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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에 잠긴 노대통령
(서울=연합뉴스) 배재만 기자 = 노무현 대통령이 22일 저녁 청와대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지도부초청 만찬간담회에서 정세균 당의장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 scoop@yna.co.kr/2007-02-22 19:25:49/
"과거 대통령처럼 되고 싶지 않았는데"

"어떻게 세운 당인데 대통령 못잡나"



(서울=연합뉴스) 노효동 기자 =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신임 지도부의 22일 청와대 만찬 회동은 `상견례'라는 본래 취지와는 달리, 양측의 결별을 확인하는 `최후의 만찬'이 됐다.

노 대통령은 당내 일각의 요구를 수용하는 형태로 탈당 의사를 공식 천명했고 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하는 자세를 취함으로써 양측은 만찬 석상에서 `대통령'과 `여당'으로서의 관계를 사실상 청산했다.

노 대통령이 2004년 5월20일 우리당 지도부와의 만찬회동에서 입당을 선언한 지 33개월만에 당적을 정리한 셈이다.

이런 정치적 의미를 반영하듯 이날 회동은 두시간 내내 침울하고 비장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노 대통령은 탈당 문제를 언급하는 과정에서 임기말 대통령의 탈당이 반복돼온 우리나라의 정치구조와 현실을 안타까워하면서 `비장한 심정'을 수차례 털어놨다는 후문이다.

노 대통령은 "임기말에 과거의 대통령처럼 되고 싶지 않았지만 여러가지 이유와 우리 정치문화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해 안타깝다. 당에 도움이 안돼 매우 미안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특히 탈당의사를 표명하는 과정에서 90년대 `통추(국민통합추진회의)' 시절과 민주당으로의 합당과정, 대통령후보 선출 이후의 어려움, 2002년 대선 막판에 일어난 정몽준(鄭夢準) 후보와의 단일화와 파기사태 등 자신이 정치적 고비를 헤쳐온 과정을 회고한 것으로 전해졌다.

노 대통령은 이어 우리당의 창당 및 이후 과정을 되짚으면서 당에 대한 변함 없는 애착을 나타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탈당보다는 당적 정리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며 과거 대통령처럼 수세적 차원의 `관계정리' 형식을 피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나 "비록 당적을 정리하지만 언론의 페이스로 공격하는 것은 대응하겠다"며 당당함을 과시한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볼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또 "우리당이 정책으로서 창당 정체성을 잘 지켜왔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하면서 "다만 한미FTA(자유무역협정) 문제는 충분한 협의를 하지 못해 미안하다. 당과의 논쟁후 결정했어야 했는 데 (행정부내에서)결단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있었다"고 해명했다.

노 대통령이 이달 안으로 탈당절차를 밟기에 앞서 당원들에게 보내는 편지 형태의 `고별사'를 쓰겠다고 밝힌 것도 당에 대한 애정표현의 일환이라는 풀이다.

이에 대해 우리당 지도부는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비감한 심정", "우리 책임도 크다" "자책감이 든다"며 착잡한 심경을 토로했다. 청와대 윤승용(尹勝容) 홍보수석은 브리핑에서 "어떻게 만들고 세운 당인데, 대통령이 당을 그만두겠다는데도 잡지 못하는가 하는 (안타까워 하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정세균(丁世均) 당의장은 노 대통령이 탈당의사를 표명하자 "비감한 생각이 든다"고 운을 뗀 뒤 "대통령의 당적정리에 대해 이런 저런 생각이 있지만 대통령의 결단을 존중할 수밖에 없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 의장은 그러면서 "당도 책임이 있다"며 "국정운영과 국민을 위한 무한책임을 어떻게 수행할지 걱정되지만 죽을 힘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도 "우리 모두의 공동책임이다. 앞으로 당이 더 적극적으로 할일을 찾아서 하겠다"며 "14일 전당대회때 위기를 극복하고 단합해서 전대를 치렀듯이 새 역사를 만드는데 혼신의 힘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명숙(韓明淑) 총리도 노 대통령의 탈당결심에 안타까움을 표시하면서 당 복귀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총리는 "그간의 고심을 말씀하신 걸 보니 매우 가슴이 아프다. 당출신 총리로서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 같아 자책감이 든다"며 "나도 당으로 돌아가는 게 도리일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회동은 대통령과 우리당이 `법적 관계'를 정리하더라도 `협력적 관계'는 살려나가자는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됐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윤 홍보수석은 "어쨌든 각자의 길은 다르지만 참여정부의 참여정부의 성공적 마무리를 위해 잘해보자는게 결론이었다"고 설명했다.

rhd@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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