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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가 어려울수록 시장의 경쟁질서를 바로잡아야 제대로 하는 기업들이 걱정없이 기업활동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된다" 권오승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연합뉴스와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시장 경쟁질서의 확립을 위한 소신과 재벌의 공과에 대한 철학, 소비자 주권확립을 위한 방안 등을 소상하게 설명했다.

권 위원장은 특히 기업들의 불공정거래 행위에 대한 적발과 제재는 명확히 하되, 어려운 경제여건과 실효성 등을 감안해 위법행위를 한 기업들에 대한 과징금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겠다는 의사를 처음으로 밝혔다. 그는 이와 함께 앞으로 재계와 적극적으로 만나겠다는 의지를 천명하는 한편 경쟁력을 갖춘 중소기업들이 성장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것이 국가경제를 위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강조했다. 권 위원장은 또 소비자보호원이 공정위 산하로 넘어오는 것을 계기로 올해는 소비자들이 기업들의 불법행위에 대한 감시자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하도록 유도함으로써 소비자 주권을 확보하는 데 정책의 주안점을 두겠다고 말했다.

다음은 권 위원장과의 문답내용.

--지난해 공정위 업무와 관련해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취임 10개월을 맞은 소회는.

▲생각보다 괜찮고 잘 견디고 있다. 처음 공정위원장으로 발령을 받았을 때 평생 공부하던 것을 바탕으로 국가를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구나하고 생각했다. 3년 정도 하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가는 데 필요한 시스템을 갖출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정말 기쁜 마음으로 열심히 했다. 남은 기간동안 어떻게 해야 시장질서를 바로잡을 수 있나 생각하고 있는데 쉽지 않은 과제다.

◇ "원칙 바로 세워야 제대로 된 기업 산다"

--올해 경제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되고 일자리 창출을 위해 기업들의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노력이 진행중이다. 그러나 위원장은 최근 경제가 어려워도 반칙하는 기업들에 엄격한 제재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우리나라의 기업이 어렵다는 데 중소기업이 가장 어려운 상황이다. 중소기업이 제대로 활기있게 경제활동을 할수 있도록 하려면 중소기업의 활동을 옥죄고 있는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지위남용 행위나 대기업집단 구조 때문에 중소기업이 제대로 사업을 할 수 없는 환경, 하도급관련 불공정거래 등을 확실하게 차단해줘야 자기 능력을 다 발휘할 수 있다. 제대로 하는 기업은 전혀 걱정 없이 기업 활동을 할수 있도록 하게 해주고 반칙하는 기업들만 골라서 엄격히 옥석을 가리겠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는 이상하게 시장이 `거래의 장(場)'이라는 생각만 할 뿐 `심판의 장'이라는 생각은 약하다. 심판의 장이라는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게 하려면 시장의 경쟁질서가 확실하게 바로잡혀야 하는데 이를 공정위가 제대로 해줘야 한다. 힘들수록 제대로 된 기업이 살 수 있도록 하고, 소수의 반칙하는 기업 때문에 기업 전체가 나쁘게 인식되는 일이 없도록 하자는 것이다. 기업들이 모두 다 규제받을 것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없다.

◇ "기업 부담 완화하겠다"

--기업 제재와 관련 최근 구상중인 내용이나 정책은.

