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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이 열개라도 할 말 없는 이광재

[기고] 참여정부에는 특별한 사람만 참여한다

열린우리당이 어영부영 전당대회를 치를 모양이다. 청와대의 페이스에 또다시 말려든 셈이다. 김근태가 하는 짓이 다 그렇지 뭐. 노무현 대통령이 밀면 다소곳이 밀려나고 당기면 고분고분 딸려오는 김근태 당의장, 이보다 더 비굴할 수는 없다. 아마 김근태도 중도통합신당에 결국 합류하기는 합류할 게다. 막차를 타리라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다. 막차로 동승하려면 단식이나 삼보일배를 능가하는 색다른 퍼포먼스를 연출해야 할 터인데 GT진영의 빈약한 기획력과 상상력을 감안하면 별 기대를 않는 편이 낫겠다. 요번엔 한 일주일쯤 굶겠지.

세상에는 평생 설거지만 하는 팔자가 있다. 김근태가 딱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남들 뒤치다꺼리만 하다가 인생 종치는 유형이다. 물론 뒤치다꺼리가 나쁜 일만은 아니다. 바람직한 희생일 때도 분명 존재하기 마련이다. 허나 뒤치다꺼리를 해도 가치 있고 보람찬 뒤치다꺼리를 해야 옳다. 무의미한 뒤치다꺼리는 자학과 자기모멸에 불과하다. 김근태의 파란만장한 정치역정은 노무현 뒤치다꺼리로 대미를 장식할 전망이다. 김근태 의장에게 충고하는 바이다. 정계에서 은퇴한 다음에는 꼭 비데 광고 출연하시라. 깔끔한 뒤처리 솜씨가 국민들의 인정을 받을 날이 반드시 올 테니까.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을지언정 정면돌파를 감행해야 할 시점이 있다. 김근태는 그게 안 된다. 앞을 향해 돌격할 능력이 원천적으로 부족한 탓에 할 수 있는 일이라곤 대책 없이 뭉개고 앉아서 그저 고뇌하고 구시렁대는 것뿐이다. 김근태에게도 한 가지 재주는 있다. 국민들 귀에 쉽사리 접수되지 않는 영양가 없는 외계어들만 골라서 발설하는 것 또한 재주라면 재주다. 질서 있는 퇴각? 도대체 무슨 바둑이 풀 뜯어먹는 소리인지? 바로 뒤가 천 길 낭떠러지인데 질서 있게 퇴각하면 어떻게 되겠나? 집단자살일 따름이지. 무질서해도 괜찮으니 이판사판 전진만이 살길이거늘.

노무현 대통령이 집권여당을 무기력한 모르모트로 만들었다면, 김근태 의장은 한술 더 떠 모르모트를 레밍쥐로 변이시켰다. 타임아웃 요청하고 부하들 청와대에 불러모아 작전지시하는 대통령이나, 저쪽에서 작전 짜고 나온 거 뻔히 봤으면서도 순진하게 기존전술에 집착하는 당의장이나 4차원의 독특한 정신세계를 지닌 인물들이랄 수밖에. 환상의 커플이 따로 없다. 꼬라지하고는.

노무현 대통령은 마법사를 방불하게 하는 놀라운 정치력의 소유자로 한때 칭송된 적이 있다. 오판에 오판을 거듭함으로 말미암아 마법의 위력은 거의 소멸하다시피 했다. 한데 노무현의 마술에 여전히 사로잡히는 어벙한 양반이 정치지형이 새롭게 재편되는 중대한 시국에 여당수장 구실을 하고 있으니 탈이다. 독재정권의 탄압에도 굴복하지 않던 김근태가 겨우 하찮은 노무현의 장난 따위에 좀비가 되어 놀아나다니. 김근태처럼 계속 걸려드는 먹잇감들이 존재하는 까닭에 대통령이 임기 말까지 거미줄을 사방팔방 치고 다니는 것이다. 근태형, 제발 냉수 마시고 속차리세요!

친노직계 정치인의 대명사인 열린우리당 이광재 의원이 열린당 탈당을 결행한 인사들에게 독설을 내뱉었다는 소식이다. 탈당은 역사의 죄를 짓는 것이라나. 그리고 탈당한 정치인들에게는 많은 역할이 주어지지 않을 것이라나. 여당탈당 국회의원들이 역사에 죄를 지을 지 않을 지는 아직은 미지수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확실하다. 탈당의원들의 역사적 죄는 미래의 가정법에 속하고, 이광재 의원이 지은 역사적 죄악은 현재진행형이라는 게. 단지 노무현의 심복이라는 이유만으로 이의원에게는 분수에 넘치는 역할이 주어졌다는 게.

