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러리의 다른 남자'

미국 민주당 대권 후보 경쟁 선두주자로 부상한 힐러리 클린턴 상원의원에게는 마음으로부터 서로를 사모하는, 남편인 빌 클린턴 전 대통령과는 전혀 다른 성격의 남성이 있었다고 5일 출간되는 힐러리 관련 책이 밝혔다.

워터게이트 사건 특종기자인 칼 번스타인이 8년여에 걸친 취재 끝에 이번주 출간하는 `여성 지도자 : 힐러리 로담 클린턴의 삶'에는 힐러리와 거의 20년간 밀접한 관계를 유지했던 아칸소주 변호사 빈스 포스터 관련 내용이 자세히 담겨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어릴 적 친구였던 빈스는 1970년대 힐러리와 아칸소주의 같은 로펌에 근무하면서 마음을 터놓는 관계로 발전했으며, 그들이 정사를 나눴을 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갖는 사람들까지 있다고 번스타인은 밝혔다.

큰 키에 깔끔한 매너를 지닌 빈스는 첫 눈에 힐러리를 동경하기 시작했으며, 힐러리도 남편인 클린턴과는 달리 속이 깊고 조용한 포스터를 처음부터 경외해 주변 사람들이 당혹스러울 정도로 가까운 관계가 됐다는 것.

아칸소주 리틀록의 법률회사 로즈에서 힐러리, 빈스와 함께 3총사를 자처하며 가깝게 지냈던 웹 허벨은 "20년간 힐러리에게 빈스만큼 가까웠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벨은 번스타인과의 인터뷰에서 "그러나 그건 성적인 관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두 사람이 같은 일을 즐기고 서로에 대해 지극한 신뢰를 가지고 있었으며 연인보다 더 사랑하는 친구였다"고 설명했다.

두 사람은 단 둘이서만 산책을 하거나 와인을 마시며 속깊은 대화를 나누며 즐거워했다고 허벨은 전했다.

두 사람이 정사를 나눴는지에 대해서는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빈스의 한 친구는 "그는 힐러리를 사랑했다. 그들이 정사를 가졌기를 바란다. 둘 다 그럴 자격이 있다고 본다. 그들은 모두 힘겨운 배우자를 두고 있었으며 부부 관계가 원만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빈스는 힐러리가 백악관에 입성한뒤 대통령 부보좌관으로 임명돼 힐러리의 개인사를 챙기는 역할을 맡았다.

당시 빈스는 직속상관인 버니 누스바움 백악관 보좌관과의 면접 인터뷰에서 "당신의 가장 큰 문제점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사람들이 내가 힐러리와 잤다고 주장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런 적이 없다고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빈스는 백악관에 들어온 뒤 바빠진 힐러리와 함께 하는 시간이 크게 줄어들고 해결하기 힘든 문제들을 떠맡으면서 큰 스트레스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힐러리가 비공개 태스크포스를 만들어 의료보험 정책에 관여하려 하는데 대해 합법성 논란이 일자 빈스에게 명령조로 "이문제 해결하시오"라고 지시해 그가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다고 허벨은 말했다.

정치적인 성격이 못되는 빈스는 워싱턴과 백악관 내부의 복잡한 정치 흐름에 힘겨워 했으며 워싱턴에서도 힐러리와 아주 가까운 관계가 유지되리라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면서 크게 상심했다고 한다.

빈스는 결국 1993년 7월20일 새벽 1시에 백악관 사무실을 떠나 4시간뒤 워싱턴 인근 버지니아주의 한 공원에서 권총으로 자살을 한 채 주검으로 발견됐다.

힐러리는 빈스의 자살 소식에 눈물을 흘리며 뜬 눈으로 밤을 지샌 것으로 전해졌다.

빈스의 자살로 힐러리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었으며, 아직도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되지 못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한 친구는 밝혔다.

"두 사람은 서로 마음을 나눴지만 결국은 아픔으로 남았다. 힐러리는 퍼스트 레이디가 되자 그를 진정한 친구로 허용하지 않았고 빈스는 그녀를 위해 일할 수 없었다"고 빈스의 한 친구는 말했다.


(워싱턴=연합뉴스) lkc@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