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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대통령, 대선논쟁 전면에 서서 휘젓는다

쉴틈없이 직설적 발언 쏟아내 이슈 주도...잇단 정치적 파장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대선 정국의 전면에 부상하고 있다.

역대 대통령들과는 사뭇 다른 임기 말을 보내고 있는 노 대통령이 올해 대선에서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무시할 수 없는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은 정치권에서도 예상돼 왔던 터였다.

노 대통령은 올 초 대통령 4년 연임제 개헌을 전격 제안했고, 반대 진영의 반발을 물리치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타결 결단을 내렸으며, 이른바 '취재지원 시스템 선진화'라는 기자실 개편을 추진하는 등 임기 초에 못지 않는 강력한 정치적.정책적 의제 주도권을 행사하고 있다.

노 대통령이 제기한 굵직굵직한 의제마다 정치적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사안별로 각 정당과 후보들의 입장 표명은 불가피했다. 사실상 대선 정책 어젠다를 노 대통령이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이 같은 영향력을 유지해오던 노 대통령이 2일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는 예상되는 정치권의 반발을 괘념치 않은 채, 대선과 관련한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보다 구체적이고 공세적인 발언을 하며 정치적 논쟁의 격랑으로 스스로 몸을 내던졌다.

개헌 제안이나 한미 FTA 추진은 결과적으로 대선 판도에 영향을 미치는 정책 이슈로 부상한 것이지만, 이날 발언은 유력 대선후보들을 겨냥해 보다 능동적 비판을 했다는 점에서 향후 노 대통령의 대선 국면 행보와 연관해서도 정치적 파장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정치적 발언의 대상에는 정당.정파별로 주제는 달랐지만 예외는 없었다.

우선 한나라당과 이 당의 유력 대선주자인 이명박 전 서울시장, 박근혜 전 대표의 정책 공약들이 신랄하게 비판됐다. 한나라당 비판은 전체 강연중에서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잡으면 끔찍하다"는 말로 출발한 노 대통령의 비판은 "책임있는 대안을 내놓는 일은 거의 없다. 앞뒤가 맞지 않는 주장과 행동이 종잡을 수 없다"면서 한나라당은 "무책임한 정당"이라고 규정됐다.

노 대통령은 특히 이 전 시장의 경부대운하, 박 전대표의 열차페리 프로젝트 등 '경제대통령론' 공약에 대해 "전략이 없는 공허한 공약" "공약이라 할 것도 없는 미사여구"라고 한마디로 일축했다. 특히 열차페리사업에 대해서는 "2000년 해수부장관시절 타당성 없다는 결론을 이미 내린 사업"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경제정책의 기본원칙과 방향에 대한 전략적 공약이 나와야 할 시기이지, 한 두건 개별사업 꺼내놓고 옥신각신할 때가 아니다"고 지적한 뒤 "경제는 경제정책만으로 되는게 아니다. 종합적인 국가발전전략이 중요한 것"이라며 "이 시기 한국이 추구할 가치나 역사적 과제가 무엇인지를 제시하는 전략적 공약이 나오기를 기대한다"고 촉구했다.

이 밖에도 법인세 감세 등 감세 공약에 대해 비판하면서 "나하고 토론을 한번 해야 되는데 자리가 있어야 물어볼 것 아니냐"며 한나라당 대선 후보자들과 토론 용의를 내비치기도 했다. 그 만큼 정책적 논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는 의지가 담겨 있는 것이다.