참여정부의 총체적 실패와 관련된 가장 큰 책임은 당연히 노무현 대통령 자신의 몫이다. 열린우리당을 탈당한 천정배 의원과 염동연 의원에게도 상당한 책임이 돌아간다. 그럼에도 이의원은 이걸 명심해주기 바란다. 천정배와 염동연이 조약돌로 돌팔매질 당할 수준이라면 이광재 의원 본인은 설악산 울산바위 밑에 깔려 영원히 신토불이해야 마땅할 정도임을.

노무현 정권의 비극적 몰락은 참여정부 출범을 전후한 초기 세팅과정에서 이미 잉태되었다. 세팅작업에 제일 깊숙이 관여한 당사자가 이광재 의원이다. 민심의 지탄을 받고 있는 이해찬 전국무총리와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이광재 의원이 짜준 계획을 충실히 집행한 죄밖에 없다.

유시민과 김두관이 이끄는 참여정치연구회(참정연)는 기간당원제 소동을 일으켜 여당을 반신불수 상태에 빠뜨렸다. 그러나 참정연이 나라살림을 좌지우지한 건 아니었다. 참여정부의 전반적 국가운용은 의정연구센터(의정연)를 결성한 친노 386들이 맘대로 주물렀다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의정연은 굉장히 묘한 단체다. 이건희 일가를 호위하는 가병들인지 노무현에 충성하는 친위대인지 정체가 아리송하다. 의정연 멤버들은 삼성경제연구소와 자매결연을 맺었다고 불러도 무방할 활동을 서슴지 않았다. 대등한 정보의 교환과 인적 교류가 이뤄졌다면 폐해가 덜했으리라.

실상은 수직적 분업관계였다. 갑은 삼성이었고 을은 친노였다. 삼성경제연구소에서 개발한 정책과 방침이 의정연에 소속된 친노직계들을 매개로 청와대와 행정부에서 관철되는 구도였다. 대통령의 신임과 총애는 삼성연구소와 의정연 사이의 ‘무역역조현상’을 제도적으로 구조화하는 든든한 뒷배경이 되었다. 내치는 오른쪽, 외치는 왼쪽으로 하라는 내용을 담은 삼성경제연구소의 문건이 어떤 경로를 거쳐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의 집무실 책상에 놓이게 되었는지는 굳이 물을 필요가 없으리라.

노무현 정권의 통치노선과 참여정부의 행동반경을 규율하는 삼성의 입김은 나날이 강해져만 갔다. 예컨대 FTA 한미자유무역협정은 의정연 구성원들이 삼성직원들과 세미나 몇 차례 개최하더니 불쑥 최우선 국정과제로 떠올랐다. 의정연의 친노직계 정치인들이 삼성경제연구소에 죽치고 앉아 받아온 제안서가 국가시책에 고스란히 반영되는 형국이었다. 삼성에서 만든 컨텐츠라 역시 달랐다. 서민경제 완전히 작살내고 양극화 철저히 고착시켰다.

더 웃긴 건 결과적으로 삼성의 이익에 봉사하는 간첩노릇을 하고만 백원우, 서갑원, 이광재, 이화영 등의 친노직계 386 정치인들이 개혁세력의 일원임을 고집스레 자처한다는 점이다. 유시민 일파가 격렬히 성토했던 실용주의의 본산은 정동영계도, 안개모도 아니었다. 과거의 민주화운동경력을 팔아 금배지를 단, 입으로는 ‘임을 위한 행진곡’을 노래하면서 몸은 분양가 12억 짜리 대형아파트에 거침없이 입주하는 출세한 친노 386세대였다. 영남친노들이 삼성을 공격하기는 무리였겠지. 이해찬 전총리의 친형이 삼성그룹 고위간부로 재직하므로.

열린당 철밥통 사수방안을 협상하기 위해 친노직계 386이 머리를 맞댄 주요 파트너에는 강봉균 의원도 포함돼있었다. 친노직계-삼성재벌-과천경제부처로 이어지는 신정경유착 과두계급이야말로 노무현 정권의 몸통이었다. 친노 386은 정말 좋겠다. 평범한 서민대중과 달리 먹고살 걱정이 전혀 없기에. 참여정부를 오로지 삼성만 참여 가능한 정부로 타락·변질시키는 데 열과 성을 기울인 반대급부로 삼성이 경력직 사원으로 채용해주지 않겠나. 저 욕심 많고 양심불량의 삼성끄나풀들과 함께 환골탈태를 하겠다고, 양심세력을 꾸리겠다고 우기는 김근태가 국민은 그래서 한심하고 답답하게 여겨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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