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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공단에 입주한 의류업체 A사는 미국 할인점 월마트에 납품할 청바지를 생산하기 위해 며칠 째 야근을 감수하고 있다. 북한 근로자를 고용한 이 회사에서 생산하는 청바지는 중국 업체들보다 가격 경쟁력에서 앞선 데다 품질도 좋아 미국 소비자를 단번에 사로잡았다.

개성공단에 터를 잡은 자동차 부품업체 B사도 미국 GM에 공급하는 브레이크 패드의 납품 기일을 맞추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한미FTA(자유무역협정)가 만들어 낼 수 있는 미래상의 하나다.

한국과 미국이 FTA 협상에서 협정 발효 1년 뒤에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를 열어 한반도 비핵화 진전 등 일정 요건을 갖추면 역외가공지역(OPZ)을 지정할 수 있다는 별도 부속서를 채택, 개성공단 제품을 한국산으로 인정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

개성공단이 OPZ로 지정된다면 여기서 생산된 제품은 세계 최대시장인 미국에 장기적으로 완전 무관세로 수출될 수 있다.

적성국 교역법에 따라 미 재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관세도 정상 교역국(NTR)에 비해 2∼10배에 이르는 고율이 적용돼 사실상 대미 수출이 불가능한 지금의 상황과는 완전히 달라지는 것이다.

북한의 손재주를 겸비한 값싼 노동력과 남한의 자본 및 기술력이 결합해 탄생한 `메이드 인 개성' 제품이 FTA에 따라 무관세 혜택까지 받게 된다면 미국 시장을 매료시킬 충분한 잠재력이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개성공단 OPZ 지정은 지금의 단순 조립.가공 위주로 운용되는 개성공단 내 업태를 첨단업종까지 확대하는 계기가 되는 것은 물론 대기업, 더 나아가 해외기업 유치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울러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북한에 들어서는 기폭제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함흥.원산.남포.신의주 등을 개성공단의 뒤를 이을 공단부지로 염두에 두고 이미 2005년 9월 제16차 남북장관급회담에서 이를 제안했다.

개성공단 모델이 다른 지역까지 번지고 이 곳들도 OPZ로 지정된다면 남북경협 규모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물론 이른바 `한반도 경제공동체'의 실현도 가까워지고 북한의 시장경제체제 전환을 촉진하는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미래가 현실로 다가오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한미 양국의 국회 비준이 첫번째 고비다.

한국에서는 개성공단이 남북화합의 상징이자 북한 경제 개혁의 촉매제 이미지가 강해 개성공단 문제가 국회 비준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지만 미국에서는 개성공단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적지 않아 국회 비준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할 가능성이 많다.

FTA협상 타결 직후 미 하원의 에드 로이스 공화당 의원은 "개성공단 제품들은 북한의 노예 노동에 의해 만들어지고 있으며 북한 체제에 수백만 달러의 현금을 제공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같은 여론을 의식했는지 카란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USTR) 부대표는 지난 2일 "이번 FTA 합의에 따라 북한에서 만들어진 상품을 미국에 수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는 조항은 없다"면서 "이번 합의에 `개성공단 문제'는 들어가 있지 않다"고 확대해석을 경계하는 모습이었다.

한미 양국 국회의 비준을 받는다 해도 개성공단이 OPZ로 지정될지는 불투명하다. 한반도역외가공지역위원회에서 개성공단을 OPZ로 지정하기 위해서는 ▲한반도 비핵화 진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 ▲노동.환경 기준 총족 등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하게 여겨지는 한반도 비핵화는 그동안의 과정이 말해주듯 다양한 변수가 뒤엉켜 있어 어떻게 전개될 지 현재로서는 가늠하기 힘들다.

다만 최근 미국 행정부가 북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에 어느 때보다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고 `2.13합의'로 북핵문제 해결의 발판이 마련됐다는 점에서 다소 낙관적인 견해에 무게가 실리는 형국이다.

또 협정문에 한반도 비핵화의 `실현'이 아닌 `진전'이라고 명시돼 있어 한국과 미국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북한의 모든 핵프로그램 및 핵무기의 폐기가 완료되기 전이라도 어느 정도 진전이 이뤄지면 `정치적 판단'에 따라 개성공단을 OPZ로 지정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노동 기준 충족도 한반도 비핵화 못지 않은 변수가 될 수 있다. 제이 레프코위츠 미국 대북 인권특사가 작년에 "(개성공단) 북측 노동자의 일당이 2달러도 안된다"고 주장한 데서 보듯 미국은 개성공단의 노동 조건에 대해서도 상당한 관심을 기울여왔다.

노동문제는 공단 직원에 대한 임금 직불 문제와도 연결되며 노동권 문제로도 비화할 가능성이 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작년 10월 발표한 '북한 개성공단의 노동권' 보고서를 통해 "개성공단 노동규정에는 결사의 자유, 단체교섭권, 파업권, 성차별 및 성희롱 금지, 유해한 아동노동 금지를 포함한 가장 기본적인 권리가 포함돼 있지 않다"고 지적한 데서 보듯 개성공단의 노동환경은 국제기준에 비춰 여전히 취약하기 때문이다.


(서울=연합뉴스)
transi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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