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31일 올해 말에 치러지는 대통령 선거와 관련, 누가 정권을 잡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참여정부가 제시한 정책 방향이 다음 정부 정책으로 채택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오후 15개 국정과제위원회 및 자문위원회가 서울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참여정부 4년 회고 및 향후 국정운영방향'을 주제로 개최한 합동 심포지엄에서 이 같은 입장을 밝혔다.
노 대통령은 "결국 누가 정권을 잡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새로운 전략인 사회 투자, 사회적 자본, 동반성장, 균형발전 이런 주제들이 올바로 우리 사회에 의제화되고 정부정책으로 채택돼 우리 사회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돼야 되는 것 아닌가, 그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 관점에서 다음 정권에서도 이런 것들이 잘 논의돼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의 문제와 정책의 문제를 분리해서) 개인적 문제는 좀 사면해 주시면 좋겠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의 이날 특강은 참여정부의 주요 정책 성과들을 소개한 신년특별연설과 거의 비슷했으나 '민주세력이 무능하다'는 일부 논의에 대해 강도 높게 반박했다는 점이 눈에 띄었다.
◆"민주세력 없었으면 우리 경제 주저앉아 있었을 수도 있다"
노 대통령은 "한쪽에서는 문민정부, 국민의 정부, 참여정부가 진보적 정책에 있어서 국민들에게 해놓은 것이 없다고 말하는 분들이 있고 그냥 실용적 관점에서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는 무능했다 이렇게 고백처럼 말하는 분들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의 민주주의와 경제가 칭송을 받고 있는데 왜 우리 한국의 민주 세력이 무능력하다고 하는 것인지, 이것이 다 87년 이전에 이뤄진 것인가"라고 반문한 뒤 "민주주의 관점에서 이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노 대통령은 "90년 이후, 이전 어느 쪽이 성장이 빠르냐. 예를 들면 기술 경쟁력, 과학 경쟁력, 산업 경쟁력, 정보통신산업 경쟁력, 이 토대가 언제 놓인 것이냐. 오늘날 한류라고 말하는 문화산업의 경쟁력이 민주주의 없이 과연 가능한 것이었나"라고 반문했다.
또 "요소 투입형 경제에서 지금 혁신 주도형 경제로, 산업화 시대에서 지식기반 경제로, 그 밖에 등등 많은 변화들이, 이 체질의 변화도 다 87년 이후에 순조롭게 빠른 속도로 격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아마 87년 6월 항쟁과 6.29가 없었더라면 양극화 문제는 그 이전에 아마 터졌을 것이고 우리 경제가 전혀 개혁할, 혁신할 생각하지 않고 제자리 주저 앉아서 그냥 만족하는 저임금 노동집약형 경제구조로 그냥 주저앉아 있었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민주세력 무능하게 느끼는 것은 87년 대선 실패와 수구언론 때문"
노 대통령은 "그런데 왜 민주세력 스스로 무능하다고 느낄까"라고 질문을 던진 뒤 "87년, 88년 민주주의가 승리하고 정권 선거로서 마지막 승리를 굳히고 그 이후에 본격적인 개혁이 이뤄져야 할 시기에 대선에서 좌절해 버렸다"고 답했다.
노 대통령은 "(87년 대선 좌절) 결과로서 주도 세력이 공고하게 구축되지 못하고 그 당시 개혁의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했고 그 이후에도 주도권이나 주도세력이 확고하게 바로 서지 못했다"며 "당연히 그 반대 현상으로서 수구집단에도 힘을 실어줬다"고 말했다.
이러한 87년 대선 좌절과 함께 노 대통령은 "여기에 절대로 무시해서는 안 되는 것이 정부보다 더 막강한 수구 언론이 있지 않나. 신문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하면서 언론의 흐름을 주도해 나가고 있는 노련한 프로들이 있지 않나"라며 언론을 지목했다.
노 대통령은 "87년 대선에서 민주진영이 이기지 못했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이쪽을 제압하지 못한 것"이라며 "다른 방법으로 제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심리적으로 역전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그들이 정치권력을 지금 행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따라서 "이런 환경을 놓고 생각하면 정말 (민주세력이) 상 많이 받아야 한다"며 "우리나라 민주세력들, 열심히 잘 해왔고 앞으로도 잘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성희기자 shk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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