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최종 협상이 26일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시작됐지만 양측 협상단은 이전에 비해 한층 긴장된 모습을 보이며 협상의 진행상황에 대해 일체 함구하고 있어 주고받기가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매우 답답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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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카란 바티아 USTR 부대표 통상장관급 회담 개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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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양측이 사실상 시한인 30일 저녁까지 협상을 마무리짓는다는 목표로 고위급과 실무급 접촉을 병행하며 타결을 위한 묘수찾기에 숨가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 장관급-고위급-실무협상 병행
양측 수석대표인 김현종 통상교섭본부장과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이날 오전 첫 공식 만남을 시작으로 절충을 시작했다.
그러나 얼마남지 않은 시한에도 불구하고 통상장관급의 본격 '주고받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라는 게 협상장 주변의 관측이다.
지난주 워싱턴과 서울에서 벌어진 고위급 절충에서 예상보다 협상 진도가 더디게 나옴에 따라 이를 만회하고 장관급 회담의 의제를 좀 더 줄여놓기 위한 실무급 절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주전 8차 협상에서 몇 가지 기술적 문제만을 남겨놓은 분야 등에서도 최종 마무리 작업을 해야한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오늘 기술무역장벽(TBT)과 투자, 서비스 등의 실무 분과협상도 열리고 있다"고 전했다.
협상장 주변에서는 양국 대표가 계속 접촉을 갖되 26일이나 27일 정도까지는 실무급에서 쟁점 축소를 위한 막판 스퍼트를 벌인 뒤 진행이 순조로우면 정리된 패키지를 들고 김 본부장과 바티아 부대표가 진짜 담판을 진행하게 된다.
◇ 농산물은 실무 우선..진짜 담판은 막판에
양측의 이해가 가장 첨예하게 충돌하고 있는 농산물 분야는 실무급 절충이 계속된 가운데 27일부터는 민동석 농림부 차관보와 이날 저녁 입국할 미국의 리처드 크라우더 USTR 수석 농업협상관이 나서 고위급 절충을 벌인다.
여러 수준에서 병행되고 있는 농업협상의 이런 움직임은 장관급 회담의 주고받기 패키지를 단순화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다.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측은 장관급 최종 담판 테이블에 올릴 농산물을 2∼3가지, 아무리 많아도 5∼6가지를 넘기지 않는다는 방침이다. 쇠고기와 돼지고기, 오렌지, 일부 낙농품 등이 후보군으로 꼽힌다.
농업협상을 맡고 있는 배종하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실무협상에서는 아직 쌀이 거론되지 않았으며 오렌지 등에서는 양측의 의견차가 큰 상태"라고 협상 진행상황을 전하고 "(우리측의 민감성을 반영하기 위한) 계절관세나 저율관세할당(TRQ) 논의도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농업과 함께 진도가 늦은 섬유 분야도 스캇 퀴젠베리 수석협상관이 27일부터 합류해 미국측의 섬유 양허안을 개선하는 문제를 두고 우리측과 조율을 벌일 예정이다.
◇ '빌트인'은 개성공단만(?)
이런 가운데 미타결 쟁점의 유력한 해소방안으로 거론됐던 '빌트인'(built-in) 방식의 '덮어두기' 범위에 대한 정부 고위 당국자의 발언이 나와 주목된다.
권오규 경제부총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남북문제 외의 다른 쟁점에 빌트인이 적용되진 않을 것"이라며 "빌트인(built-in) 방식은 개성공단 문제에만 적용된다"고 명시적으로 밝혔다.
권 부총리의 언급대로라면 개성공단과 더불어 당초 유력한 '빌트인 어젠다'로 꼽혔던 무역구제분야는 어떤 형태로든 이번 협상에서 마무리짓는다는 이야기가 된다.
무역구제에서는 미국측의 완강한 반대로 우리측이 전체 14가지 요구사항 가운데 무역구제협력위원회 한 가지만 남긴 채 요구를 다 접은 뒤 미국측과 협정 발효 이후 상황 전개를 봐서 논의를 다시 할 것이라는 관측이 유력했었다.
협상단의 한 관계자는 "무역구제가 '빌트인' 대상인 지에 대해 정부 차원에서 이야기한 적은 없다"며 "다양한 해법이 모색되고 있다"고만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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