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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티조선 세력은 왜 포털싸움을 방해하는가

안티조선이 국민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

안티조선이 국민적 선택을 받지 못한 이유

작년 11월 한 강연회에서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강준만 교수는 “안티조선 운동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었지만, 최종적으로 국민들이 신문선택에서 호응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강 교수는 “정치인들이 표로 심판받듯이 안티조선 운동도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여 기존의 방식이 아닌 다른 방식을 모색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안티조선의 깃발 아래 언론개혁 진영과 지식인들이 조선일보의 기고 및 인터뷰를 거부하고 강도 높은 절독운동까지 벌였지만, 조선일보를 보고 있는 국민들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안티조선은 일부 실패했고, 결과적으로 다른 방식을 모색해봐야 한다는 뜻이었다.

본래 안티조선은 조선일보로 상징되는 학맥과 지연을 통한 패거리 조직에 균열을 내어 자유로운 비판과 의사소통이 살아있는 언론민주주의를 이룩하겠다는 미디어 운동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안티조선은 김대중, 노무현 정권을 만나며 급속도로 권력화 되었고, 사실상 출세와 신분상승을 위한 정치적 운동으로 변질되고 말았다. 두 명의 대통령을 만들어내면서 안티조선 세력은 국가기간 요직에 두루 임명되었고, 조선일보를 비판하면 출세한다는 공식이 자연스럽게 성립되었다. 굳이 예를 들진 않겠지만 그저 조선일보를 불태우고, 욕하는 인신공격성 퍼포먼스를 통해 곧바로 지식인 반열에 올라선 사람이 어디 한 둘이었던가.

안티조선은 분명 성공한 부분이 있다. 대학 캠퍼스에서 조선일보를 보고 있다가는 생각 없는 수구꼴통 대학생으로 몰리기 십상이고, 젊은 층이고 중장년층이고 할 것 없이 조선일보를 아무 이유 없이 배격하는 사람을 주위에서 쉽게 접해볼 수 있다. 이렇게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했으면서도, 안티조선은 참담하게 실패했다. 사상적, 이념적으로 왜곡보도와 편파보도를 일삼는 조선일보를 비판한 본래 정신을 망각하고, 개인의 신분상승욕구 허기를 달래는 엘리트 코스로 전락했기 때문이었다. 만약 안티조선이 본래 의미를 망각하지 않고 순수한 미디어 운동으로만 최선을 다했다면 보수 VS 진보, 조선 VS 한겨레의 일차원적인 논의를 넘어 신문 살리기 운동의 모델이자, 시민운동 차원에서 국민들에게 보다 큰 호소를 받을 수 있었을 것이다.

안티조선의 원죄

안티조선이 가장 활발했던 1998년 전후, 모든 언론계는 반조선일보 진영으로 똘똘 뭉쳐 있었다. 물론 비판의 수위야 저마다 다르겠지만 같은 메이저신문으로 묶이는 중앙일보, 동아일보를 포함해 한겨레, 경향신문 할 것 없이 보수와 진보를 가리지 않고, 조선일보를 때렸고, 여기에 시민단체와 지식인들까지 합세했다. 비록 무슨 이유에서인지 잘 알 수는 없었지만, 국민들은 거대한 메이저신문사와 투쟁하는 그들에게 무언의 지지를 보냈고,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은 그 덕을 톡톡히 봤다.

두 번의 진보 정권을 거치며 권력화 된 안티조선은 언론계 전체를 장악했다. 그저 조선일보를 욕한 것을 제외하면, 미숙아에 불과한 이들에게 떨어진 미션은 ‘인터넷’이었다. 우후죽순으로 난립하는 벤처 산업의 틈바구니 속에서 언론사는 저마다 닷컴을 설립했고, 유가로 공급되는 종이신문을 무가로 공급하기 시작했다. 소비자들은 누구나 온라인에서 공짜로 뉴스를 읽었고, 유가 독자는 급속도로 떨어지기 시작했다. 저마다 수십억의 적자를 안고 살아가는 언론사들은 인터넷 시대라는 허황된 구호 앞에 ‘울며 겨자먹기’로 닷컴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고, 아사 직전에서 이들을 구해준 것은 ‘포털 사이트‘였다.