▲경제가 어렵다고 하니 위법행위를 한 사업자에 대한 제재와 관련해 반드시 과징금을 많이 부과하는 것이 좋은 것인가 하는 고민을 하고 있다. 그런 부분에 대해 재검토를 할 필요가 있다. 기업들에게 하면 되는 것과 안 되는 것에 대한 메시지는 분명하게 주되 제재수준이 높아서 기업들이 부담을 강하게 느낀다면 이를 완화해줘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경쟁질서에 대한 인식은 어느 정도 확산됐으니까 제재의 정도는 재고할 필요가 있지않나 하는 것이다. 반복해서 위반행위를 하면 형사적 제재를 확실하게 하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부담을 적게 해줄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다만 전제가 있다. 기업들이 정말로 다시는 그런 위법행위를 안 하겠다는 자기결단을 해주고 자율준수 프로그램 같은 것들을 많이 도입하는 등 태도 변화가 있어야 한다. 과징금을 1천억원 부과하는 것보다 2천억원 부과하는 것이 반드시 법 집행 의지가 강한 것은 아니다. 그 부담은 결국 소비자가 다 떠안게 되는 것이므로 그런 점들을 재고할 필요가 있다. 또 같은 위법행위라도 카르텔에 대한 과징금과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은 경쟁에 미칠 영향이 차이가 있는데 지금은 그런 것들이 면밀하게 고려되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그런 점들을 제도적으로 다듬어 볼 생각이다.

--공정위는 재계와 입장이 상충하는 측면이 많은데 앞으로 재계와 만날 계획은.

▲재계와 만나는 것은 언제나 환영이다. 만나는 것을 꺼리지 않고 적극적으로 만날 생각이다. 전경련 회장도 그동안 여러 번 만났고 각 경제단체장, 기업들의 모임에 초청받아서 강연도 열심히 했었다. 앞으로도 열심히 할 생각이다.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입법준비는 어떻게 되고 있나. 재임중 더 보완할 계획은 없나.

▲규개위에서 실무심사 중이고 부처 의견도 수렴중이다. 법제처를 거쳐 2월 초에는 국회로 넘겼으면 한다. 그동안 많은 논의를 하고 그 과정에서 큰 가닥은 잡혔기 때문에 정부안대로 통과될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원래는 출총제가 제도의 취지와 수단간 정합성이 떨어진다는 생각이었다.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 그로 인한 지배력 확장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조금 더 발전된 것을 만들어 봤으면 하는 것인데 부담스럽다고 해서 거기까지는 못갔다.

--공정위의 제재결정에 대한 기업들의 소송 제기 등 반발도 늘고 있는데.

▲공정위가 결정하면 누구나 소송할 수 있도록 돼있다. 그것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다. 우리는 1심의 기능을 하는 것이므로 납득하지 못하면 고등법원에 가서 판단을 받아보는 것이다. 법리적인 논쟁이 되는 것이므로 긍정적이라고 본다. 소송을 많이 할 수 있다는 것은 공정위가 그만큼 독립적이라는 뜻이다. 그런 과정을 거치다 보면 공정거래 질서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정립돼갈 것이다.

◇ "재벌시스템 지속성 의문"

--재벌에 대한 소신과 재벌정책에 대한 개선점은.

▲재벌의 공과를 따지면 정확히 계량하기는 어렵지만 1960년대 이후의 경제성장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 그러나 지금 또는 장래를 놓고 봤을 때 과연 이 시스템을 그대로 갖고 갈 수 있을 것이냐 하는 의문은 갖고 있다. 개별시장이 작동해서 심판의 기능을 해야 하는 데 어떤 집단의 계열회사는 상품의 품질이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데도 집단 소속이라는 것 때문에 시장의 평가를 안받고 살아남고, 그보다 능력있는 기업들은 그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것이 문제다. 개별시장의 기능을 저해하는 부분, 중소기업이 위축되는 부분, 부당거래가 생기는 부분 등을 우리는문제 삼는 것이다.

--미래는 창조적인 소수, 창조적인 기업이 국가를 이끌고 갈 것이라는 의견이 제시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 대해 국가적으로 지원해줘야 한다는 의견도 있는데.

▲대기업이냐, 중소기업이냐 하는 문제가 선택적인 것으로는 보지 않는다. 우리나라 경제의 발전모델을 어떻게 잡을 것이냐의 문제다. 삼성전자, 현대차와 같은 국제적인 기업을 계속 키워나가는 것이냐, 아니면 그들은 계속 가게 하고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중견기업들이 많이 나오도록 할 것이냐를 선택하게 하면 나는 후자라고 생각한다. 중소기업들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는 것이 우리경제에 가장 큰 문제라고 본다. 수출과 내수의 괴리, 일자리 문제 등도 중소기업이 제대로 육성되지 못하고 있는 탓이 크다.