전례없이 강도 높고 적나라한 어조의 한나라당 비판은 선거법 및 국가공무원법 위반이라며 선관위 고발도 검토하겠다는 한나라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닥치며 정치적 논란에 휩싸였다. 선관위도 노 대통령 발언의 선거법 위반 여부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하지만 청와대의 분위기는 전혀 위축되는 분위기가 아니다. 천호선 대변인은 3일 "대통령 연설중 일부분은 참여정부 정책에 대한 비판과 비난에 대한 반론 차원의 정책토론"이라며 "선거법 차원에서 논의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천 대변인은 나아가 "앞으로 대통령이 되려는 후보들이 현 정부의 정책을 폄하하거나 임기말 정책을 흔드는 경우가 있다면 현직 대통령도 후보들과 얼마든지 토론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토론'이라고 표현됐지만 앞으로도 유사한 비판을 계속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선거법 위반 논란을 감수한 노 대통령의 한나라당 비판에 대해 '제2의 탄핵 사태 기획'이라거나, 친노세력 및 옛 여권 지지세력 결집이라는 정치적 효과를 꾀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날 특강의 주요 청중 900여 명이 일반 대중이 아닌 참여정부 열성 지지자 그룹이고, 특히 노 대통령이 "능동적이고 창조적인 시민에 의한 시민주권사회 실현을 위한 참여운동을 가열차게 펼쳐가자"고 촉구한 대목에서 올해 대선에서 '제2의 노사모' 운동을 조직적으로 구축하기 위해 노 대통령이 직접 불씨를 지피고 나선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될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범여권내에서 복잡다단하게 분출되고 있는 대통합론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훈수'를 뒀다.

노 대통령은 "선거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구도이고,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 "1997년과 2002년에는 당을 안 합치고 후보단일화로 승리했다", "당을 합치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라며 당대당 통합 보다는 대선을 위해 후보단일화쪽에 심중이 가있는 발언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대통합을 반대한다고는 쓰지 말라"며 "대통합과 후보단일화를 병행해 추진해야 한다. 대통합을 위해 노력은 하되, 빠른 시일안에 통합이 되지 않으면 후보를 내세워 대세 경쟁을 하면서 대통합과 후보단일화를 계속 추진하는 것이 보다 안전한 전략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노 대통령은 "후보가 되기 위해서 당을 깨자고 하거나 탈당을 하는 것은 반칙"이라며 탈당설이 나오고 있는 정동영, 김근태 전 의장 등을 겨냥했다. "그것은 국민들이 보면 실격 처리가 될 만한 사례"라고 압박도 했다.

열린우리당 탈당에도 불구, 엣 여당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발언권을 결코 놓지 않겠다는 의지가 여실히 나타나는 발언들이다.

"선거에서 1대1 구도를 만들어야 한다"는 노 대통령의 언급은 최근 범여권 예비주자들의 예방을 받은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이 국민은 이번 대선에서 양대 정당간 '일대일' 대결을 원하고 있고, 범여권의 통합 결단이 필요하며 그것이 정치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는 언급의 맥락과 유사해 범여권 대통합 논의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주목된다.

노 대통령은 범여권 유력주자로 거론되는 손학규 전 경기지사나, 민주노동당의 정책도 비판대에 올렸다.

손 전 지사가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것에 대해서는 "백보를 양보해서 다른 사람들은 과거의 인연이라도 있지만 손학규씨가 왜 여권이냐. 이것은 정부에 대한 모욕"이라고 일갈하며 손 전 지사의 한나라당 탈당 경력을 다시 문제삼았다.

참여정부와 같은 '진보'로 분류되는 민노당에 대해서도 "참여정부와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하며 비판했다. 노 대통령은 "반재벌, 반시장주의에 대해서는 강력하게 대응하지만 복지나 사회투자라는 측면의 정책을 보면 쓸만한 정책이 별로 없다. 투쟁에 강하지만 창조적 정책에는 너무 약하다"고 비판했다.

'실현가능한 대안이 있는 정부'라는 점에서 민노당 노선에 부정적 견해를 적극 피력한 것은 진보진영을 참여정부가 표방하는 '실용적 진보' 노선으로 결집시키려는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다.

청와대가 "앞으로도 참여정부 정책이 폄하될 경우 대통령이 적극 반론을 펼칠 것"이라고 예고했다는 점에서 노 대통령의 제2탄, 3탄 특강 시리즈는 계속될 수도 있을 전망이다.

당장 6.10 항쟁 20주년을 전후해 87년 체제의 한계, 민주주의 계승 발전이라는 차원에서 참여정부 평가포럼 특강에서 이어지는 후속 발언을 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연합뉴스) sgh@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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