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은 3일 저녁 영등포 당사에서 워크숍을 열고 당 진로와 범여권 통합신당 추진방안을 놓고 4시간 가까이 난상토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정세균(丁世均) 의장과 장영달(張永達) 원내대표 등 당 지도부 35명은 이날 당이 더욱 적극적인 자세로 민주당 및 시민사회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하면서 통합신당 추진에 나서야 한다는 원론적 문제의식에 공감대를 형성했다.
또 범여권 유력 `제3후보'로 거론됐던 정운찬(鄭雲燦) 전 서울대 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한 상황을 감안, '후보중심 통합' 방식에서 '제 3지대 통합' 방식으로 무게중심을 옮겨가자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는 범여권 4개 정파 소속 의원 8명이 4일 회동을 갖고 통합론 절충작업에 나서기로 한 것과도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날 워크숍에서는 기대주였던 정 전 총장이 중도포기하고 타 정파가 우리당을 통합협상의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아 우리당 주도의 통합작업이 좀처럼 탄력을 받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과 불안감도 그대로 묻어났다.
정 의장은 인사말에서 "오늘은 2.14 전대 이후 70일 되는 날이다. 저도 입술이 부르트도록 열심히 했지만 내놓을 게 없어 걱정하고 있다"고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송영길 사무총장은 "지금까지 기득권을 포기하겠다며 낮은 자세로 임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이제는 민주당에 대해서도 공개적이고 구체적인 문제제기를 해야 하고 반(反) 통합적 행태에 대해서는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동영(鄭東泳) 김근태(金槿泰) 두 전직 의장이 이날 기자간담회를 통해 우리당 지도부의 통합신당 추진작업에 문제를 제기하며 당의 해체를 주장하고 탈당 가능성을 내비친 데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정 의장은 "대통합의 틀이 마련되기 전에 당을 해체하는 것은 전당대회에서 위임받은 지도부의 권한밖"이라며 수용하기 어렵다는 뜻을 밝혔다.
원혜영 최고위원은 정 전 의장이 우리당 경선에 불참하겠다고 선언한 데 대해서는 "우리당이 대선후보 경선을 실시하겠다고 언급한 적이 없다"며 반박했다.
우리당의 틀로는 통합신당 추진이 불가능한 상황인 만큼 지도부가 당 해체를 정치적으로 선언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지만 당 해체를 선언한다고 타 정파가 움직이겠느냐는 자조적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강창일 의원은 "당 지도부의 통합 진정성을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우리당이 주도해선 통합이 어려우므로 지도부는 5월 중 해체선언을 하고 탈당 후 제3지대를 형성하는 방안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학진 의원은 "우리당은 당 해체를 전제로 한 전대 결의를 위배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제 3지대 신당이 지지를 받으려면 우리당 사수파는 물론 민주당 사수파도 최소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한 초선의원은 "우리당이 제 3지대를 형성한다고 해서 과연 민주당이 나와줄 지 의문"이라고 말했고, 다른 초선의원도 "통합의 그림도, 대의명분도 없는 상태에서 탈당한다고 국민들이 인정해 주겠느냐"고 반문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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