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지도부에 남은 일정을 14일에 한꺼번에 하는 원샷 경선을 관철시킨 이해찬 후보가 어제밤 여의도의 모처 식당에서 측근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이해찬 후보는 “이제껏 당에 대한 비판은 자제했지만, 이제부터 모든 것을 다 거론하겠다”며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해찬 후보는 “처음부터 유령선거인단에 대한 조사를 철저히 했다면 이런 일이 없었을 것”, “당과 선관위가 안일하게 대처하다 이 지경에 이르렀다”며 당과 선관위를 맹비난했다.
특히, 그는 “당과 선관위, 그리고 정동영 후보 측에 법적 대응도 불사하겠다”며, 벼랑 끝 승부수를 던질 것을 시사했다.
원샷경선 이외에 문제가 되는 점은 선거인단의 전수조사이다. 그간 정후보 측에서 불법으로 대리접수시킨 선거인단 전체를 재검토하자는 것이다. 아직까지 당에서는 이 점에 대해서 구체적인 방법을 확정하지 않아, 이해찬과 손학규 후보 측으로부터 독촉을 받고 있다.
이해찬 후보가 검토할 수 있는 법적 대응은 크게 두 가지이다. 당과 선관위를 대상으로 경선무효 소송을 제기할 수 있고, 만약 정동영 후보 당선 시, 후보자격 정지 가처분 신청 등을 낼 수 있다. 이미 콜센터 불법 접수에 대해서는 정후보 측을 경찰에 고발한 상태이다.
이렇게 된다면, 설사 정동영 후보가 승리하더라도, 법적 소송 진행 과정에 따라, 사실 상 정후보는 식물 대선후보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해찬 후보 측이 영남친노세력과 신당을 창당한다면, 범여권 대선구도는 지금과 전혀 다른 구도로 변화된다.
정동영 후보 측은 앞으로 불법경선의 주모자로 몰리며, 당 내외에서 집중 비판을 받게 될 것이다. 대리접수의 장본인인 측근 정모 구의원이 체포되었기에, 경찰과 검찰의 수사도 목 끝을 죄고 있다. 상황에 따라서 정후보가 직접 소환될 가능성도 있다.
이에, 경선무효소송과, 후보자격상실 가처분 신청 등이 제출되면, 정후보는 후보 당선 직후부터, 온갖 법적 소송에 휘말리게 된다. 정상적인 대권 후보로서의 활동은 불가능하다.
반면, 이해찬 후보와 친노세력 등은 정동영을 식물후보로 묶어놓은 뒤, 불법경선이라는 명분을 뒤에 업고, 영남친노 신당 창당에 박차를 가할 수 있다.
정후보 측은 우선 원샷 경선을 수용한 당 지도부에 강한 불만을 내비치고 있다. 정후보 측의 판단으로도, 승패의 결과를 떠나서, 불법 경선의 장본인으로 낙인 찍힌 상황에서, 향후 정치행보에 크나 큰 부담을 갖게 된다는 점을 의식하고 있다. 향후 있을 후보단일화 과정에서도 치명상을 입게 된다.
경선이 시작되기 전부터, 친노세력이 후보가 되지 못하게 되면, 결국 판을 깰 것이란 전망이 분분했다. 결국 예상대로, 신당의 경선은 결과에 상관없이 파행으로 가고 있다.
한편 어제 이해찬 측의 모임에는, 선병렬 의원, 윤호중 의원 등과 운동원 2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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