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외부선장’으로 거론되는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출마의사를 번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비관론’이 점차 고개를 들고 있다. 전북대 강준만 교수는 7일자 '한국일보' 칼럼을 통해 “한국사회를 지배하는 신드롬이 '정운찬 현상'에 작용하고 있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대통령 감이 못 된다. 거론하지 말고, 여론조사에서도 빼 달라."(2006년 9월)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단언할 수 없다."(12월 20일)
"충청도에는 나라가 어려울 때 일어난 의인과 지사가 많다. 고향을 위해 할 일이 있다면 모든 것을 다 바치겠다."(12월 26일)
"불이 꺼져 가니까 나를 불쏘시개로 이용하려 한다. 대통령에 관심이 없으며 후보로 나설 생각이 없다."(2007년 1월 3일)
"링 위에 사람이 없으니…. 여러 군데서 돕겠다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2월 17일)
"이것이 바로 사회에 공헌하는 것이라고 아직 말할 입장이 아니며 마음을 정하지도 못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지만 나라를 위해 무엇을 할지 생각하고 있다“(2월 23일)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데 어떻게 정치를 절대 안 한다고 할 수 있느냐."(2월 25일)
정 총장의 발언을 일일이 언급한 강 교수는 “정 교수는 이미 홀몸이 아니다. 주변에서 그를 가만 놔두질 않는다”면서 “심층을 파고들자면 한국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7가지 '신드롬'이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범여권을 중심으로 뜨겁게 불고 있는 ‘정운찬현상’이 구태의연한 한국사회의 모순점을 드러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먼저 강 교수는 “'간판 신드롬'”이 작용한다“며 “한국은 '서울대 공화국'이다. 상고 출신인 노무현 대통령은 '안티 서울대'인 것처럼 보이지만, 한때 참여정부 장관급 인사 중 70%, 13명의 청와대 수석비서관 가운데 12명이 서울대 출신이었다는 걸 상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한국인은 물건이건 사람이건 새것이라면 환장을 한다. 거의 종교 수준이다. 정치판에 오래 몸담은 사람은 그곳에 오래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혐오의 대상이 된다”면서 “'새것 신드롬'”도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지역 신드롬'을 언급하며, “여권은 호남을 거저먹고 들어가는 '단일 몰표'로 간주하고, 충청 출신 후보면 충청ㆍ호남을 다 먹는다는 계산”이라며 “노 대통령이 '영남 후보'에 눈독을 들이는 것도 바로 그 셈법”이라고 지적했다.
"'경제신드롬', '인맥신드롬', '바람신드롬'도 작용하고 있다"고 주장한 강 교수는 마지막으로 “‘서열신드롬’을 언급했다. 한국사회는 정치와 교육은 다른 게 아니라 정치가 교육보다 높다고 보기 때문에, 총장 다음엔 대통령을 꿈꾸는 게 아주 자연스럽게 여겨진다는 것이다.
강 교수는 “언론이 대선관련 보도를 하면서 이명박을 '전 서울시장', 박근혜를 '전 한나라당 대표'라고 부르는 건 동종업계 호칭인 만큼 눈 감아 줄 수 있지만, 정운찬을 자꾸 '전 서울대 총장'으로 부르는 건 이상하다”며 “업종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렇지만 한국에선 서열로 보아 가장 높은 직책을 죽을 때까지 불러준다. 정 교수 자신은 그런 서열의식이 없으리라 믿지만, 세상이 그렇다는 것”이라며 “정 교수의 행운과 건투를 빈다”며 글을 끝맺었다.
강 교수는 김대중과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의 이론적 틀을 만들어 킹메이커로 불리고 있으며, 고건 전 총리가 최고 지지율을 올릴 때에도, 고건 신드롬의 한계를 지적한 바 있다.
한편 정운찬 전 총장의 대권설과 관련 “이르면 이달 안에 중대 결정을 할 수도 있다”며 대선 출마의지를 공식적으로 나타냈다고 MBC 6일 보도했으나, 이날 다시 정 총장은 “대선출마 얘기를 꺼낸 적도 없으며, 그 보도는 모두 거짓말” 이라며 또 다시 수습하고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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