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가 축구의 성지' 뉴 웸블리의 새 주인은 첼시였다.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 2위 첼시는 19일 밤(이하 한국시간) 영국 런던 뉴 웸블리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2006-2007 잉글랜드 FA컵축구 결승에서 연장 혈투 끝에 프리미어리그 우승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를 1-0으로 제압,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프리미어리그 득점왕 디디에 드로그바는 연장 후반 11분 천금같은 결승골로 이번 시즌 잉글랜드 축구의 대미를 장식했다.
칼링컵 우승팀 첼시는 시즌 2관왕에 오르며 2000년 옛 웸블리 구장에서 우승한 이후 7년 만에 FA컵 정상을 탈환했다.
126회 결승에서 통산 4번째 FA컵을 안고 상금 100만파운드를 가져간 첼시는 올드와 뉴 웸블리의 마지막과 처음에 우승한 팀으로 역사에 남았다.
조제 무리뉴(포르투갈) 첼시 감독은 6번째 외국인 우승 사령탑으로 이름을 올렸다.
통산 12번째 우승컵과 시즌 2관왕을 노린 맨유는 종료 4분을 남기고 눈물을 떨궜다. 부상으로 함께 하지 못한 박지성도 세계 최고 전통의 FA컵 우승팀 소속 선수라는 영예를 놓쳤다.
9만 대관중이 운집한 뉴 웸블리의 전쟁은 조심스럽게 시작됐다.
드로그바, 조 콜, 숀 라이트 필립스를 톱에 놓은 첼시와 웨인 루니, 라이언 긱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로 맞선 맨유는 초반 15분 탐색전을 폈다.
루니가 첫 위협 사격을 했다. 오프사이드가 선언됐지만 수비 실수를 틈타 골키퍼와 맞섰다.
첼시는 22분 드로그바의 기습 중거리슛과 필립스의 우측 돌파에 이어진 프랭크 램퍼드의 터닝슛으로 기세를 올렸다.
다시 반격한 맨유는 호날두가 폴 스콜스의 긴 패스를 지체없이 연결했지만 포스트를 비켜갔다.
후반 초반엔 맨유가 힘을 냈다. 루니가 수비 3명을 앞에 둔 채 중거리포를 쏘았고 골키퍼 페트르 체흐가 쳐내자 긱스가 리바운드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은 열리지 않았다.
후반 14분 드로그바는 먼 거리 프리킥을 직접 때린 게 골 포스트 바깥 쪽을 맞고 나갔다.
일진일퇴를 거듭한 두 팀은 체력이 고갈된 상태에서 연장에 진입했다.
연장 전반 생애 5번째 FA컵을 꿈꾼 긱스가 루니의 측면 크로스를 이어받아 결정적 기회를 맞았지만 왼발이 빗맞았다. 볼이 체흐의 품에 안긴 채 골 라인을 넘었지만 주심은 득점 사인을 내지 않았다.
연장 후반에도 체흐의 선방으로 루니의 돌파를 막아낸 첼시에 마침내 기회가 찾아왔다.
결승골의 주인공은 아프리카(코트디부아르) 출신 최초의 리그 득점왕 드로그바.
드로그바는 연장 후반 11분 존 오비 미켈이 밀어준 볼을 램퍼드에게 연결했고 다시 램퍼드가 넘겨준 2대1 패스를 쫓아 문전으로 치고 들어갔다.
맨유 수문장 에드윈 판데르사르가 뛰어나왔지만 절정의 감각을 자랑한 드로그바는 발끝으로 볼을 꽂아 116분 동안 굳게 닫혀있던 맨유의 골문을 열어젖혔다.
1950년 FA컵 이후 무려 57년 만에 첼시가 맨유를 무너뜨린 순간이었다.
(서울=연합뉴스) oakchu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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