메일, 커뮤니티 등을 제외하곤 서비스 모델이 전무했던 포털은 곧바로 언론사의 뉴스를 헐값에 사들여 뉴스를 서비스했고,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어떠한 수익모델도 존재하지 않는 상황에서 포털이 한 달마다 꼬박꼬박 주는 수익으로 닷컴은 주린 배를 채웠지만, 이제 적어도 대한민국의 80% 이상은 그 누구도 종이신문을 사보지 않고, 언론사닷컴에서 뉴스를 보지 않는다. 오로지 포털에서만 뉴스를 보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초고속 인터넷망 속에서 어떠한 검증이나 고민도 없이 무료 신문 천국이 벌어지고 있는데도 비판하는 안티조선 세력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이제 조선일보를 보지 말자는 안티조선의 구호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누구도 조선일보를 보지 않고, 설사 조선일보가 권력이 있다손 치더라도 과거와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100여개 언론사의 실시간 올라오는 뉴스를 메인 페이지에 위치시키는 포털 뉴스 에디터가 대한민국 언론 권력의 핵심이다. 사실상 안티조선은 이젠 아무런 힘도 없는 회사 하나, 혹은 여러 개를 부여잡고, 계속해서 이지메를 가하고 있는 셈이다. 안티조선이 아이큐가 두 자리가 아니라면 아무도 관심 없는 조선일보를 때리는데 불필요한 정력을 쏟지 말고, 신문 시장부터 살려보길 바란다.

안티조선이 안티포털을 막고 있다.

앞서 말한 강 교수의 말대로 하면 2005년 시작한 안티포털도 현재까진 실패한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사회적으로 큰 문제를 야기했던 ‘연예인 X파일‘ 유포의 책임을 물어 시작된 안티포털은 사기업의 언론 소유에 대해 정면으로 문제를 제기했고, 자의적인 편집을 통해 언론 위 언론으로 군림하는 포털 뉴스 서비스를 날카롭게 비판했다. 하지만 인터넷 이용자들은 여전히 인터넷 시작페이지를 네이버에 고정해놓고, 네이버가 취사선택-편집한 뉴스를 과소비하고 있다. 막대한 트래픽과 광고 수익으로 인해 네이버의 주가는 하늘 높은지 모르고 계속해서 치솟고 있고, 비록 네이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다음, 네이트, 파란, 야후 모두 잘 나가는 대한민국 인터넷 기업으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안티포털도, 결국 안티조선처럼 국민들의 선택을 받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포털은 사회적 영향력으로만 따지면 청와대와 버금가는 권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속된 말로 정치인 하나 죽이고, 살리는 것은 일도 아니다. 뉴스를 공급하는 매체 선별기준과 계약조건도 절대 공개하지 않는다. 자사에 불리한 기사라고 판단되면 여지없이 인터넷 구석으로 쳐박아 버리기 일쑤다. 자유로운 정보 소통과 자사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라는 메시지로 언론계를 강타한 안티조선과 안티포털은 이처럼 닮아있는 구석이 많다.

하지만 소위 언론개혁 진영의 진보학자, 지식인, 시민단체, 언론계 인사들은 안티조선 때와는 전혀 다른 황당한 논리를 펼치고 있다. 대기업이 언론사를 소유한 것을 그렇게 비판해오던 사람들이 포털 뉴스에 대해선 신기술, 뉴미디어라는 견해를 내놓고 있고, 저작권과 지적 재산권이 엄연히 존재하는데도 무조건적인 UCC를 추구하자는 이상을 펼치고 있다. 정보통신부 산하에 있는 만큼 청와대, 정부, 정치권과 오해를 살 소지가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의도적인 정치 해석이라는 당최 이해할 수 없는 논리로 포털을 굳건히 지켜주고 있다.

