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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고' 들어간 정운찬..“여러분야 공부”

제3의후보 급부상..`강금실 반면교사론'도


범여권내 유력한 `제3의 후보'로 꼽히고 있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병술년 한 해의 끝자락에서 깊은 고민에 빠져 있다.


일약 범여권의 `백마탄 기사'로 부상하고 있는 그에게 쏠린 언론과 정치권의 시선은 `(출마 여부를) 빨리 결단하라'는 다그침으로 느껴질 만큼 그를 압박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는 조급하게 결단을 내리지는 않을 듯한 태도다.


최근 서울대 사회과학동 자신의 연구실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첫 마디가 "요즘 정말 정신이 없어"였다. 그의 휴대폰과 연구실 전화기는 5분이 멀다 하고 끊임없이 울려댔다.


비서도 없이 혼자서 사람들과의 약속이며, 전화 응대 모든 것을 챙겨야 하고, 각종 강연이나, 해외 세미나 준비, 자신의 전공(경제학)뿐 아니라 다른 분야 독서까지, 그야말로 정신이 없을 법도 했다.


그는 먼저 언론과 정치권에 대한 야속한 마음을 털어 놓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친분있는 기자들과 어쩌다 만나고 나면 하지도 않은 말을 기사화 하면서 지나치게 앞서 보도 한다는 것이 언론에 대한 불만의 요지였다.


정치권에 대해서는 "나에게 `러브콜'을 보낸다는 기사가 많고, 정치인들을 자주 만나는 것처럼 보도되고 있지만, 실제 만나는 사람은 친구들이 대부분이고, 정치인으로부터 한 번도 얘기를 (러브콜을)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체는 없이 풍문만 요란한 것이 영 신뢰가 가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열린우리당 대선주자들이 양보하겠느냐"고 했던 말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두 대선주자들이 선선히 자리를 양보할리는 없다는 말이었다. 혹여 자신을 `총알받이'로 내세우려는 것은 아닌지 하는 의구심도 갖고 있었다.


정 전 총장은 "어떤 것도 결정한 것은 없다"며 "나는 대통령감이 아니라는 생각에 아직까지 변함이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경제학 말고도 여러 분야에 대한 책들을 읽고 있다"고 했다. "세상 일이 어떻게 될지 모르는 것 아니냐. 정치와 관계없이 공부를 많이 해 놓으면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봉사할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그는 총장직을 그만 둔 후 사석에서 여러 차례 "어떤 식으로든 사회에 봉사하며 살겠다"는 각오를 피력해 왔다. 혹자는 이를 정치 전면에 나서는 것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정 전 총장은 "전에 시사평론을 좀 해 보니까 적성에 맞는 것 같더라"며 우리 사회의 `조언자'로 남게 되기를 더 원한다는 듯이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관계자들은 내년 정국 상황이 그를 그대로 놓아 두지는 않을 것이라는데 별반 이의를 달지 않는다.


심지어 한나라당 인사들 조차 "충청도 출신으로 지역구도상 유리하고, 이미지도 좋으며, 내년 대선의 주요 이슈가 될 경제분야의 전문가라는 점에서 상품성도 뛰어나다"며 그의 파괴력을 인정하면서 경계하는 눈치다.


그러나 그의 `결단'은 시간과 상황의 변수에 달려 있다는게 정치권 주변의 대체적 관측이다.


혼돈속의 여권이 어느 정도 정계개편의 가닥을 잡을 것으로 보이는 내년 봄께, 어쩌면 한나라당의 대선 후보 윤곽이 정해지는 6월까지도 그의 고민은 계속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권의 한 핵심인사는 "너무 빨리 정 전 총장이 부상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이라면서 "결단의 시기는 늦으면 늦을수록 좋다"고 했다.


그렇지만 여권 일각에서는 `강금실 반면교사론'도 나오고 있다.

강 전 법무장관이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을 당시 그 캠프에서 일했던 여권의 한 관계자는 "어느 순간 안 나오면 나쁜 사람이 되는 듯한 분위기가 돼 있더라구요"하는 강 전장관의 말을 소개하면서, 적당한 여당 후보가 없는 상황에서 정치권과 언론이 분위기를 몰아가 떼밀리듯이 출마한 강 전 장관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카드'였다고 결론내렸다. 그는 "정 전 총장도 마찬가지다. 그저 눈치만 보다가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돼서 출마하게 된다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일찍 출마 선언을 할 필요는 없지만, 인적 네트워킹이든, 콘텐츠든 미리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는 얘기였다. 그래서 정 전 총장이 "여러 공부를 하고 있다"고 말한 대목은 그의 진의와는 별개로 각별한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그는 내년 1,2월중에 두세 차례 미국과 영국으로 출장을 다녀올 계획이다. 오래 전에 초청된 행사와 세미나가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비행기를 타면 홀가분하게 생각이 많이 정리되곤 했다"고 말하는 그가 여론의 중압감에서 벗어나 어떻게 생각을 정리하게 될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현재 기자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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