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털 1600만원 아까와 항소하나
지난 5월 18일, 법원으로부터, 뉴스배치, 댓글, 검색 등 모든 기능에 대해 법적으로 책임을 인정받은 포털사들이 항소를 준비하고 있다. 포털사들의 모임인 인터넷기업협회 김지연 실장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정보통신망법 44조에 의하면 삭제 요청이 있은 후 삭제하면 되는데, 법원이 너무 포괄적으로 책임을 물었다”며 항소할 것을 시사했다.
빅뉴스가 접촉한 미디어다음, 네이버 등 개별 포털사 역시 법원의 판결문을 검토해보겠다는 의견이 주를 이루긴 했지만, 항소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포털사가 이번 패소로 물어야할 금액은 네이버, 미디어다음, 네이트, 야후 등이 합쳐 총 1600만원이다. 네이버 한 회사의 영업이익이 3000천억원 대에 이른 상황에서 보면 그야말로 껌값도 되지 않는다.
반면, 피해자 김모씨는 포털이 유포한 악의성 게시물로 인해, 직장을 잃어 금전적 손해가 막심하고, 다니던 학교까지 그만둔 상태이다. 거대재벌 포털이 사실 상 전 재산을 잃어버린 피해자 개인에게 1600만원이 아까워 항소할 리는 없을 것이다. 그럼 대체 포털은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무릅쓰고 왜 항소를 택할 수밖에 없는 것일까?
포털의 목적은 언론의 책임을 지지 않고 언론권력 누리겠다는 것
각 언론사들은 이번 법원의 판결이 포털의 댓글에 대한 관리를 더 철저히 하라는 의미 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만약 법원의 판결의 주요내용이 그 정도에 그쳤더라면 아마도 포털이 항소까지 고려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법원 판결 내용 중 포털 측에서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뉴스의 배치를 사실 상의 포털의 언론기능 수행으로 인정한 부분이다.
“포털은 독자의 흥미 등을 고려해 기사 제목을 변경한다. 게시판의 댓글을 쓰는 공간을 만들어 여론 형성을 유도한다. 뿐만 아니라 여러 언론사에서 제공받은 기사를 게시해 영향력이 기사 작성자보다 더 커질 수 있다. 이러한 점 등을 감안할 때 포털이 단순한 전달자에 그쳐 기사 내용에 책임이 없다고 할 수 없다."
법원의 판결을 그대로 받아들인다면, 포털은 신문법 상 인터넷언론으로 포함시켜야 한다. 안 그래도 한나라당의 김영선 의원 등은 바로 이 점을 착안하여 신문법 개정안 제출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포털이 언론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게 된다면, 그간 문어발식으로 벌여나갔던 포털의 다른 사업들에 대한 문제제기도 충분히 가능하다. 현재 방송사와 신문사들은 겸업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다. 이는 법적으로 겸영과 겸업이 금지된 것은 물론, 관습적으로도 언론사들이 사행성 사업 등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여론이 좋지 않다.
그러나 네이버와 미디어다음의 예를 들어보자. 네이버는 사실 상의 온라인도박 사업에 가까운 한게임으로 수천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미디어다음은 엔터테인먼트 기업을 인수하여 직접 경영하고 있다. 둘 모두 언론사로서는 적절치 못한 사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미디어다음은 아예 IPTV라는 새로운 미디어에 뛰어들려 한다. 방송사업 진출이 철저히 금지되어있는 신문사와는 형평에 맞지 않다.
포털에 불리한 기사 은폐, 포털의 최대 딜레마
이런 모순점을 빠져나가기 위해 포털사들은 “우린 언론이 아니고 단순한 전달자 역할만 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이치에 어긋나는 주장을 되풀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포털의 항변은 포털에 불리한 기사는 철저히 통제하고 있는 사례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반박할 수 있다. 자의적인 편집을 하지 않는다면서 어떻게 포털에 불리한 기사 만큼은 한번의 실수없이 100% 걸러낼 수 있냐는 것이다.
