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 전환사채(CB) 저가발행사건 항소심 선고 공판에서 유죄 판결이 남으로써 CB 저가 발행 지시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어떻게 진행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관계자는 29일 선고 결과가 나온 직후 "결정문을 분석한 뒤 절차에 따라 신중히 처리하겠다"고만 밝혀 일단 이 회장 소환 여부에 대해서는 명확한 입장을 표명하지 않았다.
이 관계자는 `처리'라는 표현에 대해 "피고발인 중 허태학ㆍ박노빈씨(전ㆍ현직 사장) 등 2명만 기소했으니 나머지 31명에 대해 기소ㆍ불기소 등의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밝혀 이 회장과 이학수 부회장을 포함한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한 조사 또는 사법처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았다.
검찰은 그동안 항소심 공판에서 CB의 저가 발행은 경영권 이전을 위한 행위로 "삼성그룹 최고 의사결정권자의 지시나 의사를 따르지 않는다면 절대로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며 그룹 최고위층의 지시와 공모가 있었음을 강하게 주장해왔다.
검찰은 특히 지난 16일 공판에서는 2004년 대선자금 수사 당시 이 부회장과 김인주 구조본 팀장(당시) 등이 "이 회장이 김 팀장에게 재인재산을 맡곁고 김 팀장은 박재중(사망) 전문에게 실무처리토록 했다"는 진술조서를 증거로 내세워 그룹비서실 등의 개입 정황을 부각시켰다.
"김씨가 이 회장의 개인재산을 관리해 왔고, 박 전무 등 2~3명을 담당자로 지정해 이 회장 자녀의 주식ㆍ예금ㆍ채권도 관리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들어 있다"는 게 검찰 측 설명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해 9~11월 이 부회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3차례나 조사한데 이어 이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와 이재용씨 등 이 회장 가족들도 서면조사함으로써 이 회장 관련 증거나 정황 등을 확보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인 바 있다.
하지만 당초 1월로 예정됐던 선고 공판이 임박함에 따라 재판 결과를 보고 소환여부를 결정하겠다며 소환을 미뤄오던중 선고 공판이 다시 연기되면서 소환도 늦춰졌다.
당시 수사를 맡았던 검찰 관계자는 "이 회장 소환 여부는 선고 결과를 보고 결정할 예정이며, 모든 국민이 이 회장이 지시했다고 여기고 있는데 입증하지 못하면 이상한 것 아니냐"며 소환 조사 방침을 수차례 내비쳤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를 인정함에 따라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한 공소시효도 7년에서 10년으로 늘어나 검찰이 이 회장을 이른 시일 내에 소환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검찰이 2003년 12월1일 허ㆍ박씨 등 2명을 서둘러 기소한 것도 업무상 배임죄를 적용할 경우 공소시효(7년)가 2003년 12월2일로 끝나버리는 사정 때문이었다.
이번 항소심 판결에서 업무상 배임죄가 적용됐다면 검찰이 상고를 하지 않는 한 나머지 피고발인들에 대한 공소시효가 하루 밖에 남지 않게 되지만 특경가법상 배임죄가 적용됨으로써 공소시효가 3년 연장됐다.
검찰의 또 다른 관계자는 "항소심 판결로 검찰이 한숨 돌리며 차분하게 추가 수사 등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고 말해 이 회장 등 나머지 피고발인에 대한 처리에 여유를 갖게 된 점을 강조하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keykey@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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