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전 100편이 영문으로 번역돼 해외 대학 도서관에 배포되고 세계 주요 지역 및 국가를 체계적으로 연구하기 위한 지역학 연구소가 창설되는 등 위기에 처한 인문학 진흥을 위한 다양한 방안이 향후 10년 동안 추진된다.

인문학 분야의 오랜 연구 성과와 경험을 축적한 중견학자 100명을 매년 발굴해 저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1인당 1천500만원씩 지원하고 한글날을 전후한 시기를 `인문주간'으로 정해 학술대회나 대중강연, 전시회 등 다양한 행사도 개최한다.

교육인적자원부는 17일 학계와 문화계, 출판계 등의 의견을 수렴하고 인문학진흥자문위원회의 자문을 거쳐 올해부터 2016년까지 10년 동안 4천억여원이 투자되는 `인문학 진흥 기본계획'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기본계획에 따르면 대학생들의 인문학 소양을 강화하기 위해 신세대에 적합한 다양한 교재를 개발하고 핵심 교양과목의 토론 중심 강의와 소논문 형식의 글쓰기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지원하고 창의적인 차세대 연구인력 양성을 목표로 `미래한국인문장학생' 제도를 운영하기로 했다.

인문학 토대지식을 축적하기 위해 논문형 작품만 학위논문으로 인정해온 관행을 바꿔 동ㆍ서양 고전을 번역하더라도 박사논문으로 인정하는 제도를 확대해 매년 번역 전문가 1천명을 선발해 1인당 500만원씩 제공할 계획이다.

미국과 일본 등 일부 선진국은 동양학뿐만 아니라 서양고전 번역물을 박사논문으로 인정하고 있으며 현재 서울대와 고려대가 이 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다.

인문학 연구 및 인력 양성을 돕기 위해 우수 대학부설연구소 20여개를 거점연구소나 거점연구단으로 선정해 올해 15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BRICs(브라질ㆍ러시아ㆍ인도ㆍ중국 등 신흥경제 4국)나 중앙아시아, 아프리카, 아랍, 남미 등 세계 각 지역이나 국가의 언어와 문화, 종교, 역사 등에 대한 심도있는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학 연구소 20개(권역별로 4∼5개)를 선정해 글로벌 경쟁력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전통문화에 대한 자부심 고양과 해외 한국학 진흥, 문화국가로서 한국 이미지 개선, 지속적인 한류 형성을 위해 한국 고전 100편을 선정해 외국의 한국학 학자와 공동으로 영문으로 번역해 한국학이 설치된 해외 대학이나 도서관 등에 배포할 방침이다.

한국문화의 정수인 왕실문화를 정리해 21세기 새로운 문화 아이콘을 형성하고 한류 콘텐츠 발굴에 기여하기 위해 왕실문화 총서를 발행하며 한국의 국가경영과 리더십, 민주주의, 산업화 등을 기술한 `한국학 영문총서'도 발간한다.

인문학 분야의 중견학자 100명을 매년 선발해 연구성과를 저술하도록 연간 1천500만원을 지원하고 인문학과 대중의 접촉을 확대하기 위해 한글날 전후에 `인문주간'을 설정해 대중강연, 전시회, 학술대회 , 명강의 선정ㆍ시상, 인문선언 발표 등 다양한 행사를 열고 이공학도를 위한 인문학 강좌도 개발할 예정이다.

군 장병이나 산업체 노동자, 교도소 수감자, 노숙자 등 인문학을 접할 기회가 적은 계층에게 인문강좌를 개설해 사회구성원으로서 남을 존중하고 진정한 자아를 발견하며 자활의지를 높일 수 있도록 돕는다는 계획도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인문학 석ㆍ박사의 고용이 불안하고 연구지원이 저조해 체계적인 기초연구 축적이나 대중화 및 국제화 성과가 낮아지는 등 위기에 처한 인문학을 진흥하기 위해 마련한 이번 계획은 국가 정체성과 사회통합의 기초를 굳건히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 had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