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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반환기지 땅 파보니 "여기가 유전인가"

"남의 땅이라고 이렇게 막 써도 되는 겁니까. 기름 좀 보세요. 여기가 유전입니까."
1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 7명은 최근 미군으로부터 반환절차가 완료된 경기도 파주시의 캠프 에드워드와 캠프 하우즈, 의정부 캠프 카일을 현장조사하면서 꺼멓게 죽은 흙에서 기름냄새를 맡으며 혀를 찼다.
캠프 에드워드는 1950년대부터 서부지역 미군기지의 물류공급을 담당한 곳으로 미군은 작년 가을부터 6개월간 바이오슬러핑(흡착포를 이용해 오염된 토양, 지하수 정화) 작업을 마쳤다고 우리 정부에 통보한 뒤 지난달 31일 기지를 반환했다.
하지만 이날 조사단이 유류저장탱크에서 20m정도 떨어진 지점의 흙을 굴착기로 3m정도 팠더니 고개가 저절로 돌려질 정도의 역겨운 기름냄새가 났다.
유류저장탱크 및 지하배관이 부식되면서 기름이 흘러나온 것으로 추정되는 이 지점 토양의 TPH(석유계총탄화수소)농도는 1만2천108㎎/㎏으로 우려기준인 500㎎/㎏을 20배 이상 넘겼다.
또 바로 옆에 지하수 오염정도를 측정하기 위해 땅에 파놓은 지름 7㎝ 정도의 구멍(관정)에서 긴 시험관처럼 생긴 장비를 꺼내보니 물 위에 떠 있는 기름두께가 1m나 됐다.
이 기름은 흙 속에 섞여있어 평소에는 보이지 않지만 관정을 뚫으면 흙에서 시험관 안으로 스며든 뒤 물과 분리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우원식 의원은 "이 기름은 경유인데 자동차에 넣으면 움직인다고 한다. 흙속에 이렇게 기름이 많이 남아있는데 반환절차가 완료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며 기름에 불을 붙이자 금세 활활 타올랐다. 우 의원은 "우리가 유전을 발견한 것이냐"고 반문한 후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다음으로 이동한 캠프 하우즈에서 차량 정비고로 쓰였던 건물 앞 마당을 굴착기로 팠더니 윤활유와 폐유가 흘러들어 꺼멓게 죽은 흙을 쉽게 확인할 수 있었다.
캠프 하우즈는 2000년 지반침하로 인한 송유관 파손으로 2천ℓ의 기름이 유출돼 인근 농가에까지 피해를 줬던 곳이기도 하다.
조사단은 지난 11일 사전 조사시 차량정비고와 담을 경계한 사유지에 캠프하우즈로부터 기름이 흘러나오는 현장을 포착, 사진을 찍어뒀으나 지가 하락을 우려한 탓인지 땅 주인이 해당 장소에 흙을 덮어버렸다.
하지만 의원들이 손으로 흙을 조금 파봤더니 짙은 색의 흙에서 기름냄새가 확연히 났다.
환경부에 따르면 캠프 하우즈의 경우 토양의 TPH농도가 2만7천901㎎/㎏인 곳이 발견되는 등 11개 지역이 유류에 오염돼 있었고, 유류저장탱크 부근 지하수의 TPH농도는 최고 301.76㎎/ℓ(우려기준 1.5㎎/ℓ)로 조사됐다.
마지막으로 찾아간 의정부 캠프 카일에서는 2005년 12월 측정시 기름두께가 488㎝였던 관정에서 재측정을 했더니 기름두께가 21㎝로 나타났다.
이는 미군이 떠나고 송유관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기름두께가 낮아졌을 뿐, 토양오염이 회복됐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미군이 사용하던 창고 두 곳을 열어봤더니 에어컨 실외기 70대와 폐석고보드, 유리섬유가 방치돼 있었다.
특히 에어컨 실외기는 냉매처리 조치 없이 배관이 잘려있어 오존을 파괴하는 프레온가스를 대기 중에 그냥 방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경재 의원은 "미군측은 기지를 반환하기 전 지하유류저장탱크 제거, 유출물청소, 냉방장치 냉각제 배출ㆍ청소 등 최소 8개 항목을 조치하기로 했는데 이마저 지키지 않았다"며 "정부가 4월20일 캠프카일의 8개 항목 이행 여부를 확인했음에도 그냥 돌려받은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미군이 떠나고 잡풀만 무성한 캠프는 겉으로 보기에는 멀쩡하지만 땅 속은 유류와 중금속 등으로 인한 오염이 심각하다는 것을 절감했다고 환노위 의원들은 입을 모았다.
의원들은 "지금까지 23개 미군기지를 엉망으로 오염된 채 돌려받은 것은 큰 문제"라며 "청문회 등을 통해 책임을 가리는 것은 물론 향후 43개 기지를 돌려받는 협상에서는 특단의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군기지 반환과 관련해 우리측은 `환경정보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 A'에 따라 상호협의를 거쳐 토양오염 치유수준을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인 반면 미측은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양해각서'에 따라 `인간건강에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KISE)'을 갖는 오염만 치유하겠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4월 돌려받은 14개 미군기지와 5월에 돌려받은 9개 미군기지를 과수원 및 전ㆍ답수준으로 치유하는데는 각각 407억7천만원과 788억5천만원이 소요되고 66개 반환기지 전체의 환경오염을 치유하는데는 4천억원 이상이 소요될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환노위 의원들은 이달 25∼26일 개최될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치유에 관한 청문회'에 앞서 국방부와 환경부 등에 관련 자료를 요청했지만 국가기밀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날 현장조사에는 환노위 의원들과 보좌진, 취재진 등 80여명이 참여했는데 주둔군지위협정(SOFA) 규정을 이유로 취재진에게는 환경오염 실태에 대한 자료가 제공되지 않았고, 환경부의 브리핑도 정확히 알아듣기에는 너무 `빠른' 속도로 진행돼 취재진들로부터 불만을 샀다.

(서울=연합뉴스)
noanoa@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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