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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 추이가 관건..후속타 나올 것"
중대선거구.임기단축 명분 축적용 관측도


"혹시나 하다가 허를 찔렸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9일 전격적으로 개헌론을 제기하자 허탈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노 대통령이 2002년 대선공약으로 제시했던 개헌 문제는 여권이 위기에 닥칠 때 마다 최고의 정국 반전카드로 꼽혀 왔으나 정작 실현 가능성의 문제에 부닥쳐 제대로 제기되지 못한 이슈였다.

열린우리당 정동영(鄭東泳) 전의장은 지난해 5월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현행 5년 단임대통령제는 부자연스런 대통령 무책임제"라면서 "실현 가능한 부분에 대해 최소한의 개헌을 추진하는 원포인트 개헌이 필요하다"며 노 대통령과 똑같은 권력구조 문제에 국한된 개헌 필요성을 제기한 바 있다.

임채정(林采正) 국회의장도 지난 6월 취임 일성으로 "21세기에 맞는 헌법의 내용을 연구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고, 김한길 원내대표 역시 지난 9월 국회 대표연설에서 "이번에 손대지 못하면 다시 20년을 기다려야 한다. 필요하다면 4년 중임제와 정부통령제 역시 검토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지어 한나당 인사들 조차도 그 가능성을 인정했었다. 2년전인 2005년 8월 당시 한나라당 정책위의장이었던 맹형규(孟亨奎) 의원은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권 빅뱅구상:대통령 발 개헌카드'라는 글을 통해 "노 대통령이 궁극적으로 정치권 대변화를 꾀하고 있고 그 실현 가능성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와 대통령직 사퇴 수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 글은 당시 노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이 여야 정치권의 반대로 무산된 이후 나온 것이었다.

맹 의원은 ▲1단계 예상된 파국.정기국회 파행 ▲ 2단계 대통령 당적이탈 ▲3단계 선거구제 개편 및 임기단축 로드맵 제시 ▲4단계 대통령의 개헌안 발의 ▲5단계 국회부결 대통령직 사퇴선언 ▲6단계 조기선거의 수순을 제시하면서 "노 대통령은 지역구도 타파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대통령직에 연연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면서 개헌발의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나라당과 이른바 `빅3'로 불리는 주요 대선주자들의 반대가 분명한 상황에서 노 대통령이 개헌 카드를 꺼내들지는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던 게 사실이다.

127석의 한나라당이 반대할 경우 그 실현 가능성이 없는 데다 노 대통령이 지난해 2월26일 "개헌을 주도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던 것도 개헌론 제기 가능성을 희박하게 전망케 했던 한 이유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은 생각을 바꿔 이날 대국민 특별담화 형식을 빌려 개헌을 전격 제안했다.

그 배경과 향후 정국 시나리오를 둘러싸고 정치권, 특히 한나라당내에서는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다.

우선 "정략적 의도가 없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에도 불구, `정국돌파용 승부수'라는 시각이 많다.

박형준(朴亨埈) 의원은 "노 대통령이 정치 의제와 일정을 주도적으로 끌고 가면서 정치의 중심에 서겠다는 의도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고 했고, 당 정보위원장인 김정훈(金正薰) 의원도 "개헌이슈를 던져서 국민들의 시선이 실정 책임에 집중되는 것을 돌리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나경원(羅卿瑗) 대변인은 최고위원.중진 연석회의 브리핑에서 "동해를 평화의 바다로 표기하자고 했던 노 대통령이 여론의 악화를 우려해 개헌 문제를 꺼내 든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었다"고 전했다.

여기에 노 대통령이 고도의 정치적 수순을 머릿속에 그려놓고 개헌 카드를 제시했다는 견해도 상당하다.

개헌문제가 제기되면 공론화 과정에서 찬반 논란이 불가피하고, 그 과정에서 여론 추이를 보아가면서 노 대통령이 `속마음'이 담긴 후속 카드를 제기할 것이라는 얘기다.

김정훈 의원은 노 대통령이 지역구도 타파를 위해 신념처럼 새기고 있는 중대선거구제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중대선거구제를 먼저 제안하면 반대가 분명하니까 먼저 개헌이라는 국가적 어젠다를 던져서 야당내 혼선을 일게 한 뒤 추후 중대선거구제를 밀어붙이려 한다는 것이다.

임태희(任太熙) 여의도연구소장도 "현재의 판을 흔들기 위한 모든 조치를 다 취할 것 같다"면서 "탈당이나, 임기단축 문제, 선거구제 개편문제 등이 후속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여당의 한 재선의원은 "야당은 뻔히 안받을 것이고, 여당은 찬성할 수 밖에 없는 것을 던진 것"이라며 "여당내에는 통합신당 논의의 발목을 붙잡으면서 여권을 자신의 수중에 장악하거나 최대한 신당논의를 지연시키려는 것이고, 야당쪽의 후발주자들까지도 노린 양수겸장의 카드"라고 분석했다.

그는 "여론의 추이를 보아가면서 노 대통령은 직접 개헌을 발의할 것이며, 여론이 악화될 경우 또 다른 정국 반전 카드가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

당내 친노계로 분류되는 정청래(鄭淸來) 의원도 "노 대통령의 개헌 제안에 대해 여야 정치권에서 어느 누구도 내용에 대한 반대는 없는 것 아니냐"며 "과연 어느 정도의 지지를 받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라고 말해 여론 추이가 사태 진전의 변수가 될 것임을 인정했다.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개헌발의를 하기 전에 `탈당' 및 추가 개각을 통해 중립성 강화를 위한 안전장치를 만들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서울=연합뉴스)
kn020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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