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지니아공대 총격사건의 범인 조승희가 2005년 12월 버지니아주 특별판사로부터 스스로에게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치료 명령을 받았으나 그 명령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7일 보도했다.
포스트는 조승희 사건을 통해 강제성 없는 조치나 관리들의 규정에 대한 혼동 등 버지니아주 정신과 진료체계에 미로처럼 얽혀 있던 각종 문제점들이 낱낱이 드러났다고 밝혔다.
WP에 따르면 조승희는 2005년 12월 13일 경찰로부터 함께 강의를 듣던 여학생 2명에 대해 상대방이 원하지 않는 의사 전달을 하지 말 것을 명령받았다.
이날 밤 조승희는 기숙사방 동료에게 자살을 언급하는 이메일을 보냈고 이메일을 받은 동료는 경찰에 연락했으며 경찰은 조승희를 버지니아공대가 위치한 블랙스버그 지역의 지역봉사위원회로 데리고 가 상담을 받도록 조치했다.
지역 주민들의 정신건강 관련 행정업무를 담당하는 지역봉사위원회에서 조승희는 "요양이 필요한 정신적 질병 상태"라는 진단을 받았다.
문제는 여기서 시작된다.
지역봉사위원회의 진단 만으로도 조승희는 버지니아공대에서 몇마일 떨어진 병원에 입원해야 하지만 대신 특별판사 앞에 출두해야 했다.
2005년 12월 14일 특별판사는 조승희에게 '비자발적 외래진료 참여'명령을 내렸다.
이에 따라 조승희는 버지니아공대 상담소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지만 상담소측은 당시에 법원으로부터 그런 명령을 받은 사람이 있었는지 통보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버지니아주 법률에는 지역봉사위원회가 '비자발적 외래진료 참여'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적절한 수준의 치료 계획을 제공해야 하고 대상자가 위원회의 제안에 따르는지를 감독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다.
하지만 블랙스버그 지역봉사위원회 관계자는 그런 규정이 "처음 듣는 내용"이라는 반응이었다.
버지니아 법에는 또 치료 명령을 받은 사람에게 적절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을 때 대상자가 특별판사에게 다시 출두해야 하고 그때도 여전히 문제가 남아 있으면 요양기관에 최고 180일까지 수용돼야 한다는 조항도 있었지만 조승희에게는 적용되지 않았다.
블랙스버그 지역봉사위원회 관계자는 진단이 이뤄지면 자신들의 책임은 거기서 끝난다는 입장을 보였다.
당시 조승희에게 명령을 내렸던 특별판사이자 총격사건에서 조승희 측 관선변호인이 된 테리 틸 변호사는 특별법정이 명령 이후의 일을 감시할 "권한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조승희에게는 자신의 건강 문제가 공공기관에 정식으로 제기된 이후 1년4개월 남짓 지나도록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버지니아공대 상담소 관계자는 "어떤 사람이 법원으로부터 명령을 받으면 명령은 당사자에게 내려지는 것이지 상담 기관에 내려지는게 아니다"라고 말했고 다른 관리들도 정신건강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판정받은 사람이 일단 법정을 나서면 어떻게 할 방법이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버지니아주의 지역봉사위원회들은 2005년 기준으로 11만5천명의 정신질환자를 감독하고 있으며 이 업무에 들어간 예산은 1억2천700만달러였다.
(서울=연합뉴스) smi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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