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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의 결정적인 사유도 몰랐던 그들

탄핵으로 죽은 것은 대한민국의 언론


탄핵 3주년을 맞아 각 언론사에서 탄핵에 대한 평가 기사가 속속 나오고 있다. 개중 가장 이슈가 되는 것은 뭐니 뭐니 해도 진보진영의 대표적 시민운동가 박원순 변호사의 평가 내용이다.

“헌법에 나와 있는 국회의 권한 행사 방식인 만큼 그 자체를 문제삼기 보다는... 헌법 속에 탄핵소추라는 것은 그동안 장식물에 불과했던 건데 현실적으로 당시 사용이 됐다"

이 발언 내용이 전해지자, 역시 대표적인 친노매체 데일리서프라이즈에서는 비판적 보도기사를 실었고, 관련 댓글 내용 역시 박원순 변호사에 대한 비난 일색이다. 그리고 이 기사는 뉴시스를 통해 조선닷컴에도 전해졌다. 법률 전문가인 박원순 변호사가 볼 때는 답답한 노릇일 것이다.

지난 해 서울대 법과대학교 주최 ‘법의 지배’ 세미나에서는 탄핵 관련 방송의 불공정 보도 토론이 있었다. 당시 언론재단의 한 책임연구원은 “탄핵은 대통령이 사과하지 않자 야당들이 홧김에 저지른 일이다”라는 발언을 하여, 논란을 일기도 하였다.

사실 놀랍게도 탄핵의 찬반 논쟁을 떠나 탄핵의 가장 결정적인 사유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언론 전문가라는 사람조차 탄핵의 사유도 모르는 채 탄핵 찬반 논쟁을 벌이고 있는 격이다.

이번에 탄핵 관련 기획을 한 CBS 인터뷰내용을 봐도 마찬가지이다. 탄핵 반대자로 나선, 임종석 열린우리당 의원, 윤민석 작곡가는 물론 심지어 탄핵을 주도한 조순형 전 민주당 대표와 최병렬 전 한나라당 대표조차도 자신들이 왜 탄핵을 했는지 기억을 잃어버린 듯하다.

조순형 전 대표는 “노대통령이 민주당을 탈당하지 않았다면 탄핵이 불가능했을 거다”라며, 너무 근본적인 이야기만 되풀이하고 말았다.

대통령 탄핵의 시작은 총선 직전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라는 대통령의 총선 개입 발언이었다. 민주당을 비롯한 야당은 이에 사과를 요구하자, 대통령은 3월 11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재신임을 총선결과에 연계시키겠다”는 새로운 제안을 했다. 이에 주저하던 야당 의원들이 대거 동참하면서 탄핵정족수를 채워 탄핵발의안은 통과되었다.

탄핵 가결 당시 이른바 진보 지식인들은 대통령의 재신임과 총선을 연계시키는 노대통령에 대해 “정말 진정성이 있는 대통령”이라며 찬사를 보내곤 했다. 자연인 노무현으로만 판단하자면 멋있는 결정이다.

그러나 대한민국 헌법의 가장 중요한 정신인 3권분립으로 따지면 이는 명확히 위헌이다. 행정부 수반의 임기를 무기로 입법부 구성권을 제약하러 들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결정적인 탄핵사유는 탄핵발의안 상정 직후 나왔기에 실제로 탄핵 판결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의 총선개입 발언과 재신임을 국민투표로 연계시키려는 행위 등, 대부분의 사안에 대해 위헌판정을 내렸다.

탄핵 직후, 논쟁은 총선의 승패로 이어지면, 대통령이 헌법을 지키는 것이 헌정질서 유지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등에 대한 논의는 완전히 중단되었다. 오직 탄핵 반대는 진보, 탄핵찬성은 수구라는 이미지로 전투모드로 들어갔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의 문제점을 짚어줘야 할 언론 역시 정치권력의 줄세우기에 놀아나면서 공정하고도 객관적인 담론은 모두 사라졌다. 엄밀히 말하면 탄핵은 정치적 행위였지만, 탄핵으로 맞아죽은 것은 대한민국 언론이었다. 언론은 그 이후에도 4대입법 논쟁 등 사안마다 서로 줄서기를 하며, 정치권의 응원부대로 전락하고 말았고, 아직까지 이 후유증이 치유되지 않고 있다.

노대통령은 여전히 개헌정국을 주도하며 아슬아슬한 위헌의 줄타기를 시도하고 있다. 하지만 언론의 보도태도는 여전히 탄핵 후유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보수언론은 개헌안 자체가 이슈가 되는 것을 막기 위해 의도적으로 이에 대한 보도를 축소한다. 반면 진보언론은 개헌안 자체의 위헌성에 대한 논의는 접은 채, 야당을 향해 논의에 응하라고 소리친다. 둘 다 개헌안의 위헌성 논의는 피해간다. 언론이 철저히 정략에 놀아나는 것이다.

탄핵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는 이 때문에 언론의 정상적인 기능 복원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스로 민주주의자라고 칭하는 사람들이라면 가슴에 손을 얹고 답해보기 바란다.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를 총선과 연계시키는 것이 3권분립에 위반되는가 안 되는가? 그럼 대통령의 행위가 위헌인가 아닌가? 그랬을 때, 국회의원 3분의 2의 동의를 얻어 탄핵안을 가결시킨 것이 의회쿠테타인가 아닌가? 언론은 이러한 기초적인 질문조차 던지지 못했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버림받아버린 것이고, 개헌정국에서도 또 다시 이를 되풀이 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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