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 새벽녘이었다. 극심한 한기를 느낀 탓에 잠에서 깨어나고 말았다. 추위를 견디기 어려워 벽장에서 두툼한 겨울이불 한 채를 꺼내 추가로 덮고 나서야 비로소 다시 잠이 들 수 있었다. 몸의 이상증세는 실상 일요일 늦은 저녁부터 시작되었다. 속이 메스껍고 아랫배가 살살 아파 왔다. 대충 무시하고 잤는데 결국 새벽에 이불을 챙기는 데 더하여 냉장고에 보관된 활명수마저 마셔야 했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이후에도 종일 온몸이 쑤시고 결렸다. 때문에 월요일 하루를 하릴없이 낭비했다. 지난주에 특별히 힘든 육체노동을 한 기억이 없는데 왜 그럴까 싶어 원인을 곰곰이 탐구해봤다. 옳거니! 사람들과의 잦은 만남이 화근이었다. 사람들과 만나서 장시간 얘기를 나누면 몹시 피로해지는 특이한 체질이 사단을 부른 것이다. 일주일 동안 무려 네 차례나 이런저런 유형의 미팅을 가졌다. 야구로 치자면 무려 4번을 선발투수로 등판한 셈이다. 몸에 무리가 가지 않는 게 도리어 희한할 지경이다.
예전에 어떤 도사가 내게 정치나 종교 방면으로 투신하면 크게 성공하리라고 귀띔을 해준 바 있다. 정치든 종교든 많은 인간들과 활발하게 교유하고 떠들어야 운수대통하는 직업이다. 일주일에 겨우 4차례, 고작 10명 안팎의 인원과 어울리고서도 이토록 맥을 추지 못하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체력보강에 주력하든지, 이 악물고 정신력으로 버티던지 뭔가 특단의 조치를 취해야겠다.
그럼에도 드라마 비평은 빼먹지 말아야지. 누군가 나를 정권 컨설턴트가 아니라 드라마 모니터 요원이라고 비꼬았다. 정확한 지적이다. 허나 어떡하겠나? 168회 중에서 이제 133회까지 전파를 탔다. 앞으로 35회 남았다. 내 유일한 인생의 낙이자 위안거리인 ‘열아홉 순정’이 한 달하고도 반이면 종영한다는 뜻이다. 그 다음에는 하지 말라고 말려도 오직 정권(재)창출 과업에만 전념할 계획이다, 제발 진득하게 참아주시기 바란다.
133회 마지막 부분에서는 양국화가 박윤후의 친구들한테 억울하게 집단 이지메를 당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자신의 자존심과 윤후의 명예를 함께 지키려던 국화는 저렴한 된장녀들에게 무참하게 머리카락을 쥐어 뜯겨 머리가 산발이 되고 만다. 분통 터질 노릇이다. 드라마 제작진이 순전히 낚시질과 시청률 상승을 목적으로 집어넣은 에피소드임은 물론 나 역시 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인식이 감정적 분노와 흥분을 반드시 가로막는다는 보장은 없다. 국화가 부당하게 탄핵되었으므로 싫건 좋건 편을 들어줄 수밖에.
컨디션이 불량한 관계로 말미암아 길게 국화를 위로하고 격려하지는 못한다. 허리가 욱신거려서 의자에 등을 붙이고 자판을 두들기기조차 벅찬 상태다. 충성도 높은 고정 시청자의 하나로서 국화를 향한 뜨거운 지지와 연대의사를 표명하는 걸로 만족해야 할 듯하다. “사랑한다 국화야!”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