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싸잇=이다현 기자 ㅣ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개전한 대이란 군사작전 ‘장대한 분노(Epic Fury)’ 작전이 54일째에 접어든 가운데, 오는 5월 1일로 예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Resolution)’ 법적 데드라인이 미국 정치권의 핵심 의제로 부상했다. 민주당이 상원 결의안 표결을 다섯 차례 강행했으나 공화당 반대로 전부 무산된 상황에서, 공화당 내 일부 의원들까지 이 시한을 계기로 대통령의 단독 전쟁 수행에 제동을 걸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혀 향후 정치적 파장이 주목된다.
전쟁권한결의법의 법적 구조는
1973년 베트남전 이후 미 의회는 전쟁권한결의법(공법 제93-148호)을 제정해 대통령이 군사력을 동원할 경우 48시간 이내에 의회에 통보하고, 60일 이내에 의회의 승인을 받지 못하면 군대를 철수시키도록 규정했다. 닉슨 대통령의 거부권을 상·하원이 각각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무력화해 통과시킨 이 법은 헌법 제1조의 의회 선전포고권과 제2조의 대통령 군 통수권 사이의 긴장을 조율하기 위해 마련됐다.
법이 허용하는 경우의 수는 세 가지다. 의회가 선전포고 또는 무력사용 승인(AUMF)을 통과시키거나, 대통령이 병력의 안전한 철수에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가 있다고 의회에 서면으로 증명하며 30일의 추가 기간을 요청하거나, 아니면 군사 작전을 종료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습 개시 사흘 뒤인 3월 2일, 상원 임시의장 척 그래슬리에게 서한을 보내 “2026년 2월 28일 이란 정부에 대해 취한 군사 행동을 의회에 알리기 위해, 전쟁권한법에 따라 의회에 충분히 알리려는 노력의 일환으로 이 보고서를 제출한다”고 명기했다. 다만 통보문은 의회의 사전 승인 없이 공습을 단행한 이유는 별도로 설명하지 않았으며,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행동 근거를 “군 통수권자이자 행정수반으로서의 헌법상 권한”으로 적시하는 데 그쳤다.
공습 자체는 2월 28일 개시됐으나, 법적 60일 시계는 트럼프가 의회에 공식 통보한 3월 2일을 기산점으로 삼기 때문에 법적 데드라인은 5월 1일이 된다.
전쟁권한법 제정 이후 이 절차를 온전히 준수한 대통령은 1975년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마야게즈호 사건이 사실상 유일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대부분의 대통령은 48시간 이내 의회 통보는 이행했으나, 60일 이후 철군 의무는 준수하지 않았다. 이 같은 전례는 5월 1일 데드라인이 도래하더라도 행정부가 이를 사실상 무시할 수 있는 역사적 선례가 된다는 분석의 근거가 된다.
공화당 내 균열…콜린스·커티스 “60일 이후 승인 불가” 명시
5월 1일이 가까워지면서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를 지지해온 공화당 내에서도 이견이 표면화되고 있다.
수전 콜린스 상원의원은 세마포 세계경제 서밋에서 “추가 교전을 승인하는 데 찬성 투표를 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고 직접 밝혔다. 콜린스 의원은 “이란 내 군사 교전이 60일째까지 이어진다면 전쟁권한법이 발동되며 대통령은 전쟁을 계속하기 위해 의회 승인이 필요하다고 처음부터 말해왔다”고도 했다.
존 커티스 상원의원도 데저렛 뉴스 기고를 통해 “역사적·헌법적 두 가지 이유에서 의회 승인 없이는 60일의 기간을 넘어서는 지속적인 군사 행동을 지지하지 않겠다”고 명시했다.
공화당 지도부의 기류는 다르다. 존 튠 상원 원내대표는 최근 미군이 이란에서 달성한 성과를 언급하며 “상당히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분쟁을 수습하고 중동 안보를 개선할 출구 계획이 필요하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리사 머카우스키 상원의원은 60일 이후 군사 작전을 공식 승인하는 무력사용 승인 결의안(AUMF) 초안을 공화당 동료 의원들과 함께 물밑에서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전쟁을 중단시키는 것이 아니라 의회가 직접 작전에 공식 승인을 부여함으로써 헌법적 논란을 정리하려는 접근이다.