만약 포털이 법원의 판결을 받아들인다면, 스스로 언론임을 선언하던지 아니면 뉴스의 편집 및 배치기능을 포기해야 한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이 둘 모두 포털이 선택하기는 어렵다.
필자는 얼마 전 포털사의 관계자와 만나, 포털이 스스로 자정의지를 증명할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은 언론권력의 포기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포털이 자사의 비리와 부정을 뉴스 편집권력으로 은폐하고 있는 한 포털의 자정노력은 없다고 판단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대로 보자면 바로 이 문제 때문에 포털이 쉽게 언론권력을 포기 못하는 수도 있다. 포털은 현재 사면초가에 몰렸다. 그 동안 포털 봐주기로 일관한 정부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공정위, 통신위, 정통부 등이 포털 규제에 나서고 있고, 인내의 한계에 달한 언론사들도 꺼리만 있으면 포털 비판에 나선다. 또한 올블로그 등 중소콘텐츠업체들 역시 더 이상 포털에 의존하지 않겠다며 속속 독립을 선언하고 나선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미FTA협상 결과 저작권 침해를 상시적으로 범한 업체는 영업정지까지 가능해졌다.
만약 이런 상황에서 포털이 언론권력을 놓으면 어떻게 될까? 모르긴 해도 최소한 몇 달 간은 그간 포털에 눌려있던 수많은 업체와 언론사들이 집중적으로 포털 비판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말하자면, 포털이 범법에 가까운 방법으로 사업을 해오면서도 버틸 수 있었던 이유도 바로 그들의 언론권력 때문이었다고 분석할 수 있다.
포털에 승소한 김모씨는 만약 포털이 항소를 한다면, 훨씬 더 높은 강도의 포털 비판에 나설 것을 말하고 있다. 또한 인터넷기자협회와 인터넷미디어협회 역시 성명서를 통해 포털이 항소 운운한다면, 아예 뉴스편집권력을 박탈시키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현재로서 포털의 선택은 세 가지이다. 앞서 언급한 대로 포털이 언론임을 선언하고 언론사로서의 모든 책임을 다하는 것, 아니면 언론의 기능을 모두 포기하는 것, 그게 아니라면 여전히 언론권력을 누리면서 “우린 언론이 아니다”고 우겨대면서 항소하는 것이다.
포털의 항소, 가장 위험한 길 선택
포털은 세 번째의 길을 선택하는 듯하다. 안타까운 것은 포털이 선택한 세 번째의 길은 언론기능 박탈 뿐 아니라 포털이라는 사업 전체가 다 무너질 수도 있는 가장 위험한 길이라는 점을 포털사 스스로만 모른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 포털은 공권력과 국민적 합의로 이들의 사업에 대해 면책조항을 두고, 상당히 오랜 기간 개선할 수 있도록 유예기간을 두어야지만 생존할 수 있을 정도로 취약한 기업이다. 신문을 죽이겠다며 철저한 포털 보호 전략을 써온 노무현 정권 하에서나 성장이 가능한 일이지, 차기 정권에서 인터넷 정책을 조금만 수정해주면, 포털 정도의 허약체질의 기업은 한 순간에 쓰러질 수도 있다.
그러나 한국의 모든 대기업이 다 포기한 언론권력조차 놓지 않으려는 악덕 기업 포털을 지켜주기 위해 나설 만한 국민들이 누가 있을까? 설사 미국의 압력으로 사이트가 폐쇄되더라도, 그건 돈벌이에 미친 포털 책임이지, 국민의 책임은 아니란 말이다.
포털로서는 한미FTA 저작권 강화 관련 기사를 전면에 배치하는 등, 포털을 이용하는 국민들을 선동하여 이 위기를 빠져나갈 수 있을 거라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과연 그럴까? 포털에다 글쓰다 저작권과 명예훼손 등으로 경찰에 고발당하여, 바로 그 포털의 협조로 처벌받는 국민들의 숫자나 고려해봤는지 모르겠다.
국민, 아니 포털의 회원들은 결코 포털 편이 될 수 없다는 점도 역시 포털 그들만이 모를 뿐이다. 왜? 포털 스스로 포털의 회원들을 돈벌이 수단으로만 보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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