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장익상 특파원 = 높은 교육열 속에 해외에서 공부한 경험자가 많은 한국의 젊은이들은 버지니아공대 총격 사건을 남의 일 같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이들 중 상당수는 1.5세대가 겪는 문화적 갈등을 참사의 한 원인으로 꼽고 있다고 로스앤젤레스 타임스가 22일 보도했다.
타임스는 서울발 특파원 기사를 통해 "한국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이민 간 세대를 1.5세대라고 부르는데, 이들 1.5세대들은 종종 자신들이 어디에 속해있는지 헷갈린다"면서 이번 버지니아텍 사건의 범인 조승희도 1.5세대였으며 수만명의 유학파 젊은이들이 있는 한국에서는 참사를 자국 내에서 발생한 것처럼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유학생 출신 한국인들은 특히 조승희를 궁지로 몰아넣은 `문화 갈등'을 충분히 이해한다고 입을 모으면서 비(非)아시아계가 한국계로 보지 않고 중국 또는 일본계로 단정 짓거나 형편없는 영어 구사 때문에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대들에게 배척되곤 했던 경험들을 적시했다.
이들은 따라서 조승희가 저지른 참극은 한국과 미국, 두 나라의 문화에 어정쩡하게 걸치면서 발생한 것이 아닌가 풀이하고 있다.
스페인에서 10여년 간 살았던 한국외대의 최정송(18)군은 "처음 소식을 접했을 때 사람들이 그에게 무언가 잘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자라면서 스페인 사회와 어울리는데 어려움을 겪다가 이제는 한국에 적응하는데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또 자녀 교육에 놀랄 만큼 집중하는 데 따른 한국의 사회적 손실들 가운데 하나를 예시하고 있다.
자녀를 교육시키기 위해 아이와 어머니를 외국으로 보내고 아버지는 남아서 학비를 보내고 있지만 서구 문화에의 노출은 가족 공동체에 강한 믿음을 가져온 한국 사회의 전통적 자긍심에 균열을 가져왔다는 것.
이밖에 이번 사건을 접한 많은 이들은 과연 범인 조승희가 미국인이냐, 아니면 한국인이냐에 의문을 던지고 있다고 타임스는 소개했다.
미국 델라웨어에서 회계학을 공부한 노승견(26)씨는 "그는 8살 때 한국을 떠났으며 총기 사용은 그가 이미 미국 문화에 젖어있음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으나 함께 자리한 김정환씨는 조승희가 한국 문화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것이라며 "아무리 어렸을 적에 떠난다 하더라도 국민성을 완전히 뿌리치기 힘들다"고 주장했다.
isjang@yna.co.kr
(끝)
ⓒ 미디어워치 & mediawatch.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