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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충일 `뒤바뀐 묘비'…유족들 분통

4시간 동안 묘비 앞 발만 동동…현충원 "단순 실수"

현충일에 국립현충원에 있는 베트남 참전용사의 묘비가 뒤바뀐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6일 오전 9시께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 51번 묘역 131번 묘지.

베트남 전쟁에 파병됐다가 1966년 전사한 고(故) 오세진씨의 유족들은 이곳 오씨의 묘지 앞에서 한동안 할 말을 잃었다.

40년째 멀쩡히 있던 오씨의 묘비는 온 데 간 데 없고 엉뚱한 새 묘비가 세워져 있는 것.

오씨는 육군 병장으로 전사했지만 묘비에는 `베트남 참전용사 해병대 상병 정경식'이라는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현충원 직원을 불러 어떻게 된 일이냐고 따졌지만 돌아온 것은 `당신들이 묘지를 잘못 찾은 것 같다'는 퉁명스러운 반응 뿐이었다.

40년 동안 같은 장소를 찾아 `눈을 감고도' 묘지 위치를 알 수 있는 유족들에게는 황당하기 짝이 없는 답변이었다.

혹시나 현충원이 유족들에게 알리지 않고 오씨의 시신을 이관했나 싶어 주변을 샅샅이 뒤지던 유족들은 약 100m 떨어진 231번 묘지에서 오씨의 묘비를 발견하고 한번 더 놀랐다.

오씨의 묘비가 세워져 있는 곳은 바로 오씨 묘지 위에서 발견한 묘비의 주인 `해병대 정경식'씨의 묘지였고, 정씨의 유족들도 묘비 앞에서 어쩔 줄 몰라 발을 동동 구르고 있었다.

육군 오 병장과 해병대 정 상병의 묘비가 서로 뒤바뀌어 있었던 것이다.

유족들은 묘비의 원상복구를 요구하러 현충원 관리사무소를 찾아갔지만 마침 노무현 대통령이 현충원을 참배할 시각이라 담당자는 행사 진행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다.

경호 문제 때문에 휴대전화 전파도 차단돼 담당자와는 연락도 닿지 않았다.

결국 오후 1시가 돼서야 현충원은 잘못을 인정하고 직원을 보내 묘비를 원래 위치로 바꿔놓았다.

유족들은 "아침에 진설(陳設)을 해놓고 예포가 울릴 때 함께 함께 절을 올린 뒤 음복(飮福)을 하는 게 정상인데 묘비가 뒤바뀌는 바람에 뒤늦게 제사를 지낸다"며 현충원의 어이없는 행정에 분통을 터뜨렸다.

이들은 "묘비는 유족의 요청이 있거나 심하게 훼손됐을 때 교체하도록 돼 있지만 현충원은 주위의 다른 묘비들은 놔두고 우리 두 묘비만 교체하면서 위치를 뒤바꿔 놨다"며 불필요한 예산 낭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현충원 관계자는 "묘비 교체 작업중 직원들이 저지른 단순 실수"라며 "앞으로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주의하겠다"고 답했다.

(서울=연합뉴스) zhe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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