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기난사 사건은 한 개인의 문제일 뿐 그 사건으로 한국에 대해 우리가 느끼는 이미지는 아무런 변함이 없습니다."
총기난사 사건이 발생한 미국 버지니아공대 소속 학생 18명과 교수 2명은 29일 오전 자매학교인 건국대에서 열린 방한 단체 인터뷰에서 이런 공통된 입장을 밝혔다.
인터뷰에 참석한 대니얼 레스네스키씨는 "사건을 일으킨 학생은 정신적으로 정상이 아니었다. 사건을 일으킨 사람이 어느 나라 사람이었을 수도, 어느 연령대일 수도 있었는데 어쩌다 보니 한국인이었을 뿐"이라며 "이 사건 이후 한국에 대한 생각은 아무런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계인 리즈 진(20.여)씨도 "한국인 피가 섞여있는 내가 이 사건 이후에 차별을 받거나 학교에서 나를 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일은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 같다"며 "이는 개인적인 문제일 뿐 한국 전체로 확대 해석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벤저민 셰핀(22)씨도 "이번에 온 이유는 나의 공부를 위해서이며 그 사건이 나의 선택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며 "한국을 배우고 많은 교류를 위해 이 자리에 왔다"고 말했다.
셰핀씨처럼 이들은 지난해 9~10월께 자발적으로 국제하계 프로그램에 참가하겠다고 지원했으며 기회가 있었음에도 총기 사건 이후 단 1명도 참가를 포기한 사람이 없었다고 인솔자인 데비 개왈리(47)교수는 전했다.
그러나 이들은 한 달 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겉으로는 무척 밝은 모습이었지만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민감한 질문을 하자 기자회견이 끝난 뒤 일부 여학생은 당시의 충격이 상기된 듯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들은 또 모두 총기사건의 희생자를 추모하는 의미를 담아 빨간색 리본을 모두 달고 있었다.
에린 사르도(21.여)씨는 "4월 16일부터 학교 뿐 아니라 다른 주와 다른 국가에서도 자발적으로 학생들끼리 희생자를 추모하고 사건의 충격을 추스르기 위해 자발적으로 빨간색 리본을 달기 시작했는데 이번 프로그램 참가자 모두 자발적으로 리본을 달고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총기 난사 사건의 충격을 극복하고 희생자 몫까지 더욱 열심히 공부하겠다는 젊은이다운 건강함도 드러냈다.
레스네스키씨는 "총기 사건은 나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 힘든 사건이어서 현장을 지나갈 때마다 생각이 나고 가슴이 아프고 힘들다"면서도 "더 이상 공부할 기회를 잃어버린 희생자들의 몫까지 열심히 공부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총기 사건으로 친구 2명을 잃었다는 애드넌 바르카위씨도 "과거에 집착하는 일은 도움이 안 된다"며 "이를 극복하고 마음의 안정을 되찾는데 한국 친구들과 함께하는 시간과 활동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자매결연 학교인 건국대의 국제 하계 프로그램 참석 차 방한한 이들은 앞서 일본에서 12일간 체류하며 현장학습을 진행한 뒤 이날부터 한달간 한국어 강좌, 한국문화 입문, 국제경영 등 3과목을 수강한 뒤 내달 27일 출국한다.
이 프로그램에는 버지니아공대를 비롯해 일리노이주립대, 뉴욕주립대, UW메디슨대, 상하이대에 재학 중인 외국인 학생과 건국대생 등 28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방한 기간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LG전자,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기업과 경제단체 등도 방문할 예정이다.
데비 개왈리 교수는 "우리는 한국을 배우고 문화 체험을 통해 많은 경험을 하기 위해 이 자리에 왔다"며 "과거는 과거일 뿐 미래를 준비하는 방식으로 한국과의 교류를 확대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js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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