민주당, 결의안 5차례 강행 표결…모두 무산
민주당은 개전 직후부터 전쟁권한법을 근거로 의회 표결을 지속적으로 압박해왔다. 3월 4일 상원은 47 대 53으로 전쟁권한 결의안을 부결시켰고, 다음 날 하원도 212 대 219로 유사한 결의안을 부결 처리했다. 이후 민주당은 표결을 거듭 요청해왔고, 4월 22일(현지시간) 민주당 태미 볼드윈 의원이 주도한 5번째 결의안이 찬성 46, 반대 51로 또 부결됐다. 이 결의안은 의회의 전쟁 선포나 별도 승인 없이 미군이 이란과의 교전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 척 슈머 의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공화당이 표결을 통해 그를 구해내야 한다”며 공화당 의원들에게 결의안 지지를 촉구했다. 공화당에서는 대표적 반(反)트럼프 인사인 랜드 폴 의원이 이탈했으나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고, 민주당의 존 페터먼 의원은 공화당과 함께 반대표를 던졌다.
크리스 머피 상원의원은 공화당 의원들이 전쟁권한 결의안에 반대하는 절차적 명분을 찾기는 더 쉽지만, 결의안(AUMF)처럼 전쟁 선언에 직접 이름을 올리는 건 전혀 다른 정치적 부담이라고 지적하며, “그 논쟁을 원한다”고 밝혔다.
전선 상황, 휴전·봉쇄·협상 교착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내 지상군은 투입하지 않았으나 수천 명의 군 인력이 중동 지역에 전진 배치돼 있고,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에서 해상 봉쇄를 유지하고 있다.
미국과 이란은 파키스탄의 중재로 4월 8일 2주간의 휴전에 합의했다. 이란은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을 약속했고, 이란이 제시한 10개항 제안을 트럼프 대통령은 협상의 실무적 토대로 평가했다.
그러나 4월 11일 이슬라마바드 후속 협상에서 이란이 미국의 요구 일부를 거부하며 협상이 결렬됐고, 미국은 이란 항구와 거래하는 선박을 대상으로 해상 봉쇄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4월 21일 봉쇄와 휴전을 동시에 연장했다.
작전 초기 수주 내 종결을 시사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협상 압박과 군사 위협을 교차 사용하는 등 상반된 신호를 반복해 의회 안팎의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군 사상자 400명·전사 13명…전쟁 비용 현재까지 약 290억 달러
미 국방부 사상자 분석 시스템(DCAS) 4월 22일 기준 자료에 따르면, ‘장대한 분노’ 작전에서 미군 부상자는 400명을 돌파했다. 병과별로는 육군이 271명으로 가장 많았고 해군 64명, 공군 46명, 해병대 19명 순이었다.
전사자는 13명으로, 이란의 쿠웨이트 작전센터 공격으로 6명이 2월 28일 전사했고, 사우디아라비아 프린스 술탄 공군기지 공격으로 1명이 3월 1일 추가로 목숨을 잃었다. 이후 3월 12일에는 이라크 상공에서 KC-135 스트라토탱커 공중급유기가 추락해 탑승 중이던 6명이 사망했다.
전쟁 비용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추산 기준으로 현재까지 약 290억 달러(약 40조 원)에 달한다.
CSIS 선임자문위원 마크 칸시안은 고가 무기체계 소모와 항공기·군사 인프라 피해가 비용 증가의 최대 요인이라고 분석했으며, 미국이 현재까지 발사한 토마호크 순항 미사일은 850발 이상으로 미국 역사상 단일 전쟁 기준 최다 발사 기록이다.
행정부는 추가로 800억~1천억 달러 규모의 전쟁 자금 추가경정예산을 의회에 요청할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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