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청년의사’지가 한의학연구원에서 발표한 체계적 문헌고찰 논문 60편 중, 건강보조식품과 관련 단 1편만 효과가 있다는 결론의 논문이라는 보도를 했던 바 있다. (관련 기사 : [커버스토리]리뷰 논문 60편 중 단 1편만 ‘한의학 효과 있다’) 이에 한의학연구원은 ‘민족의학신문’을 통해서 해당 보도에 대해서 반박을 했다. ‘청년의사’지가 한의학연구원의 각 논문들에서 ‘근거가 불충분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을 두고서 ‘효과가 없다’는 투로 악의적으로 해석했다는 것이다. (관련 기사 : “한의학 효과가 없다니요? 그런 왜곡을…”) ‘민족의학신문’은 해당 기사에서 대한의사협회 한방대책특별위원회 조정훈 위원이 방송 토론 프로그램에서도 언급한 적 있었던 한의학연구원의 ‘급성 발목 염좌(흔히 발목이 삐었다고 하는 상태)‘에 대한 침 치료 효과 논문에 대해서 언급했다. ‘민족의학신문’은 어떤 논문의 결론에서 “‘해당 중재가 치료에 효과적이지 않다(clear evidence of lack of benefit)’ 또는 ‘근거를 지지하지 않는다(does not support evidence)’”라고 명확히 표현해야만 그 치료는 효과가 없다고 말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
한방요법으로 암을 치료한다고 의심스러운 주장을 해온 한방병원에 대한 논란이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산삼약침’ 등 한방요법으로 암 치료를 해온 소람한방병원은 2011년 SBS 뉴스추적, 올해 JTBC 뉴스맨을 통해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산삼약침에는 산삼성분이 들어있지도 않고, 치료 효능을 입증하는 사례라는 주장들도 가짜가 많고 엉터리라는 것이다. 한 달에 적게는 450만원에서 많게는 900만원까지 한다는 값비싼 한방치료에 어떤 문제가 있는 것일까? 소람한방병원 “클라츠킨 종양이 약침에 반응했다” 지난달 말 몇몇 언론사에서 소람한방병원이 클라츠킨 종양 약침 반응 증례를 발표했다는 기사를 보도했다. 한방병원 측이 경희대에서 발간하는 국제학술지 Oriental Pharmacy and Experimental Medicine에 증례를 발표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는 내용이다. 서로 다른 언론사들의 기사가 토씨하나 다르지 않고 똑같은 것으로 보아, 소람한방병원이 만든 보도자료를 그대로 실은 것으로 보인다. 기사에서 소람한방병원 한재복 원장은 "평균 생존기간이 6~9개월에 불과한 클라츠킨 종양이 한방 치료로 4년 이상 생존한 케이스로, 암 치료의 효과적인 대안 모색, 한
사람의 목숨을 결정짓는 기술에 두 가지가 있다. 의술와 무기다. 먼 옛날 인류는 돌을 무기로 사용했고 청동과 철을 거쳐 현대에는 과학의 발전에 힘입어 목적에 맞는 최적의 재료를 합성해 무기의 원료로 사용하고 있다. 재료뿐만 아니라 종류와 방식도 발달했다. 맨손으로 돌을 던지던 인류는 기다란 줄에 가죽이나 천으로 돌을 감싸 휘둘러 던지는 투석구를 만들어 훨씬 더 강한 힘을 실었다. 활과 화살, 창, 검, 방패, 갑옷 등의 개인병기가 이제는 총, 수류탄, 방탄조끼 등 과학의 산물로 완전히 변모하게 되었다. 무기의 우열은 눈앞에 뻔히 보이지만, 의술은 인간 본성에 내재된 직관의 오류와 위약효과로 인해 과학적 방법으로 설계된 검증을 통하지 않고서는 어떤 방법이 효과적인 치료인지 알 수가 없다. 사이비의료를 행하는 사람들은 자신이 치료한 사람들 중 많은 수가 효과를 봤다고 주장하고, 일반 사람들은 누가 어떤 치료를 받고 병이 나았다는 경험담을 가장 신뢰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것들은 치료 효과를 전혀 뒷받침하지 못한다. 과학자들은 치료를 받은 사람과 치료를 받지 않은 사람을 비교하는 일은 효과를 판단하는데 무의미한 것으로 여긴다. 실제로는 아무런 효과가 없어도 ‘
“다음 생에는 비록 곤충이라도 남성으로 태어나고 싶다.”여성가족부 조윤선 장관이 올해 5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013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포럼 연설에서 한 발언이다. 조 장관은 그 자리에서 우리나라가 여성차별 세계 최하위라는 세계경제포럼(WEF)의 성 격차 보고서에서 한국의 순위(135개국 중 108위)를 언급하며 지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는 발언을 했다고 한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장관이 국제 석상에서 부끄러운 순위를 인용하며 극단적인 발언을 해야 할 만큼 우리나라가 성차별이 심할까?