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민주당이 최고위원에 김경재 전 새천년 민주당 상임중앙위원을 선임했다. 이로써, 2004년 3월 12일 국회 탄핵의 주역 5인방 모두 사실 상의 정계복귀에 성공했다.
국회 탄핵은 당시 새천년 민주당 조순형 대표의 국회 연설에서 시작되었다. 조 전 대표는 “민주당 찍으면 한나라당 된다”는 발언을 문제삼았고, 결국 노대통령이 청와대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재신임과 총선결과를 연계시키며 탄핵안이 가결된 것이다.
그 뒤, 조순형 대표는 대구 출마에 실패하고, 와신상담 끝에, 지난 해 성북을 재보선에 당선되며, 가장 먼저 재기에 성공했다. 당시 성북을 선거에는 민주당 이외에, 국민중심당 소속이었던 이인제 의원, 홍사덕 전 한나라당 의원 등이 지원유세에 나섰고, 한나라당의 주성영 의원이 공개지지 성명서를 발표했다. 또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었던 전여옥 의원마저도, 사석에서 “조순형 의원의 당선이 올바른 일”이라는 말까지 하는 등, 초당적 지원을 받기도 했다.
탄핵 당시 한나라당 원내대표를 맡았던 홍사덕 전 의원도 박근혜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으며, 정계에 복귀했다. 홍 전 의원은 2005년 재보궐 선거에 출마했지만, 탄핵역풍을 의식한 한나라당 측의 비토로, 무소속 출마를 감행할 수밖에 없었다. 불과 1% 차이로 아깝게 낙선했지만, 이미 그 당시 탄핵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감정이 크게 누그러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그는 박근혜 캠프의 핵심 브레인으로서 이명박 전 시장 측의 주력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다.
탄핵안 가결은 선포한 박관용 전 국회의장 역시, 일찌감치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관리위원장을 맡아, 정치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다. 박 전 의장은 탄핵 당일 결국 의장 경호권을 발동시켜, 탄핵안 가결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뒤 박 전 의장은 <다시 탄핵이 와도 나는 의사봉을 잡겠다>는 책을 발표하며, 탄핵의 정당성을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한나라당의 대표 자리에 있었던 최병렬 전 의원 역시 박근혜, 캠프의 상임고문 역을 맡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병렬 전 의원은 탄핵 발의를 만류하던 박관용 전 의장 앞에서 “나라 꼴이 이 모양인데 그냥 가만히 보고만 있으란 말인가”라며, 한나라당의 탄핵 가결을 밀어붙였다. 그뒤 탄핵 역풍으로 총선 전에 대표 자리에서 물러났다. 3년만에 정치재계에 나선 것이다.
이들 탄핵 5인방의 정치재계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대선을 앞둔 현 상황에서도, 탄핵과 유사한 아슬아슬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노대통령은 연속적으로 선관위의 선거중립의무 준수 요청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하고 헌법소원을 제출한 상태이다.
조순형 의원은 “이미 탄핵사유는 충분하다. 다만 국회 의석 비율로 볼 때 탄핵가결은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박관용 전 의장 역시 “탄핵 사안이다”라며 노대통령을 직접적으로 비판했다.
김경재 통합민주당 최고위원은 2006년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하며, <청와대를 허물로 서민아파트를 짓고 싶다>는 책을 발간하며, “탄핵의 정당성을 심판받겠다”는 선거전략을 세우기도 했었다.
현재의 의석수로 볼 때, 한나라당이 128석, 통합민주당이 34석으로, 둘이 합쳐 과반은 넘지만, 탄핵정족수 200석에는 크게 모자란다. 그러나 현재 급격히 친노세력으로 축소되고 있는 열린우리당의 의석수가 탄핵 저지선인 100석에 모자란 73석에 불과하다는 변수도 있다.
물론, 조순형 의원의 진단대로, 대선이 임박해있는 등, 탄핵 발의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한나라당이 노대통령을 향해 헌법준수결의문을 발의하는 등, 대통령과 국회의 갈등이 점차 확산되고 있어, 정치재개에 성공한 이들 탄핵 5인방의 발언에 모든 언론사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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