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4년 연임제 개헌안’에 대한 비판여론이 거듭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직접나서 포털사이트 광고, 국민 e메일 발송 등을 통해 ‘개헌 정당성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와 관련 학계와 정치권에서는 ‘사전선거운동’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면서 위법성 논란에 휩싸였다.
국정홍보처는 최근 개헌의 정당성을 설명하는 홍보물 제작해 15만부는 다중이용시설에 배포하고, 85만부는 몇몇 신문에 끼워 각 가정에 배달한 사실이 밝혀졌다. 23일 홍보처는 “신문배달망으로 배포한 85만부의 홍보물 가운데 50만부는 중앙, 경향 등 중앙일간지를 통해, 35만부는 지방신문과 무료신문을 통해 배포했다”고 밝혔다
‘개헌, 더 나은 미래를 위한 선택입니다’라는 제목의 이 홍보물은 정부 ‘헌법개정추진지원단’이 제작한 것으로 돼 있으며, 모두 8쪽 분량이다. 홍보물의 마지막 페이지에는 지난 8일 청와대에서 가졌던 노 대통령의 기자회견 요약문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권위주의적 개헌홍보물 배포 즉각 중단하라”라고 나섰다. 박영규 수석부대변인은 24일 "개헌 홍보물을 찌라시로 만들어 각 가정마다 배달한 것은 60%가 넘는 국민들의 반대여론을 우격다짐 식으로 바꾸어놓겠다는 권위주의적 발상“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박 부대변인은 “특히 홍보물에 대통령의 기자회견문까지 실은 것은 정치적 중립성을 심각하게 훼손하는 것이며, 노대통령 임기 내 개헌을 반대하고 있는 한나라당 유력 대선 주자들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기 위한 ‘사전선거운동’의 성격이 짙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실제로 이러한 '앞뒤안가리기 개헌홍보'에 대해 국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둔촌동에사는 김 모 씨는 "요즘 출근길 지하철에서 보면 몇몇 사람들이 개헌홍보물을 나눠주고 있고, 아파트 단지에도 홍보물을 쫙깔아놓고 있다"며 "국민의 혈세를 이런식으로 낭비해도 되는거냐"고 비판했다.
한편 정부는 최근 국민들에게 이메일을 통해 개헌시안 설명자료를 발송한 데 이어 독자적인 개헌 인터넷 사이트를 개설, 주요 포털사이트의 광고 등을 통해 개헌홍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상태. 국정홍보처의 지휘 아래 정부주요기관들은 앞 다투어 '노무현 대통령의 임기 내 개헌 필요성'을 열창하고 있다.
홍보처는 지난 7일 정부부처에 “각 부처로부터 e메일을 받아보는 정책 고객들에게 개헌 당위성을 홍보하는 e메일을 보내라”는 협조 요청 공문과 홍보 문안을 보냈다. 이에 따라 각 정부부처들은 지난 19일부터 수만 여명의 국민들에게 메일을 발송하면서 공무원의 부적절한 개헌 운동 동원 논란이 불거졌다.
또한 대국민 e메일 발송, 공청회 홍보 등이 현행 국민투표법상 사전 운동에 해당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시민과 함께하는 변호사들(이하 시변)’은 23일 "중앙선관위에 김창호 국정홍보처장과 임상규 정부 헌법개정지원추진단장(국무조정실장)의 국민투표법 위반 여부에 대해 유권해석을 의뢰한다"고 밝혔다.
시변 측은 “시변 차원에서 현행 국민투표법과 정부의 개헌 홍보 활동을 면밀히 검토해본 결과, 공무원들이 국민들에게 보낸 e메일이 국민투표법 제26조와 제118조에 규정된 사전 운동에 해당돼 불법이라는 결론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시변 측은 또 "만약 이들의 행위가 국민투표법 위반에 해당한다면, 선관위가 관계 법규에 따라 적절한 법적 조치를 강구하기를 요청한다"고 주장하는 한편 "선관위의 유권해석과 그 조치 결과에 따라 추후 법적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정부는 '헌법개정추진지원단(단장 임상규 국무조정실장)' 주관으로 오는 26일 '헌법개정 시안에 대한 여론 수렴을 위한 광주, 전남지역 ‘공개토론회'를 시작으로 29일까지 춘천 등 전국 12개 지역별로 내날 초 발표하는 개헌 시안에 대해 홍보하고 각계 인사들의 의견을 개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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