올바른 답을 찾기 위해 어떻게 데이터를 얻고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이 일상인 과학자 입장에서 성차별 문제를 들여다보니 우리나라는 “여성은 차별받고 있다”는 강박관념에 빠진 것인지 죄다 엉터리 데이터를 가지고 엉터리로 해석하는 현상이 보였다. 한국이 일부다처, 여성할례, 명예살인 국가들보다 여성인권이 낮다는 엉터리 보고서먼저 조 장관이 인용한 보고서를 보자. 보고서의 순위만 봐도 이상하다. 최근 연이은 집단 성폭행 문제로 세계를 시끄럽게 하고 명예살인이 자행되는 등 여성을 동등한 인격체로 대우하지 않는 인도조차 우리보다 높은 105위를 차지했다. 아프리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를 쓴 허현회씨가 최근 <의사를 믿지 말아야 할 72가지 이유>라는 책을 새로 내놓았다. 표지부터 의사의 말을 무시하라는 무시무시한 주장을 하고있다. 생물학과 기초의학을 전공한 필자에게 이 책은 엉터리 주장들이 하도 많아서 상대할 가치를 못 느낄 정도였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4월 30일 현재 교보문고 건강분야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등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인들을 현혹시켜 건강을 해치게 할 상황인지라 그냥 넘어갈 수가 없다. 필자는 지난번 <병원에 가지 말아야 할 81가지 이유>를 평가하면서 저자가 의학에 대해 이야기 할 기초적인 지식 수준에 미달하고 있음을 보인 바 있다. 이 책도 역시 작가의 수준을 여실히 드러낸다. 과학에 일자무식인 사람이 상대성이론이 어쩌고, 초끈이론이 어쩌고, 분자진화가 어쩌고 다양한 과학 영역에 대해 얼핏 주워들은 이야기에 상상을 더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를 늘어놓는 일은 어렵지 않다. 그런데 사람들이 그 엉터리 주장을 진지하게 받아들여서 전문가가 틀렸다고 이야기를 해주려면 상대성이론 전문가, 초끈이론 전문가, 분자진화 전문가가 모두 나서야 한다. 여러 전문 영역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 사용을 허가하는 한의약법안이 논란이 되고 있다. 의사가 아닌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토록 하는 일이 과연 어떤 문제가 있길래 이토록 논란이 되는 것인지 짚어보자. 먼저 음양오행과 경혈경락 이론을 바탕으로 진단하고 치료하는 한의사에게 현대의료기기가 도대체 왜 필요한가 하는 문제다. 현대의료기기란 한의학적 개념과는 전혀 무관한 현대과학, 현대의학의 이론에 기반해 만들어진 기기이다. 그런데도 그런 현대의료기기를 사용해서 한의사들은 과연 무엇을 얻겠다는 것일까? 요즘 사람들은 “기가 허하고, 폐가 습하고” 따위의 한의사식 뜬구름 잡는 표현을 신뢰하지 않는다. 방송에 출연한 한의사들도 한의학적 표현 보다는 과학용어를 사용하는 경우가 많아 의사인지 한의사인지 자막의 소개를 읽지 않으면 알 수 없을 정도다. 한의사의 의사 흉내내기가 도를 넘은 작금의 상황에서, 결국 현대의료기기는 바로 그런 한의사의 행태에 날개를 달아주는 결과를 낳을 공산이 크다는게 많은 이들의 우려다. 한의사의 의사 흉내내기가 제대로라면 적어도 환자에게는 다행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현실은 그럴 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현대의학 이론으로는 말도 안되는 일들이 한의학 이론으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먼저 진단이 정확해야 한다. 진단이 틀렸으면 처방이 효과를 내기 어려울뿐만 아니라 예산을 낭비하고, 예기치 않은 부작용을 발생시킬 수도 있다. 아동성범죄를 막겠다고 아동음란물을 단속하는 대책이 나왔는데 과연 이 방법이 올바른 진단에 근거했는지, 효과를 기대할만한 방법인지에 대한 성찰을 보기 힘들다. 어떤 이유로 여기에 대해 언론이 한 치의 의심도 안 보이는지 모르겠다. 이달 초 아동성범죄와 아동음란물에 대한 언론의 보도를 살펴보자. 모두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법무부의 의뢰를 받아 성폭력 범죄로 수감된 수형자 288명과 일반인 170명을 상대로 조사한 보고서를 근거로 하고 있다. 위 그림에서 보는 것처럼 대부분의 언론이 아동음란물이 아동성범죄를 유발하는 요인이 되는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근거가 되는 보고서는 확인하지 않은 채 법무부 인권국 여성정책팀이 적어준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것으로 추측된다. (보고서는 행정안전부의 PRISM에서 볼 수 있다. 링크에서 나타나는 목록의 맨 위에 있는 보고서다.) “아동음란물을 시청한 비율은 아동 성범죄자가 16%로 일반 성범죄자의 7%보다 2배 이상” “성범죄 직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