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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여야 정치권을 향해 '개헌 카드'를 던지며 정국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지난해 말 임기 단축을 시사하는 발언 이후 계속된 수세 국면을 반전시키며 단숨에 정국 주도권을 쥐는 듯한 형국이다. 노 대통령의 이번 제안을 두고 야당 등에서 '국면 돌파용'이란 정치적 해석을 다는 것도 이 같은 정국 흐름 변화와 무관치 않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11월말만 해도 전효숙(全孝淑) 헌재소장 인준안 철회를 한나라당에 "굴복한 것"으로 표현하며 대통령 고유의 인사권이 제한되는 데 대한 자괴감을 드러냈다.

곧이어 "임기를 다 마치지 않는 첫번째 대통령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발언이 나왔고, 여당 내에서는 노 대통령에 대한 차별화 시도가 노골화되면서 신당창당 논의가 대세를 이루는 상황이 조성됐다.

안팎으로 권력누수 조짐이 가시화됐지만 오히려 노 대통령은 지난달 21일 민주평통 상임위에서 고 건(高 建) 전 총리 인사실패를 거론, 현실정치 개입 논란을 낳은 것을 신호탄으로 국정운영의 고삐를 죄기 시작했다.

지난달 26일 국무회의에서 "앞으로는 할 말 다 하겠다"며 '메시지 정치'를 예고한 데 이어 지난 3일 첫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앞으로 국무회의를 직접 주재하겠다"며 공직기강 확립 의지를 밝혔고, 이틀 뒤 '업무 소홀'과 부적절한 처신을 이유로 한행수 주공 사장이 전격 경질됐다.

이런 흐름 때문에 이번 개헌카드가 정국 주도권 확보를 바탕으로 국정을 다잡겠다는 노 대통령의 임기말 구상과 연관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노 대통령 자신이 그동안 현행 헌법 개정에 다소 부정적이었다는 점도 정치적 해석을 낳는 요인이다.

노 대통령은 지난해 2월26일 청와대 출입기자단과의 산행에서 "개헌은 이미 대통령의 소관을 떠난 것 같다"며 "특정개헌 이슈에 대해 반대 의사를 표시할 수는 있을 것이지만 적극적으로 개헌을 주도할 수 없다"고 말한 바 있다.

헌법이란 제도 자체보다 제도의 정상적 운영을 가능케 하는 정치문화가 중요하다는 인식에서였다.

그런 점에서 개헌에 관한 노 대통령의 생각이 바뀐 것은 무엇보다 여야를 떠난 '대통령 때리기' 등 임기말 현상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받아들여진다.

레임덕으로 국정과제 추진이 어렵게 되는 상황을 공세적으로 타개해 나가는 동시에 여당을 당정협의의 틀에서 계속 묶어두기 위해 개헌카드라는 정치적 승부수를 꺼내들었다는 분석이다.

노 대통령이 초당적 협조를 전제로 한 개헌논의를 제안하면서 열린우리당을 탈당하지 않은 점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배경이 되고 있다. 여기에는 물론 개헌의 파트너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이 높은 지지도에 안주해 무작정 국민 여론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란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대선 후보들을 향해 "책임있게 국정을 운영하려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개헌을 지지하는 것이 사리에 맞을 것"이라고 촉구한 것은 '내 뒤에는 국민이 있다'는 자신감 표출과 다름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이 제안한 '대통령 4년 연임제' 자체에 대해서는 과거 야당 정치인들도 주장했고, 학계나 시민단체들로부터 광범위한 공감대를 얻고 있는 사안이다.

이 때문인 듯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발표 직후 열린우리당뿐 아니라 한나라당 등 야당의 주요 대권주자들을 비롯한 정치인들이 개헌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발언을 시기별로 소개하기도 했다.

이제 관심은 노 대통령이 개헌 제안의 '다음 수'로 무엇을 던질지에 쏠릴 전망이다.

당장 한나라당이 개헌 제안을 거부하기로 했지만, 노 대통령이 "너무 늦지 않은 시기에 법이 부여한 개헌 발의권을 행사하고자 한다"고 언급, 정치권의 이해관계와 상관없이 개헌논의를 진행시키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기 때문이다.

대연정 정국 때 한나라당의 거부가 거듭될 수록 제안의 강도를 끌어올렸던 노 대통령 특유의 승부사적인 기질도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개헌을 쉽사리 접지 못할 것이란 관측에 무게를 싣는다.

이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선 한나라당이 개헌논의를 끝내 거부할 경우 노 대통령이 개헌문제와 대통령 임기를 연계시키는 중대 결단을 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주목된다
이병완(李炳浣) 청와대 비서실장은 노 대통령의 임기에는 변화가 없고, 탈당도 검토되지 않고 있다면서 '다른 정치 수' 관측을 일축했지만 "어떤 과정이든 최종적으로 국민의 뜻을 물어볼 수 있는 절차가 보장돼야 한다"고 말해 개헌을 위한 '국민투표' 절차에까지 이르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개헌 발의에서부터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약 3개월 안팎의 시간이 소요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국민투표에 이르기까지 올 상반기 내내 정치권의 최고 이슈는 '개헌'이 될 것임은 불문가지이다. 6월 항쟁에 따른 87년 체제 후 시대적 변화에 따른 20년만의 개헌이라는 점도 국민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앞으로 개헌논의가 어떻게 귀결되든 간에 노 대통령의 개헌카드는 주요 정치 화두로 대선정국에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인다.

개헌에 대한 국민적 지지가 높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개헌론과 한나라당의 개헌저지론이 팽팽하게 맞서는 상황이 생길 경우 한나라당이 일찌감치 대세론을 형성한 대선구도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

노 대통령은 특히 국민과의 직접 소통을 통해 개헌구상의 진정성을 알리고 정치권을 설득해나간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담화 발표 후 "멀지 않은 시기에 개헌 문제에 대해 충분히 답변 드릴 수 있는 기회를 만들도록 하겠다"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이르면 이달말로 예정된 신년회견에서 개헌에 관한 노 대통령의 구상이 보다 구체적으로 제시될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어 신년정국은 당분간 노 대통령과 한나라당이 개헌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연합뉴스)
ja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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