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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의 경상도 공략, 이창동의 '밀양'?

이창동 감독의 4번째 작품 <밀양> 영화로만 볼 수 있나


영화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이후 4년만에 감독으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의 4번째 작품 '밀양'이 이야기 보따리를 풀었다. 특히 노무현 정권 하에서 문화관광부 장관을 역임하고, 최근 친노진영의 대선캠프나 다름없는 참여정부포럼의 주요인사인 이창동 장관의 복귀작이라 정치적으로 미묘한 파장이 일고 있다.

사실 상 정치인이나 다름없는 이창동 장관, 재임기간 내내 경상도 표를 공략했던 노무현 대통령, 그리고 영화 <밀양>, 얼마든지 정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는 것이다. 물론 <밀양>의 영화 스토리 자체는 순수영화 그 자체이다.

영화 '밀양'은 '사는것은 다 똑같은' 한 지방(밀양)에서 벌어지는 사람사는 이야기다. 경상남도 지방도시인 '密陽'(비밀스러운 햇볕)은 이창동 감독이 전하고자 하는 메세지를 예감하게 한다.

영화 '밀양'은 사랑이야기일수도 있고 아닐수도 있는 그런 영화다. '밀양'의 두 주인공인 신애(전도연)과 종찬(송강호)는 전혀 다른 캐릭터로 영화의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전혀 다른 두사람 종찬과 신애의 이야기

사랑하는 아들 준과 함께 밀양에서 새출발 하려는 신애(전도연)에겐 남은것이 없다. 하나뿐인 아들을 잃고 어느하나 의지할것 없는 낯선 지방도시 '밀양'에서 그녀가 할수 있는 건 울음뿐이다. 신애는 집에서, 교회에서, 거리에서 주저앉아 운다. 울고 울고 답답한 마음을 토해내듯 울어도 여전히 눈가엔 눈물이 맺힌다.

모든 사랑을 잃어버린 신애는 세상을 원망하고 세상을 부정하기 시작하고 자신이 할수 있는 일탈을 시도하며 하늘(또는 하나님)에 대한 복수를 시작한다. 약국을 운영하는 장로를 유혹해보고 자신을 위한 기도회가 열리는 이웃집에 돌을 던진다. 부흥회에 찾아가 유행가를 틀기도하고 교회에 찾아가 소란을 피우기도 한다. 어느것 하나 마음대로 되지 않자 신애는 자살을 택하지만 이 역시도 실패하고 만다.

신애역을 맡은 전도연은 영화 '밀양' 촬영이 끝나지 않는 네버엔딩 스토리같았다고 말한다. 촬영이 진행되는 5개월동안 전도연은 신애로 살면서 고통과 분노속에 오열해야 했고 베일듯한 감정을 유지한채 촬영을 해야 했다.

남편과 아이를 잃고 형언할수 없는 고통속에 잠시나마 마음의 평화를 주었던 종교마저 자신을 배신했다고 느낀 신애 캐릭터는 전도연을 만나 온전히 부활했다. 아무것도 남지 않고 온전히 파괴되어 버린 신애의 인생은 그렇게 전도연을 통해 눈물로, 오열로, 막막함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신애의 곁을 맴도는 남자 종찬(송강호)은 밀양에서 카센터를 운영하는 노총각으로 적당히 속물적이지만 순박하며 따뜻한 마음을 지닌 남자다. 신애가 밀양을 찾아온 후로 종찬은 신애곁은 맴돌며 그녀를 감싸려 애쓴다.

2시간 20분을 팔팔 끓여야 제맛이 나는 사골국물처럼 영화 '밀양'은 오래 끓인 영화라고 말한다. 밀양이 어떤 도시냐는 물음에 "뭐 사람 사는데가 다 똑같지예"라고 말하는 종찬은 매순간 눈물과 오열로 일관하는 신애를 웃음으로 맞이한다.

송강호가 스스로 자신이 처음으로 맡은 '코믹멜로'라고 칭할 정도로 영화 '밀양'의 종찬은 엉뚱함과 따스함으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인물이다. 화려함과 겉치례보다 항상 현실에 충실하며 갑작스럽게 다가서지도 멀어지지도 않는 종찬의 감정은 세상에 홀로 남겨진 신애를 뒷받쳐주는 든든한 버팀목같은 존재다.

실제 송강호는 '밀양에서 조그만 카센터를 운영하는 순박한 노총각'인 종찬을 가장 현실적인 캐릭터로 만들어 냄과 동시에 무겁고 힘들기만한 신애의 이야기에 따스한 웃음을 전해준다.



'밀양'의 다중적 메시지

영화 '밀양'은 단순한 러브스토리가 아니다. 남편과 아이를 잃은 한 여인의 인생을 이야기하고 그런 여인이 안쓰러워 견디지 못하는 남자의 이야기가 그려진다. 이창동 감독은 '밀양'을 통해 결말을 온전히 관객의 몫으로 돌린다.

종찬이 신애에게 고백할 것인지, 신애가 종찬을 받아들일 것인지, 신애의 동생이 신애를 위해 어떠한 행동을 취할 것인지, 신애는 '밀양'에 남아 계속 살아갈 것인지등 모든 결말은 관객의 몫이다.

평범하게 살고자 하는 작은 소망을 그토록 어렵게만 느껴지는 신애의 가슴시린 이야기는 관객들을 무겁게 짓누른다. 하지만 신애의 생의 무게는 종찬의 엉뚱함과 따스함으로 조금씩 회복된다. 신애의 회복은 단순한 연애감정이 아니다. 세상을 향한 신애의 원망과 하늘에 대한 복수심, 배신감 주변인들과의 갈등, 아들 준이를 잃게한 사건에 대한 자책과 범인에 대한 원망 이모든 복합적인 슬픔과 절망이 조금씩 치유되는 모습이 영화 '밀양'이 관객에게 전해주는 메시지다.

이렇게 영화의 텍스트 자체만을 분석했을 경우 <밀양>은 운명의 고통 속에서도 작은 희망을 찾아가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담고 있다. 그러나 밀양이 개봉될 5월 말의 정치적 상황을 염두에 두고 콘텍스트 분석을 하자면, 한도 끝도 없는 정치영화로 해석할 수도 있다. 고통받는 전도연의 역을 늘 경상도에서 도전을 해온 노무현 대통령으로, 이를 돌봐주는 송강호 역을, 그래도 내 고향 사람이라는 경상도의 정서로 등치시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참여정부 포럼을 이끌어나갈 이창동 장관의 향후 활동까지 연계시키자면, <밀양>이 만약 국제영화제의 수상이나 국내 흥행 돌풍을 이어나갔을 경우, 친노진영의 정치적 플러스 효과는 만만치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소한 영화계의 스크린쿼터 폐지 반대 논리를 형성할 수 있고, 밀양이라는 경상도 요지에서, 이창동 장관이 중심이 되는 수많은 이벤트가 가능하다. 실제로 <밀양>에 동원된 조연과 액스트라는 모두 경상도 지역의 평범한 배우들로 채워넣었다.

사람과 희망을 이야기해왔던 이창동 감독의 4번째 작품, 단지 영화의 텍스트만으로 분석할 수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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