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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싸잇=한민철 편집국장 | 설탕 가격을 담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아온 CJ제일제당 등 제당사 전직 임직원들이 법원으로부터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이들의 행위가 담합이 분명하다면서도, 그동안 언론 미디어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지적한 ‘폭리 취득’에는 해당하지는 않는다고 판단했다. 담합을 한 건 명백하더라도, 제당사들에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합리적 명분이 있었고, 그 이상의 이득을 취할 목적은 없었다는 설명이다.
지난 2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단독 5부(부장판사 류지미)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된 김 아무개 전 CJ제일제당 식품한국총괄에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공동 피고인인 전직 삼양사 대표와 두 회사의 전·현직 임직원 9명은 징역형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법인에 대해서는 CJ제일제당과 삼양사에 각각 벌금 2억 원이 선고됐다.
이 사건 재판부는 “공정거래법의 기본 취지를 훼손하고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점에서 죄질이 좋지 않다”며 “CJ제일제당과 삼양사는 과거 밀가루, 설탕 등의 담합 사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받고 자진신고 감면 제도를 통해 형사 고발 면제나 과징금을 감경받은 사실이 있음에도 임직원들이 재차 범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사건 공동 행위가 기업 간 거래 시장에서의 담합이라고 하더라도 그 피해는 최종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죄책이 가볍지 않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괄 등은 지난 2021년 2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설탕 가격의 변동 폭과 시기 등을 합의해 결정하는 방식으로 담합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받아왔다. CJ제일제당과 삼양사의 담합 규모는 3조 271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탕 가격 역시 담합 발생 이전과 비교하면 최고 66.7%가량 상승했다.
이 사건 재판 피고인들 전원에 유죄 판결이 내려졌지만, 재판부의 판단 중 인상 깊은 대목이 있었다. CJ제일제당 등이 이번 사건에서 문제가 되는 담합 행위를 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더라도, 이들 회사가 “폭리를 취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본 것이다.
일반적으로 제조 및 유통사들의 담합 행위는 곧 이들의 폭리로 이어진다. 지나친 이득을 취할 목적이 없다면 사기와 시세조종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한 범죄인 담합을 굳이 감행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에 지난해 12월 이번 사건에 대한 최초 보도에서도 “CJ제일제당 등 제당 3사가 짜고 거래처를 속여 폭리를 취한 셈”이라고 지적했고, 여전히 이들이 폭리를 얻었다고 표현하는 보도가 적지 않다.
재판부가 인정한 범죄사실에 따르면, 이 사건 피고인들은 주기적으로 식사 모임을 가지면서 지난 2021년 2월경 설탕 판매가격 인상의 필요성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모임에서도 설탕 가격 인상에 관한 이야기가 나왔고, 인상 시기와 가격 그리고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 실수요업체별 협상 방법에 대해 논의하며 이를 공유했다고 한다. 물론 이는 단순히 각사 구성원 간의 의견 교환에서 끝나지 않고, 상향 보고와 승인 그리고 실행, 또 그 과정에서 쌍방 소통으로까지 이어졌다.
법원의 이번 판결과 같이 이런 행위는 담합이 명백하다. 동종업계 관계자들이 만나 서로 가격 인상의 폭과 시기에 관해 협의하고, 심지어 이후 가격 인하에 관해서도 서로 말을 맞춘 것으로 밝혀진 만큼 담합의 유죄는 의심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그런데 판결 내용을 잘 살펴보면 CJ제일제당 등 이번 사건 관계자들이 왜 설탕 가격을 올리려 했는지 그 원인이 나온다. 당시 원당 가격이 기존보다 크게 올랐고, 이후에도 오를 것으로 충분히 예상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20년 12월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발표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전월(105.2포인트) 대비 2.2% 상승하며 7개월 연속 상승세를 이어갔다. 돌이켜 보면 아직 이때는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고, 이번 사건의 배경이 되는 시기도 여전히 길거리에 사람들이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일상이었다.
그래서 전 세계가 곡물 생산 및 공급 부족 문제를 겪으면서 물가가 상승했고, 2021년 초 원당 가격은 2020년 상반기 대비 무려 36%가 오르는 등 주요 곡물 가격이 크게 올랐다. 심지어 2021년 상반기에도 국제 곡물 가격이 오르면서 빵과 패스트푸드 가격도 상승했고, 당시 롯데칠성음료가 6년 만에 음료수 가격을 평균 7%나 올렸다.
이때 롯데칠성음료는 “원재료 가격의 상승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정”이라고 가격 인상의 이유를 설명했고, 제당사의 대형 실수요업체에서 이같이 밝힌 만큼 원당가가 상승했다는 건 명백한 사실이었다.
주요 곡물 가격, 특히 원당 가격이 오르니 CJ제일제당과 같은 설탕 제조사들도 당연히 제품 가격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봉착할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 팬데믹의 장기화로 각사가 실적이 적지 않은 타격을 입거나 불확실성이 증대됐고, 당시 정부의 인건비 상승 압박에 기업마다 이익 창출 압박이 가중된 게 사실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원료 가격이 상승하고 또 앞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제품 가격을 올리지 않는다면 기업으로서는 자폭 행위와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물론 설탕 제조사들 외에 다른 곡물을 취급하는 제조사도 다들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
이 사건 재판부 역시 이들 피고인들이 곡물 가격 인상 등 대외적 요인으로 인해 부득이하게 제품 가격을 올려야 했다는 점을 인정했다. ‘올리지 않아도 되는 데 올린 것’이 아니라, ‘누가 보더라도 올려야 하는 상황에서 동종업계 종사자들끼리 모여 담합했다’는 판단이다.
이들 피고인들은 문제가 된 모임 당시 “원당가가 너무 많이 올라 수익을 개선하려면 설탕 가격을 빨리 올려야 한다”거나 “가격 인상을 위해서는 롯데칠성음료 등에 통보해서 분위기를 잡아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기에 폭리라는 편견을 거두고 보면, “원재료 가격이 계속 올라가는데 제품 가격을 하루빨리 올리지 않으면 회사 수익에 타격을 준다”거나 “실수요업체에 통보해 가격 인상 의사를 전해야 한다”는 의미로도 받아들일 수 있다.
아무런 명분도 없이 무분별하게 제품 가격을 올리려 한 게 아니었다. 물론 앞서 언급했듯이 이들이 가격 인상 여부를 논의한 자체가 부적절했으며, 심지어 어느 회사가 먼저 이를 단행할지 순서까지 정한 건 명백한 담합 행위에 해당했다. 또 가격 인상 이후, 원당가가 내려가 제품을 인하하려는 때에도 서로가 말을 맞춘 것도 문제가 됐다.
다만 원당의 국제가격이 공시되고 있고, 그렇게 원당가 추이와 환율 등 제품 가격에 영향을 미치는 각종 정보를 롯데칠성음료 등 대형 실수요업체가 이미 파악할 수 있는 상황에서 제당사와 가격 협상에 나설 수 있다.
이에 이들이 제당사들이 마음 놓고 폭리를 취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었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도 그런 취지에서 CJ제일제당 등이 “담합을 했더라도 폭리를 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 피고인들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각 회사가 준법교육 강화와 내부통제 시스템 정비 등 재발방지 노력을 약속한 점을 양형에 반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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