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일 4.25 재보선 참패의 지도부 책임론을 둘러싼 내홍이 수습 국면에 접어들자 일단 안도의 한숨부터 내쉬는 분위기다.

지도부 총사퇴 여부를 놓고 양대 대선주자인 박근혜(朴槿惠) 전 대표와 이명박(李明博) 전 서울시장이 각각 '현 체제유지'와 '조건부 유보' 입장을 보이면서 한때 내분 양상으로 치달았던 위기 상황이 수습 국면을 맞게 된 점이 다행스럽다는 반응이다.

특히 당직자들과 중진들은 하마터면 파국으로까지 치달을 뻔 했던 사태가 봉합 국면에 접어든 점을 적극 반겼다.

나경원 대변인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당연히 이렇게 됐어야 하는 일이긴 하지만 어쨌든 다행"이라고 말했다.

이강두 중앙위의장도 "다행이긴 하나 어차피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던 일 아니겠느냐"면서 "이제 남은 것은 당직자들이 한 마음이 돼 사태를 잘 봉합하는 것인데 한나라당의 저력을 생각하면 잘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오 최고위원의 결정을 보고 거취를 결정하겠다던 김형오 원내대표와 정형근 최고위원도 지도부 잔류를 확정하면서 긴장을 푸는 모습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이 `오픈 프라이머리(완전 국민경선제)'를 요구하지 않겠다고 밝혔음에도 불구, 경선 룰을 둘러싼 양대 주자간 신경전 등이 일단락될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전망되고 있어 '여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정형근 최고위원은 "일단 수습되는 방향으로 가겠지만 여진은 계속 될 것 같다"면서 "노무현 대통령 등 범여권이 공세를 퍼붓는데 당은 최고위원 3명이 사퇴한 상태에서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고 양대 캠프가 앞으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지도 알 수 없는데다 대표의 지도력도 동력을 상실한 만큼 어려운 상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또 "강 대표의 지도력이 무능하고 우유부단했다"고 비판하면서 "이제부터 사퇴한 최고위원들을 원대 복귀시키고 이달 중 경선 룰을 확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서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강 대표만 잘못했다고 하는 것은 맞지 않다"며 "이 최고위원이 특정 캠프의 지도부이지 당 지도부가 아니라는 비판이 많다"고 지적했다.

김형오 원내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한 평가와 향후 전망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문 채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이날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그러나 이 전 시장 측이 이 최고위원의 지도부 잔류를 결정한 데 대한 소장파와 비주류측의 반발도 거셌다.

지도부 총사퇴를 요구해온 홍준표 의원은 "이번 일을 계기로 한나라당에는 당은 없고 양대 후보만 있다는 것이 입증됐다"며 "당 지도부의 존폐 문제가 양 후보진영에 의존하게 되는 서글픈 현실이 안타깝다"고 비판했다.

그는 특히 "이 전 시장 진영의 이번 선택은 2002년 이회창 후보 체제 당시에 `이대로 가자'를 외친 것과 다름없다"면서 "쉽게 가면 자신들이 후보되고 대통령 될 것으로 착각하는데 향후 당 경선과 대선에서 참으로 걱정스런 사태가 벌어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고위원직을 사퇴한 강창희, 전여옥 최고위원은 지도부에 복귀하라는 이 전 시장 측과 당내 다수 여론에 따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재 대전에 머물고 있는 강창희 최고위원은 "사퇴 회견을 번복할 뜻이 없다"는 의사만 밝힌 반면, 전여옥 최고위원은 이 전 시장 진영과 강 대표에 대한 신랄한 비판까지 보탰다.

전 최고위원은 특히 이재오 최고위원에 대해 "이 전 시장에게 설득당했다는데, 이는 독립된 정치인이 아니라 이 전 시장의 부속품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난했다. 또 강 대표에 대해선 "여전히 국민 메시지에 귀기울이지 않고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 시장 측의 '사실상 후퇴'로 봉합 국면을 맞게 된 이번 사태와 관련, 양대 주자들의 손익계산서에 대해선 "둘 모두 손해봤다"는 평가가 많다. 결국 양대 주자 모두 얻은 것 없이 국민들에게 '나쁜 이미지'만 남긴 셈이라는 분석이다.

한 중진 의원은 "무능한 강 대표를 무조건 감싼 박 대표도 국민들이 좋게 보지 않겠지만 이 전 시장도 몽니를 부리는 이재오 최고위원에게 모든 운명을 걸고 있는 것처럼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은 부정적 이미지를 줬다"면서 "양쪽 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이 전 시장이 당 수습 노력을 하지 않은 것처럼 비친 것은 조금 더 손해 같다"고 말했다.

홍준표 의원은 "이 전 시장 측이 박 전 대표 측에 주도권을 뺏겼을 뿐 아니라 앞으로 당심도 박 전 대표 쪽으로 많이 기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연합뉴스) lesli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