조선일보든, 데일리서프라이즈든 포털 안에서만큼은 공히 같은 대우를 받는 것만으로도 안티조선 진영은 꽤나 행복한 미소를 지을 수 있겠지만, 수많은 종이신문과 인터넷신문들은 모두 도산 위기에 처해있다. 사회적으로 폐업 자체가 거의 일어나지 않는 종이신문들이야 조금 사정이 나은 편이지만, 스포츠신문과 인터넷신문들에겐 어떠한 산소 호흡기도 주어지지 않는다. 오로지 포털에 들어가면 살고, 못 들어가면 죽는 논리가 언론계에 팽배해 있는 것이다. 한 마디로 안티조선 하나 살겠다고, 모든 언론계가 죽는 형국인 것이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내일엔 관심이 없다

미디어오늘은 각종 언론계와 방송계 동정을 전하는 인지도 높은 언론비평 전문사이트 중 한 곳이다. 과거 삼성 비판기사를 홀로 외롭게 내보내고, 안기부 도청 X파일과 같은 민감한 사안부터 일간스포츠, 시사저널 파업 등 언론계에 이르기까지 나름의 목소리를 내는 비평 사이트로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섰다.

아침신문 솎아보기 섹션을 통해 끊임없이 조중동을 비판하는 것에서 알 수 있듯이 미디어오늘은 언론개혁 진영의 산물이자, 안티조선 세력의 핵심이다. 하지만 미디어오늘은 이제 ‘미디어어제’로 간판을 바꿔야 할 것 같다. 메이저신문 조중동의 권력이 하늘을 치솟을 때와 작금의 현실은 상황 자체가 다르다. 종이신문, 인터넷신문들의 위기가 가중되는 이유가 포털 뉴스로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데 원인이 있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미디어오늘은 끝내 미디어어제의 틀 안에서 벗어나오지를 않고 있다. 일간스포츠를 위기에 몰아넣은 중앙일보, 시사저널 파업의 원인을 제공한 금창태 사장은 그렇게 혹독하게 비판하면서 현재 모든 언론계의 목을 죄고 있는 포털은 왜 그냥 넘어가는가.

취재 경쟁이 극에 달해있는 이른바 포털 기생매체, 인터넷 연예매체들에게 미디어오늘은 한없이 고개를 조아려야 한다. 잘 모르긴 해도, 미디어오늘 기자들의 임금이 매달 할당되는 건수의 기사를 채우기 위해 일선에서 피터지게 제살 깎아먹기 경쟁을 하고 있는 취재기자들보단 월등히 높을 것이다. 차디찬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오면서 언론계를 떠난 선후배 기자들의 수는 이미 헤아릴 수 없고, 포털의 권력이 계속해서 유지되는 한 앞으로도 가속될 확률이 높다. 사회적 지위와 언론계 위치가 앞서면 앞섰지, 절대 낮을 리가 없는 미디어오늘 기자들은 그동안 무얼 했는가.

KBS, MBC, 조선일보, 동아일보, 서울신문, 한겨레신문 등 공중파와 종이신문, 여기에 정보통신부와 공정거래위원회까지 나서 포털 권력을 연일 비판하고 있지만, 미디어오늘의 대답은 '포털 죽이기?' 아직은 '계란으로 바위치기'란 헤드라인 기사다. 민기자닷컴, 이동진닷컴 등을 활용해 자체적인 기사 생산을 하고 있는데도 언론의 책임을 짚는 기사는 전무한 실정이고, 온갖 UCC 영리 사이트들은 뉴미디어의 총아라고 칭송하고 있다. 아마도 미디어오늘이 생각하는 뉴미디어는 모든 언론계를 죽인 후, 포털 중심으로 꾸려지는 체제를 말하는 듯 싶다.

강준만 교수는 김대중 전 대통령에게 쏟아지는 각종 비난에 대해 ‘그건 김대중 죽이기다’라는 말로 정리했다. 미디어오늘이 계속해서 우수한 인력을 가지고도 포털 권력에 대해 침묵한다면, 그것은 곧 ‘신문 죽이기’로 밖에 해석되어지지 않는다. 미디어오늘은 언론사 채용 정보와 언론계 인사 동정을 전하는 섹션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금처럼 미디어내일을 신경 쓰지 않은 채 미디어어제에 머무른다면, 얼마 지나지 않아 언론계의 폐업 소식만을 전할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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