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직자들의 경선 중립을 둘러싼 한나라당 내 갈등이 좀처럼 수그러 들지 않고 있다.
강재섭(姜在涉) 대표의 `캠프 참여 당직자 사퇴 발언'으로 촉발된 이번 갈등은 이재오(李在五) 최고위원의 반격과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 양측 캠프의 공방전으로 확산됐다가 잠시 소강국면에 들어갔지만, 내부는 부글부글 끓고 있는 형국이다.
박 전 대표측의 한 관계자는 "이 최고위원이 당내 각종 회의에서 전횡을 휘두르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뉴스가 아니다"며 "조직강화특위의 조직책 선정작업이 늦어지고 있는 이유도 이 최고위원 때문"이라고 주장했고, 이 전 시장측 관계자는 "당 대표의 리더십 부족으로 당이 위기를 맞고 있다"며 최근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탈당 사례 등을 예로 들기도 했다.
당의 분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고조되고 있다.
1일에는 `당이 중심되는 모임' 소속 맹형규(孟亨奎) 임태희(任太熙) 의원과 권영세(權寧世) 최고위원이 염창동 당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캠프건 지휘부건 계속 갈등하는 소리가 나오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당내 `파열음'에 대해 경고했다.
특히 권영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직은 정치적 지분이 있어 애초부터 정치적 중립을 지킬 자리가 아니다'는 이 전 시장측의 주장에 대해 "납득하기 어렵다. 최고위원 마음대로 특정후보를 밀 수 있다면 당 의결기구에서 이쪽저쪽 나눠 사사건건 대립하게 되는데 이는 결코 안된다"면서 "본인들이 더 잘 생각해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 대표건 일반 최고위원이건 편향되게 한다면 바로 잡으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태희 의원도 "지난 전당대회 때 어느 후보를 위해 당직을 수행하겠다고 한 사람도, (특정 주자의) 대리인을 하겠다고 한 사람도 없었던 만큼 그런 이야기는 지금 맞지 않다"고 공감했다.
특정인을 지목하지는 않았지만 사실상 이 최고위원에 대한 비판적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었다.
`중심 모임'은 지난달 29일 이 최고위원으로부터 `강 대표와 친한 당직자들이 확정되지도 않은 경선 룰을 놓고 일방에게 잘못을 씌우며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당론을 조작하고 있다'고 비판을 받았던 모임이다.
이에 대해 이 최고위원의 측근인 진수희(陳壽姬) 의원은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지난 전대에서 특정주자측 대리인을 하겠다고 공언한 사람이 왜 없느냐"고 지적한 뒤 "선출직 최고위원들로 구성된 최고위원회는 정치적 논란에 대한 입장을 잘 조율하고 이해관계를 잘 조정하며 가는 기구라는 것을 인정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반박했다.
반면 박 전 대표측 이정현(李貞鉉) 공보특보는 "정권교체를 열망하는 당내 주요 인사들의 당연한 염려라고 본다"면서 "선출직 당직자는 캠프 참여가 가능하다고 하는 위험천만한 발언에 대해 에둘러 우려를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고 공감을 표시했다.
한편 중심모임은 지난달 31일 1박2일간 워크숍을 통해 모임의 취지에 공감하는 박 진(朴 振) 서울시당위원장과 김경안 전북도당위원장, 신상진(申相珍) 의원, 또 손학규(孫鶴圭) 전 경기지사 캠프에서 활동하다가 당에 남은 정문헌(鄭文憲) 의원과 박종희(朴鍾熙) 신현태(申鉉泰) 전 의원을 중심모임 회원으로 받아들였다고 밝혔다.
중심모임측은 "향후에도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을 회원으로 맞이할 계획이며 당내외 전문가를 중심으로 자문위원회를 구성, 논의의 깊이와 폭을 확대할 것"이라며 "경선 쟁점과 프로세스 등에 대한 당내 논의가 지지부진한 만큼 오는 5일 해당분야 전문가와 각 캠프인사를 초청한 토론회를 개최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sout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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