--재벌의 지배구조나 경영권 승계에 대한 의견은.

▲개별 기업의 경영권이 어디로 가는지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 다만 대규모 기업집단의 경우에는 경영권 문제가 단순히 개별 기업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경제적으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 그래서 국민적 관심사가 되지 않나 생각한다.

◇ "대기업이 중소기업 성장 지원해야 "

--대.중소기업간 상생협력 노력이 진행되고 있는데 제대로 되고 있다고 보나.

▲대기업들이 국제경쟁하랴 중소기업들 도와주랴 애쓰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중소기업 도우라는 요구가 상당히 부담스럽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선진국으로 가려면 대기업이 다소 부담스럽더라도, 또 무리라는 생각이 들어도 중소기업이 건전하게 커갈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는 누가 하라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그렇게 해야 대기업도 장차 유리한 입장으로 갈 것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 인식이 좀 약한 것 같다.

--중소기업 입장에서 보면 하도급 문제도 아직 아직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

▲공정위가 열심히 하는데 실효적이지 못했다고 비판받기도 한다. 하도급 거래에서 문제 생기면 중소기업이 말을 못하고 있다가 일정단계에 도달하면 문제가 불거지는 데 대기업은 이 단계에서 돈을 준다. 문제가 해결됐으니 공정위에 와서는 경고처분으로 그치거나 하게 되고 그러면 같은 행위가 반복된다. 앞으로는 그래선 안되겠다고 생각한다. 사적관계는 해결됐어도 반복되는 경우에는 엄격하게 제재를 가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법도 약간 바꾸고 집행도 달리해서 앞으로 하도급법은 실효성을 갖출 수 있지 않겠나 생각한다. 기업들이 경제질서를 침해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범죄라고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 어려운 문제를 해결했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카르텔은 경제질서의 기본을 침해하는 행위니까 살인이나 마찬가지 행위를 했다 이렇게 느껴야 한다.

◇ "소비자주권 확립에 역점"

--공정위에 첨단산업 전문가를 확충하는 계획은 있나.

▲공정위 직원들의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특정 산업에 대한 조사능력과 경제분석능력, 법리적인 엄밀성 등이 요구된다. 특히 최근에는 개별 산업의 특수성이 다양해지고 있는데 그 부분이 다소 약하다. 최근 제약산업을 집중 조사하고 있는데, 대부분 특허와 연관된다. 이를 위해서 앞으로는 변리사를 채용하려고 생각하고 있으며 여타 전문가들도 확보하려고 한다. 아울러 공정위 내부직원들에 대한 교육도 강화해 전문성을 대폭 확충하도록 하겠다.

--소비자 문제가 현안으로 부상하고 소비자 권익이 중요해졌는 데.

▲소비자에게 가장 좋은 벗은 경쟁이다. 그것이 세계적으로 인정되는 현실이다. 소비자보호원이 올해부터 공정위 산하로 이관되기 때문에 경쟁정책과 소비자정책을 어떻게 연계시킬 것이냐를 고민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고발해주고 시장 감시자역할을 해줘야 한다. 올해는 그쪽에 역점을 둬서 소비자가 시장의 주체로서 감시자의 역할을 하게 하고 경쟁질서의 혜택을 적극적으로 누리게 하려 한다. 소비자들이 불매운동도 하고 소송도 제기하고 신고도 해야 한다. 그동안은 경쟁법 집행과 소비자법 집행이 따로 움직이는 경향이 있었는데 연계시켜서 앞으로는 소비자단체로 하여금 경쟁법 집행에 적극 참여하도록 하고 그 결과에 대해 그들이 나서서 적극 홍보도 하고 후속조치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서울=연합뉴스) 김지훈 기자
hoon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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