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순형의 경선룰 흔들기로 민주당 흥행 실패
민주당의 경선이 흥행 부진 속에, 이인제 후보의 대세, 신국환 후보의 약진, 조순형 후보의 열세 양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민주당의 경선은, 여권신당 창당 당시, 당의 존립 조차 불투명한 상황에서 시작되었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의 강력한 압력으로, 과연 이 당이 대선 때까지 유지될 수나 있을지,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이런 민주당의 결속력을 부여했던 것은 조순형 후보의 출마 선언이었다. 지난 7월 26일 조후보의 출마선언은, 사실 상 민주당의 독자노선의 기폭제가 되었고, 수많은 민주당 지지자들의 성원을 받았다. 출마선언식 당시 민주당 당원들은 눈물을 흘렸을 정도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조순형 후보의 민주당 후보 선출은 당연한 일로 받아들여졌다. 조후보의 출마는 박상천 대표, 김경재, 손봉숙 최고위원 등, 당의 주류들의 강권으로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엄정중립을 지켜야할 당 지도부에서, 강권에 따른 책임의식 탓에 조후보 측을 측면 지원할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또한, 라이벌 경쟁을 펼쳐야했던, 이인제, 김영환 후보 측에서도, 대놓고 조후보를 공격하기에는 부담스러웠다. 어쨌든 조후보가 민주당의 존립에 큰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 경선이 시작되는 과정에서 조후보는 이해할 수 없을 정도의 자충수를 두고 말았다. 타후보 모두가 반대했던 여론조사를 관철시키기 위해, 당 지도부에 사퇴 카드를 들고 나와, 15% 반영을 관철시켰다. 이때만 하더라도, 당의 입장에서는 조후보에 대해 최대한 예우를 지켜주자는 입장이었다.
뒤이어, 예정된 제주경선을 미루고 인천부터 시작하도록 경선 스케줄을 바꿔버리면서, 조후보의 파국은 시작되었다. 그간 침묵으로 일관한 김민석 후보조차도 “가슴이 아플 지경이다”라며, 조후보와 당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했다. 조후보는 경선룰을 바꿀 때마다 사퇴카드를 들고 나와, “과연 이 사람이 민주주의를 이해하고나 있는 사람이냐”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또한 당을 살리기 위해 출마했다는 점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자신의 요구를 관철시키려는 방식에 대해 타 후보들 측에서는 “그럼 우리는 당을 죽이려 출마했다는 말이냐”라는 강력한 반발을 사기도 했다.
더구나, 조후보는 각 지역을 돌며, 바닥에서부터 표를 모은 타후보와 달리, 별다른 활동도 하지 않고, 변변한 정책조차 내놓지 않아, 민주당 지지자들로부터 빈축을 사기도 했다. 조중동을 비롯하여, 언론의 지원을 받아, 여론조사 수치만 높여 손쉽게 후보자리를 따내려는 의도가 아니였냐는 것이다.
또한 경선을 앞두고, 갑자기 헤럴드경제와, CBS와의 인터뷰에서 그간의 원칙과 소신을 접고, 범여신당과 통합을 운운한 발언은 최악의 실언이었다. 민주당 진성 지지자들 입장에서는 "대체 왜 조순형을 지지해야 하느냐"는 회의감에 빠져들 수밖에 없었다.
조순형, 민주당 살리기 위해 출마한 것 맞나
이러한 조후보의 변칙 행위와, 이를 무분별하게 수용한 당지도부의 그릇된 판단 탓에, 민주당 지지자들의 경선 참여열기는 싸늘하게 식고 말았다. 민주당의 자산은 명분과 원칙이고, 이를 대표하는 후보가 조순형이었는데, 이런 조후보가, 원칙을 어기며, 공정한 경선이 아니라 사실 상의 추대를 원하다보니, 진성 지지자들이 대거 빠져나간 것이다.
민주당의 경선 흥행이 실패하면서, 결과는 탄탄한 조직력과, 오랜 현장 경험을 갖춘 이인제 후보의 독주가 지속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두 차례의 경선불복 경력으로 민주당 지지층으로부터 선뜻 지지를 끌어내기 어려운 조건이었으나, 묵묵히 바닥의 조직세를 확충하며, 안정적인 지위에 올라섰다. 또한 남북관계 등, 정책 제시면에서도 조후보와는 뚜렷히 구분되는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조순형 후보 측은 경선 결과에서 현격히 밀리자, 결국 불공정 경선을 빌미로, 선거운동을 전격적으로 중단하며 당 지도부에 특단의 조치를 요구했다. 그러나 이미 조후보를 제외한 타 후보들은 경선 시작 전, 당 지도부가 조후보를 노골적으로 편든다며, 공동 회견까지 갖은 바 있어, 조후보의 비판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당지도부가 타후보들에 집중 비판을 받으면서까지 조후보에 모든 편의를 봐주었음에도, 자신의 노력 부족으로 결과가 안 좋자, 또 다시 당 지도부에 땡깡을 부리고 있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두 차례의 경선 결과, 이인제 후보의 독주와 별개로, 강원과 경북에서 신국환 후보의 약진도 눈에 띄고 있다. 두 차례의 장관직 경험과, 민주당에서 유일한 TK 후보라는 점이 서서히 부각되는 상황이다.
민주당의 경선은 조후보의 경선룰 흔들기로 인해, 참신한 흥행성을 놓쳐버렸다. 당 지지율 또한 2-3%대로 추락했고, 열성 지지자의 참여는 찾아보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라면, 더 이상의 경선룰 흔들기를 중단하고, 각자 최선을 다해서 지자를 끌어들이고, 보다 나은 중도 정책을 제시하는 상생의 경쟁구도로 이끌어낼 필요가 있다.
그 점에서, 선거운동을 중단하겠다는 조후보 측의 반발은 민주당에 대한 마지막 기대감마저 떨어뜨리고 있다. 어차피 100% 오픈 프라이머리제를 도입한 이상, 조직동원 선거는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제도에서는 각 후보마다 조직을 총동원하여, 경선에 참여시키는 것 말고는 다른 선거운동 방법이 없다. 조후보가 진정으로 민주당을 살리기 위해서 출마했다면, 본인이 무조건 후보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민주당 경선의 흥행을 위해서 맏형 노릇을 해주길 권한다.
지금으로서는 조후보의 출마가, 민주당을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단지 손쉽게 후보 자리를 꿰차보겠다는 노회한 계략에 의한 것이 아니었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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