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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은 막말파문 연출의 희생양일 뿐이다"

토론자세 익히지 못한 패널 섭외해 싸움붙이는 재미


이안 하나 죽인다고 방송 토론 선정성 해결되나

국악 가수 이안이 생방송 EBS의 토론까페에서 막말 파문에 시달리고 있다. 알파걸에 대한 주제로 토론을 하면서, 전원책 변호사를 향해 “자식이 있으십니까”라고 물은 뒤, “부끄러운 이야기인지 모르지만 아직 자식이 없다고”는 답을 듣고는 손바닥을 치고 웃으며 “그러시구나. 그러니까 이러시는구나. 저분이 아빠면 참 힘들겠다”는 발언을 했다는 것이다.

공적 토론회에서는 있을 수 없는 발언이다. 연예언론은 물론 일간지에서조차 이안에 대한 비판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포털에서는 역시나 이안을 인기검색어 1위로 올려놓았다. 댓글과 블로그에 악성글들이 쌓이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이안만의 잘못일까? 이안 하나 화끈하게 때려잡으면 해결될 수 있는 일일까? 그렇지 않다. 이러한 방송사고는 처음부터 예견되고 있었다. 바로 토론프로그램의 선정성 탓이 가장 크다.

공중파 방송 등 토론프로그램의 패널을 구성할 때, 어느 순간부터 합리적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사람들을 배제시키기 시작했다. 오히려 양 측의 가장 극단적인 사람을 맞붙여, 막말싸움을 유발하고, 이를 언론이 보도하고, 포털이 띄우는 방식의 흥행공식이 잡히기 시작했다.

이안과 맞붙은 전원책 변호사 역시 지난 번 군가산점제 심야토론이나, 이번 토론회에서 공적 패널로서는 부적절한 발언을 쏟아낸 것은 마찬가지이다. “여자들은 6시 땡치면 칼퇴근한다”라는 전원책 변호사의 발언은 괜찮냐는 것이다.

필자는 생명과 평화의 집 김지한 선생이 마련한 한류 및 대중문화 관련 간담회에서 이안과 가벼운 토론을 해본 적이 있다. 물론 방송의 이미지와 마찬가지로, 똑똑한 연예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알파걸‘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일정한 담론을 주장할 수 있는 위치는 아니다. 수준이 아니라 위치가 아니라는 말이다. EBS에서 이안을 부르려면 방청객이나 전화통화 정도에 그쳤어야 했다.

연예인은 연예인의 길을, 지식인은 지식인의 길을

공식토론회에서 자신의 주장을 시청자들이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설득하는 것은 매우 전문적인 능력이다. 더구나 방송위원회의 심의를 받는 공중파 토론회는 더욱 더 그렇다. 말 한 마디 잘못하면, 방송위의 제재를 받을 수도 있다.

이런 토론회에서 EBS가, 어찌보면 사회현상을 해석하는 전문가도 아닌 이안과 전원책 변호사를 불러서 싸움을 붙인 이유는 간단하다. 생산적인 토론을 하자는 것 아니라, 일단 막말 싸움을 벌여보겠다는 의도다. 그리고 공적 토론의 자세와 설득력을 배우지 못한 이안과 전원책 변호사는 이러한 계획에 그대로 걸려들었다.

그렇다고 EBS측만 비판하자는 게 아니다. 이런 현상은 정도에 차이만 있을 뿐 전체가 다 그렇다. 정치인을 섭외할 때, 가장 비합리적이고 비논리적인 패널들이 우선적으로 섭외된다. 그야말로 국민의 화합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갈등을 증폭시키는 방송이다.

이안은 가수이자, 음반 기획자가 꿈이다. 알파걸에 대해 자신의 주장을 공중을 대상으로 해야할 아무런 의무가 없는 사람이다. 나이도 아직 28에 불과하다. 하지만 이안은 벌써 세계 수십여 곳에서 공연을 하는 등, 향후 한국의 대중문화의 해외진출에 꼭 필요한 경험을 쌓고 있다.

이런 이안의 활동의 가치를 인정하고 도와주지는 못할 망정, 왜 쓸데없이 시청률의 희생양으로 이용먹는가? 비단 이안의 문제 뿐 아니라, 공중파 토론회의 전체 방향을 바꿔야 한다. 단 1%의 시청자만 보더라도, 그래도 생산적이고 합의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지, 단지 시청률을 위해서, 막말 싸움이나 부추기는 일은 이제 그만했으면 좋겠다.

연예인들도, 더 이상 함부로 지식인들의 영역을 넘보는 일을 자제해야 한다. 자신이 공개적으로 한 주장에 대해서라면 평생 책임을 져야하는 게 지식인의 역할이다. 필자도 참여한 지난 100분 토론회에서 마광수 교수가 "못생긴 애들 게을러서 공부 못한다"는 사실상의 막말을 퍼부었지만, 마교수는 목에 칼이들어와도 평생 그런 주장만 하는 사람이다. 그런 정도 수준으로 각오가 되어있지 않으면, 그런 일에 관심을 끊고, 각자 자신이 하던 일을 열심히 하자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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