 발길을 돌리는 게 상식적이지 않을까.
건전한 비판과 풍자도 아니고, 자신과 정치적 생각이 다른 누군가를 향해 대장암 걸려서 사실상 죽으라고 한 것과 다를 바 없는 매우 상스럽고 살벌한 말이었으니.
또 서 씨는 지난 2022년 더불어민주당의 소통 플랫폼 앱에 칼럼을 게재하며 이재명 대통령의 그 유명한 ‘형수 욕설’ 논란에 대해 “나 같으면 더 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해 말 미성년자 시절 특수절도 및 강도강간 사건 연루 의혹이 폭로돼 은퇴한 ‘또 다른 친명·친민주당 연예인’ 배우 조진웅에 대해서는 “좋아하는 배우, 연기 잘하는 배우, 안타깝네”라고 옹호했다가 뭇매를 맞았다.
자기 편이면 형수에 입에 담지도 못할 욕설을 해도 괜찮고, 차량 절도와 여성 강도강간, 폭행, 음주운전을 해도 크게 문제가 되지 않고, 오히려 공감한다는 의미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생각을 가졌다고 충분히 의심되는 사람이 대체 뭐가 ‘국민과 호흡’에 ‘편견보다는 실력, 구호보다 성과’이며, 그를 국립정동극장의 대표에 앉히다니 과연 보은 인사가 아니라는 말인가.
언제는 “가깝다고 한자리 주면 최순실 된다”더니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이후 친명에 대한 보은 인사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립정동극장은 극장장의 위치이자 이번에 서승만 씨가 받은 대표이사직 그리고 이사장직이 각각 있다. 그 이사장 자리에 지난 2월 배우 장동식이 임명됐다.
모델 출신 배우인 그는 최근 10년간 영화나 드라마 출연도 거의 없었던 조연급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공연예술에 대해서도 석사학위 외에 대체 어떤 전문성과 실적이 있는지 정보가 거의 없다. 주목해 볼 부분은 그는 지난 2022년부터 이재명 대통령을 공개 지지하면서, 지난 대선 때는 현장 유세 때도 등장하는 등 서승만 씨 못지않은 ‘친이재명 연예인’이라는 점이다.
또 다른 친이재명 연예인으로 한 자리 차지할 뻔하다가 못한 사람도 있다. 바로 배우 이원종이다.
이미 이재명 대통령이 성남시장 시절부터 그를 공개적으로 지지하거나 조국 수호 집회에도 참석하는 등 정치 성향을 드러낸 이원종은 올해 1월 한국콘텐츠진흥원장 인사가 유력하다는 소식이 나왔다. 이에 당연히 보은 인사를 둘러싼 여론의 상당한 반발이 일었고, 결국에는 면접 심사 끝에 부적격 판단을 받으며 탈락했다.
이원종은 최근 6·3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지역별 더불어민주당 예비후보를 공개 지지하거나, 이들의 선거 캠프에 합류했다거나, 후원회장을 맡았다는 등의 소식이 가득하다. 배우가 아니라 그냥 정치인이 주업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많은 사람들은 그가 한국콘텐츠진흥원장에서 낙마했을 뿐, 언젠가는 이재명 정부에서 알짜 자리 하나로 그동안의 열과 성에 대한 보답을 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보은 인사 논란은 비단 문화·예술계에 국한하지 않는다. 이른바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을 폭로하며 유명세를 탔고, 퇴사 후 좌파 정당에서 정치 활동을 해온 박창진이 최근 한국공항공사(KAC) 자회사의 임원으로 취임했다.
박창진은 원래 정의당에서 정치를 시작했는데, 22대 총선에서 당이 한 석도 못 얻고 사실상 붕괴 위기에 처하자 2024년 말부터 더불어민주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는 민주당에서 대변인직을 얻어 이재명 대통령을 옹호하는 주요 인사 중 한 사람으로 국회와 방송을 종횡무진했다. 그 결과 오늘날 KAC공항서비스의 중장기 전략과 인사, 노무, 예산, 조직, 성과, 홍보, 재무회계 등을 총괄하는 컨트롤타워 임무를 수행하는 특권을 얻게 됐다.
물론 이재명 대통령의 성남 시절 측근들과 그가 대통령이 되기 전 여러 형사 사건의 변호를 맡았던 변호사들(또는 이들의 측근들)이 국회의원이나 공직에 한자리를 얻어 내고 있다.
혹시 가끔씩 측근들에게 한 자리씩 주지 않으면 어디가 허전하거나 불안한 강박관념이라고 있는 것인가.
그런 이재명 대통령을 비롯해 민주당, 좌파 사람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 출신들을 주로 등용하는 측근 정치를 한다며 지난 정권 내내 공격 소재로 삼았다.
윤 대통령은 적어도 자신을 열렬히 지지했던 연예인들을 국립정동극장이나 한국콘텐츠진흥원장 등 공직에 앉혔거나 앉히려 시도조차 하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보은 인사나 특혜 의혹의 빌미를 제공할까 우려해 ‘주려 하지도 그리고 받으려고도’ 하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017년 2월,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대통령 집권 시)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주면 잘못하면 최순실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게이트로 탄핵된 뒤 열리게 된 19대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은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상황이었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최순실’이라는 인물은 좌파 정치인들이 박근혜 대통령의 측근 정치에 대한 악의적 프레임을 씌우기 위한 최고의 소재였다.
당시 이재명 대통령이 한 말을 다시 한번 읊어보자. “가까운 사람들에게 한 자리씩 주면 최순실된다.”
이제 이 대통령이 많은 국민들의 다음과 같은 질문에 답해야 한다. “그래서 지금 당신 주변에는 몇 명의 최순실을 만들었고, 또 만들려 하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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