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텍 총기 난사사건을 통해 한인 사회가 느끼고 있는 엄청난 충격과 수치감은 일부 지나친 면이 없지 않으며 이런 대형사건을 통해 접하는 복잡한 감정들은 수많은 소수계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19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이날 1면과 12면에 게재한 `민족성이 달갑지않은 관심을 부른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흑인 방송 해설가인 얼 오파리 허친슨씨의 경우 이번 사건을 처음 접했을때 순간적으로 마음속에 흑인의 범행이 아니길 바랐으며 이는 "미국내 모든 소수계에 박혀있는 오랜 역사를 반영하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풀이하고 있다는 것.
특히 이튿날 범인이 한국 출신 이민자인 조승희로 밝혀졌을때 로스앤젤레스 지역의 한인 사회는 자신들을 곱지않은 시선으로 바라볼 것을 우려하며 이를 불식시키는 화해 제스처의 하나로 즉각 추모 촛불예배를 열기도 했다며 이런 대처는 오히려 혼란을 야기하면서 심지어 어떤 면에서는 조롱거리가 됐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 예로 KFI라디오에서 `존&케인 쇼'를 진행하는 존 코빌트씨는 추모예배 소식을 접한뒤 나간 방송에서 "한 정신이상자가 대학에서 총을 쐈다고 해서 한인들이 모두 자신들의 잘못으로 돌리는 것은 생각이 짧은 것"이라고 지적하면서 "한인들이 편견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미국인들도 그럴 것이라고 여기는 것은 아닌 지 깊게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한인이나 다른 소수계가 이런 대형 사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그 민족의 문화와 역사에 기인하며 편견과 고정관념이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된다고 신문은 풀이했다.
라스베이거스의 네바다대학의 조엘 리버먼 사회심리학 교수는 "버지니아텍 사건을 저지른 범인이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라며 "이번 사건을 백인이 저절렀다면 대부분의 대형 살인사건들이 백인에 의해 저질러왔기에 인종 문제는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리버먼 교수는 이어 "어떤 팀이 잘 하면 그 팀의 팬들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한 집단이 부정적인 행위를 저질렀을때 똑같이 좌절하고 스스로 다른 이들로부터 멀어지고 싶어한다"며 "이런 감정은 특히 쉽게 상처받는 소수계의 경우에는 특히 그러하다"고 덧붙였다.
무슬림공공평의회(MPAC)의 살람 알-마라야티 사무국장은 "사건 발생후 범인이 밝혀질때까지 무슬림이나 중동출신이 아니기를 두려움속에 기다려야 했다"며 "한국인으로 밝혀졌을때 죄의식에서 벗어나 깊은 안도감을 느꼈지만 그와 동시에 또다른 이민자 단체가 주목받겠구나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isj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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